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이훈200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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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2005.12.19 펑점 인상깊은 구절 왜 아프리카인이 아닌 유럽인이 세계를 정복했을까? 왜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아닌 서유럽인들이 세계를 정복했을까?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왜 아프리카인이나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폴리네시아이 아닌 서유럽이 세계를 정복했던 것일까?

 

  이 책을 여는 순간 서유럽 사람으로서 이렇게 도발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자기 반성에 철저한 사람이야 말로 가장 위대한 존재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왜 유럽인들, 그것도 백인들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은 분명하다. 그것은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운명과도 같은 환경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환경으로 인간의 삶이 모두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그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은 분명 전 인류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지식을 동원한다. 

 

  주장의 핵심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서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인, 아메리카인 등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직접적 이유는 총과 말로 대표되는 발달된 무기, 전염병, 발달된 정치 조직, 대양을 항해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문자의 존재다. 그러나 왜 서유럽인들에게만 이런 것들이 있었는가? 왜 잉카인들의 전염병은 서유럽인들을 죽이지 못했던 것일까? 왜 그들에게는 서유럽인들만큼 발달된 정치 조직이 없었는가? 왜 아프리카인들에게는 대양을 항해할 수있는 배가 없었던 것일까? 왜 그들에게는 문자가 없었던 것일까?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식량생산에 있다. 거대하고 복잡한 정치조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비생산자들(정치인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잉여 식량이 존재해야 했다. 잉여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식량 생산이 필요했는데, 결국 떠돌이 생활이 아닌 한 곳에 머무는 생활을 해야 했다. 또한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육식도 대규모로 필요하게 되었는데, 가축을 기르는 기술이 이 때문에 발생하게 되었다. 인간에게 존재하는 전염병은 대부분은 인간이 기르던 가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볼 때 식량생산을 위한 가축 기르기는 전염병을 만들게 된 원인이 되었다. 문제는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에 비해 유라시아 대륙에서 식량생산이 가장 먼저 발생했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농사를 지을 만한 식물의 종류나 가축화 할 수 있는 대형 동물의 종류가 유라시아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아프리카에 많은 동물이 살기 때문에 가축화 할 수 있는 동물이 많을 듯하지만 가축화 할 수 있는 동물의 특징 때문에 아프리카는 동물만 많을 뿐 가축화 할 동물은 거의 없었다.

 

  이렇듯 환경적인 이유로 유라시아 대륙에 살았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식량생산을 할 수 있었고 나아가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더군다나 유라시아 대륙은 거대한 대륙이 동서 축으로 비슷한 기후를 가지고 있고 문명을 전파를 방해할 만큼 큰 자연적 원인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각 문명끼리 서로 갈등과 대립이 많아서 전쟁의 기술이 발전하게 되고 서로 문명과 문화를 나누어서 함게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에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은 남북 축으로 대륙이 길게 늘어져 있기 때문에 위도 상의 문제로 식량을 생산하거나 가축화 된 동물을 전달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문명끼리 만나고 싶어도 자연적인 장애물(아프리카는 사하라 사막, 아메리카는 거대한 산맥과 밀림들) 때문에 문명끼리 서로 거대한 전쟁을 하지도 않았고 문명을 서로 전파하며 도움을 주지도 못했다.

 

 그러므로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인이 아니 서유럽인들이 세계를 지배했던 것은 각 대륙의 환경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의 환경적인 요인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폴리네시아인들은 소와 같은 대형 가축을 기르기가 힘들고 아프리카인들은 벼농사를 짓는게 힘들다. 대규모로 식량생산이 불가능하므로 많은 인구가 거주하기도 힘들고 거대한 정치조직이 발전하기도 힘들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은 이렇다. 6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의 책에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근거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다. 교양도서의 수준이므로 결코 어렵지 않다. 쉽게 읽으면서도 놀라운 생각을 배울 수가 있다. 물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은 최초의 인류 사회가 어떻게 차이가 생겼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지만 오늘날 중국이 거의 최초의 문명국이며 유라시아대륙에 존재하면서도 왜 서유럽 세력에게 힘을 못쓰는 것까지는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중국의 공동체적 성격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설명히 안 된다. 어째서 공동체성격이 개인주의적 성격보다 뒤쳐지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환경적으로 거대한 땅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의 국가 안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기 쉽도록 되어 있으나 서유럽은 근대에까지 뿔뿔히 흩어져 있을 수밖에 없도록 환경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공동체 의식이 형성된 것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더군다나 오늘날 중국이 점차 세계의 지배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며 단순히 환경적인 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물론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환결 결정론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그를 추궁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환경적인 것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환경이라는 단일한 요소로 현상을 이해하려는 환원적인 생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자연과학에서는 이미 원자 또는 쿼크 나아가 초끈이라는 하나의 요소로 모든 물리적,화학적, 생물학적 현상을 설명하려는 환원주의적 탐구 태도가 시도되고 있지만 인류학에서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이 가능한지는 더 탐구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