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시도하는 노인네를 붙잡고 차마...

권혁빈200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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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동역 PM 10:00

 

의자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던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옆에

한 노인이 자기 엉덩이를 바싹 가까이 붙이며 앉는다.

옆에 서서 가만 보고 있자니 조금씩 조금씩 자기 엉덩이를 더 들이대는 거다.

 

그러자 그 아이가 불쾌한 듯이 벌떡 일어났고

노인은 그 순간  그 여자아이의 엉덩이를 손으로 툭 치면서

"에이~ 그래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어" 이러는 거다.

 

`뭐야 이 영감... - -+'

 

잠시 후, 노인은 다시 몇 칸 옆의 의자에 앉아있는 어느 젊은 여자

쪽으로 가서 또 같은 짓을 한다.

이번에는 여자의 엉덩이를 치지는 않았지만

그 여자 역시 불쾌한듯이 일어나 저 쪽으로 재빨리 걸어가 버렸다.

 

난 계속 노인을 주시했다.

 

노인이 다시 자리를 옮긴다.

3번 째 역시 젊은 여자에게 그랬다.

이게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지하철 성추행.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은 곳에서 정말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 영감 확실하구나'

 

뭔가 속에서 끓어 오르며 참견하고 싶어졌다.

때문에 난 그 쪽으로 조금씩 발길을 옮겼고

4번째로 그 짓을 시도 하고 있는 그 노인 앞에 가서 섰다.

 

이번에는 60대쯤으로 보이는 할머니 세 분이서

얘기를 나누고 계셨는데

그 중 한 분의 허벅지 위에 자기 손가락의 반 정도를 대고 있다.

할머니는 모르시는지 그냥 계속 얘기만 하시는 거다.

 

 

나 : 할아버지 지금 뭐하세요

 

노인 : 뭐? 내가 뭘?

 

나 : 할머니. 이 분 아세요? 지금 여기에 손대고 있는 거 아셨어요? 

 

할머니 : 나도 느끼고 있었어요.

 

나 : 제가 주욱 보고 있었는데 이 할아버지 저쪽에서 부터

     여자들 옆에만 앉아서 이상 짓을 하네요.

 

그제서야 열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노인 : 뭐? 이놈이 지금 뭐래?

         (벌떡 일어나며) 너 뭐하는 놈이야.

 

나 : 나 학교 교사요. (실은 학원 강사요)

      나랑 같이 경찰서 좀 갑시다.

 

난 영감의 팔덜미를 잡아 끌고 나가는 곳 계단 쪽으로 걸었다. 

 

노인 : 그래 가보자.

 

구경이 났으니 사람들이 수근수근거리기 시작한다.

 

 

 

계단을 다 오르니 갑자기 이 노인의 당당했던 태도가 변한다.

 

노인 : 저기... 이거 잠깐 놓고 얘기 좀 해...

        내가 올해 일흔인데 지금 좀 취해서 그래.

        젊은이가 좀 봐주면 안되겠어?

        선생님이라면서 젊은 사람이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나 : 할아버지. 성추행은 바로 실형입니다.

      최소 1년 이상 징역이라구요 (사실 나 그런 법 모른다)

      빨리 가요.

 

노인 : 아니... 잠깐... 

         그래 그건 내가 아는데...

         내가 할멈도 없고 외로워서 그랬지...

         어쩌고 저쩌고...

 

나 : (이 영감아 내가 더 외로워)

      그래도 이건 아니죠.

      빨리 가자니깐요.

 

노인 : 한 번만 봐줘... 응?

        

 

그래서 결국 그냥 보냈다.

정말로 경찰서로 끌고갈 생각이었는데...

명함을 달라고 아부하는 모습이 좀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난 이 변태영감 때문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가 버린 셈이다.

 

 

노인을 밖으로 보내고 다시 돌아가니 사람들의 시선이 확 느껴진다.

뭐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을 보는 듯한 동경의 시선.

특히 어떤 여자는 눈에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까지 날 쳐다본다.

그 할머니들 옆에 앉아있던 여자였다.

 

눈이 마주친 게 좀 어색하길래 "조심하세요" 하면서 웃었더니...

그 여자도 같이 웃어주며 고개숙여 내게 인사를 한다.

 

 

이것이 건장한 깡패를 퇴치한 일이라면

영웅적인 용기라 할 수 있으므로

이런 시선을 받을 자격이 있겠지만...

 

난 단지 노망난 노인네의 비린내나는 추태를 꼴보기 싫어하는

내 개인적인 성격 때문에 나선 거였다.

뭐 동기야 어쨌든 왠지 영웅이 된 거 같아서 기분은 좋지만;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께 이 얘기를 해드렸더니...

 

"너 절대 그러지 마라. 그러다 칼에 찔려."

 

"그리고 누가 밑으로 떨어져도 구해주겠다고 대뜸 뛰어들면 안돼.

 그러다 둘 다 죽는 거야"

 

 

ㅡㅡ; 역시 어머니들 다우신 말씀.

 

 

 

 

 

 

 

 

 

 

 

* 하아... 이거 또 해명해야겠군요.

 

 그저께 밤 그 일을 겪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다이어리에 남겼던 얘기를 그대로 통째로 복사해 올린 글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슈토론란 성격에 좀 맞지 않는 혼잣말 형식의 글이 됐는데....

 

 (그냥 이슈게시판 지나가는  몇명 볼 사람이나 봐라 식으로;)

 

 광장 베스트로 추천되어 되어 많은 분들이 보셨네요.

 

 댓글들 보니 소설을 쓰네 어쩌네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건 아니구요 써있는 그대로의 얘깁니다.

 

그 피해 중학생 여자애는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던가... (그래서 자기 억울함을 막 손짓으로만...)

 

강동역은 마천과 상일 노선이 두 갈래로 나뉘는 곳이라서 할아버지를 올려 보내고 내려왔어도

 

구경했던 사람들 중의 절반이 아직 남아있을 수 있었다는 거...

 

글이 길어지게 때문에 이런 얘기들이 생략된 겁니다.

 

이제 소설 의혹이 풀리셨는지... ㅎ...  

 

아 그리고... 제가 멋있다고 쪽지까지 보내신 분들도 계시는데...

 

이런 일은 처음있었던 거고... 결코 멋진 사람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