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DEC 2007 in Roma

백지현2009.06.03
조회31

 

 

사람 없이 크리스마스 장식품들로만 소란스러워진 나보나 광장 사진을 보고있다가

 

최인훈의 <광장>이 오랜만에 생각이 났다.

 

그리고 <광장>이 발표되던 시기와 지금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것도 발견했다.

 

 

 

정치? 오늘날 한국의 정치란 미군부대 식당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받아서, 그 중에서 깡통을 골라내어 양철을 만들구,

목재를 가려내어 소위 문화주택 마루를 깔구,

나머지 찌꺼기를 가지고 목축을 하자는 거나 뭐가 달라요?

그런걸 가지고 산뜻한 지붕, 슈트라우스의 왈츠에 맞추어

구두 끝을 비비는 마루며,

덴마크가 무색한 목장을 가지자는 말인가요?

저 브로커의 무리들, 정치 시장에서 밀수입과 암거래에

갱들과 결탁한 어두운 보스들.

인간은 그 자신의 밀실에서만은 살 수 없어요.

그는 광장과 이어져 있어요.

정치는 인간의 광장 가운데서도 제일 거친곳이 아닌가요?

외국 같은덴 기독교가 뭐니뭐니해도 정치의 밑바닥을 흐르는

맑은 물 같은 몫을 하잖아요?

정치의 오물과 찌꺼기가 아무리 쏟아져도

다 삼키고 다 실어가버리거든요.

도시로 치면 서양의 정치사회는   하수도 시설이 잘 되 있단말이에요.

사람이 똥오줌을 만들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처럼,

정치에도 똥과 오줌은 할 수 없지요.

거기까지는 좋아요,

하지만 하수도와 청소차를 마련해야 하지 않아요?

한국 정치의 광장에는 똥오줌에 쓰레기만 더미로 쌓였어요.

모두의 것이어야 할 꽃을 꺽어다 저희 집 꽃병에 꽂구,

분수 꼭지를 뽑아다 저희 집 변소에 차려놓구,

페이브먼트를 다 날라다가는 저희 집 부엌 바닥을 깔구.

한국의 정치가들이 정치의 광장에 나올땐   자루와 도끼와 삽을 들고,

눈에는 마스크를 가리고 도둑질 하러 나오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착한 길가던 사람이 그걸 말리라치면

한칼에 그를 해치우는 거예요.

그러면 그는 도둑놈한테서 몫을 타는 것이지요.

그는 그 몫으로 정조를 사고,

돈이 떨어지면 또다시 칼을품고 광장으로 나옵니다.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빼앗기고 피 흘린   스산한 광장에 검은 해가 떴다가는

핏빛으로 물들어 빌딩 너머로 떨어져갑니다.

추악한 밤의광장.

탐욕과 배신과 살인의 광장.

이게 한국 정치의 광장 아닙니까? .................

 


                                                                              - 최인훈, <광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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