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 (Bad Guy, 2001)

최다함2009.06.10
조회211

Korea / 2001 / 100min / 35mm / Drama
Director Kim Ki Duk 김기덕

Synopsis                                                                                        
 사창가의 깡패 두목인 한기(조재현 분)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대생 선화(서원 분)를 선망의 시선으로 뚫어지게 쳐다본다. 선화는 허름한 한기를 싸늘하게 쏘아보고, 한기는 홧김에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한다. 선화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한 한기는 계략을 꾸며 그녀를 창녀촌으로 끌어들인다. 계략에 말려들어 창녀가 된 선화의 방 거울은 밀실의 유리와 연결되어, 한기는 밀실을 통해서 매일 밤 서서히 창녀로 변해가는 선화를 지켜본다.

Review                                                                                         
 영화 는 김기덕의 작가이론을 가장 극대화시킨,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닐까? 김기덕의 영화에서는 폭력, 대립적 캐릭터와 그것들의 화해, 그리고 용서, 구원이 등장하는데, 는 대표적인 축약작이라 생각하는 바다. 이 영화는 그의 이전 작품인 과 상당부분 닮아있다.
 와 소재적, 주제적 측면에서 가장 닮아있는 작품은 -1998년 작품-인데, 전체적 구조를 비교하자면, 은 대립되는 두 인물을 제시하여 화해를 끌어내는 과정을 그려냈다면, 는 첫 째, 한 여인에서 대립되는 두 캐릭터를 제시한 후 그것들의 화해과정, 둘 째, 한기와 선화라는 대립되는 성, 대립되는 캐릭터의 원형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대립이라는 코드가 화해라는 코드로 전환된다는 주제적 측면에서는 동일성을 보인다. 김기덕은 이라는 작품에서 두 인물의 원형화의 과정이라는 딛고, 에서 한 인물에서의 대립과 화해를 보여주는 추가하여 한 층 더 나아간 접근법을 통해 좀 더 쉽게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이것이 가 상업적으로 그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자, 이제 의 서사구조를 살펴보자. 여대생 선화는 흰 옷을 입고 벤치에 앉아 그녀가 전공하는 미술학 서적을 들고 순수한 모습을 뽐내며 애인을 기다린다. 마초 한기는 자신과 대립되는 모습의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되고 그녀에게 강제키스를 한다. 주변의 야유로 인해 한기는 마초라는 자신의 타락한 본모습 그 이하의 평가를 받게 된다. 한기는 더 이상 추락할 공간도, 추락할 평가도 남아 있지 않다. 선화는 한기에게, 한기는 선화에게 경멸을 가지게 되고 한기는 결국 선화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선화는 결국 자신과의 다른 세계인 창녀촌에 들어오게 되지만, 선화는 매춘 행위를 거부한다. 여전히 한기는 관객에게 나쁜 남자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나쁜 남자 한기에게도 좋은 면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에서 창녀 진아의 내면은 순수한 여성이며, 그림을 그리는 예술행위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바다. 관객은에서의 한기 역시, 조직의 세계에서 의리 있는 남성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선화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지켜주려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 순수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관객이 한기에게 빠져드는 시점과 함께 선화 역시 한기에게 애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의리의 남자, 한기는 살인누명으로 교도소에 수감되고 그에게 면회를 가게 된 선화는 자신의 운명을 강제로 바꾼 한기에게 증오와 사랑의 목소리를 울부짖는다. 한기에 대한 선화의 감정은 분노와 증오에서 사랑의 감정으로 변하게 되고 한기는 선화의 시각에서 더 이상 나쁜 남자가 아니다. 나쁘지 않은 남자, 착한 남자로 인식이 전환된다.
 선화의 매춘행위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난다. 스스로 화려한, 혹은 야한 붉은 색의 옷을 입고 연분홍색의 가발을 쓰고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다. 타인의 강제적 행위가 아닌 스스로 택한 행위이다. 그녀의 흰 옷은 그녀의 몸에서 멀어진다. 순수했던 여자는 나쁜 여자가 되어가고 나쁜 남자와 순수했던 여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점이다.
  한기는 요술거울을 통해 선화를 바라만 보는 일방적인 사랑을 한다. 적어도, 선   화가 순수한 여자였을 때 까지는. 나쁜 여자의 선화는 거울을 깨고 나쁜 남자 한   기와의 키스를 시작한다. 이제 확실히 둘의 계급은 동일시되고 선화는 한기를 용   서한다.
  영화의 후반부는 도입부분에서 나왔던 같은 장소, 즉 벤치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상황은 정반대이다. 순수한 흰 옷의 선화는 더러워진 모습을 하고 나   쁜 남자와 함께 한 공간에 앉아있다. 이것을 극대화해주는 장면은 영화의 엔딩 장   면이다. 선화와 한기의 관계는 기둥서방과 매춘부라는 비정상적인 관계이다. 이는, 비윤리적이고 충격적인 상황이다. 영화의 초반부에 그려졌던 선화의 모습은 에서의 혜미와 닮아있었다. 첫 경험은 애인과 하고 싶다, 매춘행위의 반복된 거부. 그러나 그랬던 그녀에게 있어 이제 더 이상 매춘행위는 나쁜 것이 아니다. 에서 혜미가 매춘행위를 하게 되는 것처럼..
 영화에서의 결말은 알 수 없다. 동일시된 두 남녀가 한 트럭을 타고 먼 길을 떠나는 장면과 함께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어쩌면 선화와 한기는 둘 다 잘못을 범한 인물이다. 선화는 성에 대한 금기를 깼고 한기는 순수한 여자를 나쁜 여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둘은 신이 구원해준다. 심지어 창녀가 된 선화와 신(성모마리아)을 동일시하고 있다. 간음한 여자를 돌로 치려는 사람들에게 예수는 죄가 없는 사람은 돌을 던져 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도 돌을 던지지 못했다. 이는 마태복음 8장에 나오는 성경의 내용으로 매춘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음을 말하고 있다.
 는 신분에서의 경계를 무화시키는 영화이다. 비슷한 신분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남녀 중 하나의 신분이 다른 신분에 맞춰져야만 한다. 그러나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고, 상승의 기질이 보이지 않는 한기가 추락할 공간이 상당한 선화의 신분을 추락시킴으로써 사랑을 이루어낸다. 이것이 에서의 나쁜 남자의 역할이지만 나쁜 남자는 나쁜 여자까지 만들어내고, 나쁨은 타고난 운명이 아닌 일순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주제성을 드러낸다. 선화와 한기는 나쁨의 구원자를 찾아 여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감독은 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도덕이나 윤리가 지닌 사회적 통념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작성자: 최다함

저작권자 ⓒ 최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