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만 잘 활용해도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

임민정200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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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만 잘 활용해도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뇌의 측두엽에 병소가 있어 경기를 할 징조가 있다든지, 알츠하이머병, 정신분열증 환자들에게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날 때 종종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호소한다.

안타깝게도, 향긋한 냄새보다는 시체나 쓰레기, 고기 타는 냄새 등을 주로 맡는다. 사람의 감정과 대인관계의 미묘한 측면을 관장하는 측두엽의 안쪽이 후각 중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후각에 따라 사람의 감정도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불쾌한 시각이나 청각보다 피나 배설물, 부패한 쓰레기 같은 불쾌한 후각에 사람들이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못 견디는 까닭이기도 하다. 천국처럼 아름다운 무릉도원은 꽃과 과일 향이 가득한 곳이고, 신선이나 천사가 나타날 때 알 수 없는 그윽한 향기가 주위에 퍼진다는 식의 묘사는 후각이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보다 보편적인 원형체험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극단적으로 불쾌하거나 향긋하지는 않더라도 사람마다 독특한 향기가 있다. 특정한 향수나 화장품 때문만이 아니라, 나이, 갖고 있는 질병, 생활방식 등에 따라 냄새가 달라진다. 당뇨나 간질환, 암이나 염증 등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는 역한 냄새가 나서 중환자가 많은 대형 병원 입원실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데 한몫을 한다.

각각의 집에도 독특한 냄새들이 스며들어 있다. 한약을 먹는 집, 부침개를 많이 해 먹는 집, 된장이나 청국장, 생선을 좋아하는 집 등등, 음식의 기호에 따라 집이 품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요리를 안 해 먹어도 강아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 남자만 사는 집과 여자만 사는 집의 냄새가 또 다르다. 요리법이 다르고 체질이 달라서인지 집에 밴 냄새만 갖고도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알 수도 있다.

그중 인도인의 카레, 한국인의 김치와 청국장, 마늘, 베트남의 샹차이(고수) 느억맘, 서양인들의 버터와 치즈 냄새 등의 향신료 냄새는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어머니 요리의 냄새가 아무리 구수해도 자주 환기를 하지 않으면 퀴퀴한 냄새가 집 안 전체에 배서 집안 분위기도 가라앉는 경우도 많다. 식사를 하면서 촛불을 켜거나 제사나 미사, 불제를 지낼 때 향을 피우는 풍속은 낭만적이거나 장엄한 분위기 때문만은 아닐 것 같다.




냄새가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
인간은 후각 기능이 비교적 퇴화되어 냄새에 대해 동물처럼 의식적으로 민감하지는 않다. 그러나 측두엽이 냄새에 다양하게 반응하는 것이 관찰되므로, 무의식적으로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아로마테라피나 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특정 향이 어떤 증상에 좋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아직 주류 의학계에서는 그와 같은 세밀한 검증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으로 모든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물론 지나친 주장이지만, 한 집안의 주부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냄새 관리에 신경 쓴다면 보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먹고 살기 편안한 선진국일수록 쓰레기나 음식 관리에 철저해서 빌딩이나 집 안에 향기로운 냄새가 항상 나게 하도록 하고, 후진국일수록 냄새에 둔감해서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그 나라의 소득수준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득은 어쩌면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 자체를 우아하게 바꾸는 게 아닐까 싶다. 시각만 디자인할 것이 아니라 도시의 후각도 같이 새로 디자인할 수는 없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