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화합 하자면서 광장부터 틀어막나

배규상200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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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화합 하자면서 광장부터 틀어막나

 

 

경찰이 서울광장을 다시 틀어막았다. 건너편 덕수궁 앞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도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철거했으나 항의하는 시민들이 다시 세웠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이 충돌했고, 수십명의 시민이 연행됐다. 경찰 버스에 둘러싸인 광장과 분향소는 영결식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면서 추모 열기 잠재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이러고도 통합과 화합을 운운할 수 있는 건지 안타깝다.

서울광장 폐쇄는 국민을 향해 여전히 굳게 닫힌 정권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본다. 청와대는 영결식 이후 불거지는 국정기조 전환과 대통령의 사과, 책임자 처벌, 인적 쇄신 촉구 등 정권 책임론에 공식적으론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속 기류를 보면 지난해 촛불정국처럼 국면전환의 기회만 엿보는 것 같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 사과론에 대해 “대통령이 왜 하나”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내몬 시대적 비극 앞에서 청와대가 취할 대응 자세인지 개탄을 금치 못한다.

우리는 500만명이 빈소와 분향소를 찾은 추모 열기에는 애도는 물론 소통 부재의 정권에 대한 분노와 울분이 혼재돼 있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이 정권은 꼭 1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불붙은 촛불을 끄기 위해 ‘국민을 섬기겠다’고 해놓고선 곧바로 공안통치를 강화해 불신을 심화시켜 왔다. 거대한 추모 행렬은 정권의 일방적 역주행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4·29 재·보선 참패, 역전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등 각종 경종이 울리는데도 현 정권만 모르는 것 같다.

진정 통합과 화합을 바란다면 국정기조의 전면적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사과할 것은 해야 한다. 국민과 야당을 무시한 일방주의 국정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6·10항쟁 22주년, 6·15 공동선언 9주년 등 6월은 그러잖아도 통합·화합 없이 넘기 힘든 계절이다. 두번씩이나 국민적 항거를 겪고도 교훈을 새기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다. 언제까지 공권력에만 의존해 정권을 유지해나갈 셈인가.

 

 

2009년 6월 1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