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결국 ‘마이 웨이’ 가겠다는 건가

배규상2009.06.02
조회45

 

 

이 대통령, 결국 ‘마이 웨이’ 가겠다는 건가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라디오 연설에서 “이제 우리 모두 슬픔을 딛고 떠나간 분의 뜻을 잘 받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며 함께 애도하고, 국민장을 잘 치르도록 협조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말미에 “슬픈 마음을 추스르고 밝은 미래를 향해 새롭게 출발하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식 ‘마이 웨이’를 재천명한 것 같아 유감스럽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한마디로 ‘애도 끝, 이제 미래로’로 요약된다. 국민장을 치르면서 충분히 애도했으니 이제는 슬픔을 묻고 이른바 ‘통합·화합의 길’로 나가자는 것이다.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자니, 말로라도 애도를 표시한 대통령으로서 빈소나 분향소를 찾은 500만명의 분노와 울분을 제대로 새겼다면 하기 어려운 얘기다. ‘소통 부재’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다.

우리는 고인의 돌연한 서거를 계기로 대통령과 국민의 거리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많은 국민들이 사과 한마디 없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극도의 회의를 갖기 시작했고, 대통령의 대국민 기피증 역시 심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다시 닫힌 서울광장은 이를 웅변한다. 급기야 한나라당 쇄신 특위가 대국민 담화와 당·정·청 전면 쇄신, 검찰 개혁을 건의하기로 나설 지경에 이르렀다. 대국민 사과가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혹여 사과는 정권 책임론을 부르고, 정권 책임론은 국정기조 대전환 촉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라면 오산이다.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다.

용기 있는 정권만이 사과할 수 있다. 사과는 과오에 대한 성찰이자 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 때문이다. 용기 없는 정권에 사과란 추궁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과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용기가 없다는 고백이고, 국민을 향해 마음을 열지 않겠다는 협량정치의 소산이다. 대통령이 먼저 마음을 열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소통의 의지, 개선의 여지야말로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통합과 화합의 요체다.

 

 

 

 

2009년6월2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