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관계 질적 변화 계기 되어야

배규상200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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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관계 질적 변화 계기 되어야

 

 

오늘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올해가 한·아세안 대화 20주년이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과 아세안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이 절실한 시점에 이번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아세안 관계는 1980년대 말 동구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아세안 국가들이 산업화의 길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아세안은 교역액 902억달러로 3대 교역 대상지역, 투자액 58억달러로 2대 투자 대상지역으로 부상할 만큼 우리와 아세안의 관계는 양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다. 이뿐 아니다. 아세안과 인적·문화적 교류가 크게 늘어났다. 아세안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관광지 중 하나이며, 아세안인에게 우리의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가 낯설지 않다. 특히 아세안에서 시집온 4만여명의 여성은 이미 우리 가족으로 자리잡았다. 한·아세안 관계는 더 이상 얘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현실이 됐다.

한·아세안 관계는 양적 성장을 이룩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그렇지 못했다. 우리가 자기중심적이고 근시안적 시각에서 너무 경제적 중요성과 전략적 중요성만 강조한 데 원인이 있다. 최근 한류가 동남아에서 시들해진 것은 이러한 아세안에 대한 인식의 결과다. 질적 변화를 하지 못하면 한·아세안 관계는 앞으로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측 관계 발전을 당위로 받아들이고 질적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CEO 서밋’에서 한·아세안 3대 협력방안으로 무역·투자, 문화·관광, 녹색 성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행사 슬로건처럼 한국과 아세안이 ‘실질적 관계, 영원한 우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세안과의 관계에서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한발 뒤져 있지만 우리는 이들 나라가 갖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다. 한·아세안 정상들이 이번 회의에서 한·아세안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이정표를 마련하길 바란다.

 

 

 

2009년 6월 1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