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잠

강주희200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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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잠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아주 뜻밖의 내 자신을 발견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애 그런지 복숭아 넥타 생각이 간절하여 샌들을 꿰신고 근처 편의점에 갔다. 7월의 밤은 축축하니 서늘하고, 얄팍한 달이 부드럽게 밤하늘을 식히고 있었다. 늑대 인간은 아니지만 나는 옛날부터 달빛을 받으면 기운이 난다. 마음이 고요하고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심호흡을 한차례 했다. 공기가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밤은 마치 바다의 바닥 같았다.

 

첫 번째 모퉁이를 왼쪽으로 돌아 조금 걸으면 무논이 나온다. 나는 밤의 논을 바라보는 게 참 좋았다. 산듯한 연둣빛 물결이 바람을 확실하게 시각화시킨다. 그야말로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운 광경이다. 나는 멈춰 서서 두 손을 점퍼스커트 주머니에 질러 넣은 채 한동안 그 광경에 취해 있었다. 강한 서풍이 훑고 지나가자 마치 거품이 일듯 벼이삭이 사락사락 흔들렸다.

"아."

나는 내 귀에도 들리지 않을 만큼 희미한 목소리로 외쳤다. 바람이 일순 내 속을 휩쓸고 가버린 듯한, 온 몸이 텅 비어버린 듯한, 휑뎅그렁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이 7월이 달밤 아래 확연히 드러나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건 마치 내 영혼이 육체를 이탈하여 사락사락 거품이 이는 논 한복판에 떨어진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내 영혼은 젖은 이삭의 감촉도, 축축한 땅 냄새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것은 벌거숭이로 내던져진 영혼의, 속수무책으로 불안한, 끝끝내 불안한, 일순가간의 야간 비행이었다.

텅 비어버린 나는 아, 하고 소리 친 후, 영혼이 되돌아올 때까지 바보처럼멍하니 서 있었다. 울고 싶은 충동이 무섭도록 강하게 일었지만 실제로 울지는 않았다. 텅 빈 몸에는 눈물도 생겨나지 않는다.

 

고스케 씨가 보고 싶다.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모든 것이 서서히 허물어직 모양을 바꾸기 시작했다.

 

고스케 씨가 없는 나날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