사랑을 말하다(스물여덟번째이야기)

박주호2009.06.01
조회21,911
사랑을 말하다(스물여덟번째이야기)

주말에 영화를 한편 봤어

기억에 대한 영화였어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남아서

결국 똑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

예전에 봤던 맨인블랙도 생각났고 메멘토라는

 영화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기억을 지우는 것에 열광하는 것 같애

기억상실증이라는 거 이젠 드라마에나 너무 막 등장해서

비웃음을 당하는 소재가 되버렸지만

처음엔 정말 비극적인 설정이었을 거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니

그런 어이없이 슬픈 상황이 어디 있을까

 

영화를 보는 동안 나 내내 고민했어

여자친구에 대한 기억을 모두 삭제하는 남자를 보면서

그렇다면 나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기억을 지울 것인가

너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우리가 친구였던 그때부터 모두 지울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처음 입맞춤을 하던 그순간부터 지워야하는 것인가

영화관 바닷가 노을 자주 찾던 카페 행복한 커피향기 취한 밤의 이야기들

약속 무수한 약속

.

쓸데없는 고민은 하는 버릇은 내것이 아니라 니것이었는데

넌 한번씩 물마시다말고 도깨비가 나타나서 소원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감자튀김을 먹다가 기름이 묻은 반질반질한 입술로

만약 잘생긴 귀신이 나타난다면 잘해줘야겠지?

너의 그 엉뚱하던 고민들

그런 니가 어이없어서 혀를 차던 나

그런데 이젠 내가 이러고 있구나

.

영화속 남자는 기억을 삭제당하는 동안 필사적으로 빌었지

제발 이 기억은 지우지 말아줘요

제발 이건 남겨줘요

남자가 끝까지 지우고 싶지 않았던 장면은

그가 그녀에게 그렇게 말해주었을 때

넌 예뻐 넌 예뻐

넌 정말 예뻐

 

그 장면 보면서 난 아무것도 지우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그래 너에 대한 기억을 다 지우면

나는 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잃어버리는 거니까

그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더 행복한 기억을 가질 때까진

난 너의 기억을 삭제하는 대신

 그걸 다 끌어안고 조금 더 오랫동안 힘들어야겠다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다

영화 이터널선샤인을 보고

 

사랑을말하다

 

 

- 사랑을말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