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있는 여행지 - 주산지, 산정호수, 우포늪.

이충근2009.06.19
조회2,897

노 나라에 죄를 지어 다리를 잘린 왕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제자가 공자의 제자만큼 많았다. 공자의 제자가 그 까닭을 묻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흘러가는 물에는 비춰 볼 수가 없고 고요한 물에 비춰 보아야 한다. 오직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 - 장자(莊子) 덕충부편(德充符篇)
말 한마디에 세상이 시끄럽고, 이에 따라 사람들 마음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중심을 잡아야 할 마음이 흔들리니 더 불안하고 세상은 혼란스러워진다. 이럴 때 턱 마음을 내려놓고 평안을 찾고 싶다면, 고요한 물, 호수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호수가 있는 여행지 - 주산지, 산정호수, 우포늪.


‘왕버들 아래 신비한 고요함’ - 경북 청송 주산지

 

하늘을 향해 왕버드나무가 꼿꼿이 가지를 펴고 있다. 수면 위로도 왕버드나무 또 한그루가 물속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다. 어쩌다 불어온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수면, 그게 주산지에서 볼 수있는 움직임의 전부다.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적막하기 그지없는 깊은 주왕산 뒤에 위치한 주산지는 제방길이 100m에 둘레 1Km로 학교운동장 크기에 불과한 조그마한 인공 저수지지만 아무리 가물어도 단 한번도 바닥까지 물이 마른 적이 없는 신비한 호수다. 주산지는 원래 사진작가들에게만 알려진 최고의 출사장소였지만, 영화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가만히 모습을 고요한 수면 위에 비춰보면 수면 위, 그리고 물 속 깊숙한 곳에서 쌍둥이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선명하게 모습이 투영된다. 투명함이 마음 속까지 꿰뚫어 살짝 부끄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산지 북쪽 둘레에는 산책로가 있다. 굴참나무, 굴피나무, 망개나무 잎 등 주위에서쉽게 접할 수 없었던 특이한 종류의 나무들이 많다.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다.

●호수가 있는 여행지 - 주산지, 산정호수, 우포늪.


‘산속의 우물’ -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병풍같은 웅장한 명성산을 중심으로 망봉산과 망무봉이 둘러싼 곳에 산정호수가 있다. ‘산속의 우물과 같은 맑은 호수’라고해 이름 붙은 산정호수는 1925년, 주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된 저수지가그 출발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저수지였지만 주변경관이 수려하고 수도권에서 가까워 관광지로 개발됐다.

최근에는 수상 레포츠가 개발되고 인근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고요하고 환상적인 느낌은 빛이 바랬다. 하지만 새벽이나 저녁나절 옛날의 고요한 모습을 잠깐 맛볼 수 도 있다. 특히 산정호수의 자랑은 봄, 가을에 아침ㆍ저녁 피어오르는 호수의 물안개.호수 주변을 뒤덮는 물안개 속에 빠져들면 몽환적 분위기가 동화적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해질 무렵에는 호수 위에 일엽편주를 띄우면 아무나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나올 만큼 멋있다.
호수주변의 산책로는 연인들이 밀어를 나누며 걷기도 좋지만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건강 산책 코스로도 아주 적합하다. 산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저절로 삼림욕도 되는코스다.

●호수가 있는 여행지 - 주산지, 산정호수, 우포늪.


생명을 잉태하는 자연의 자궁, 경남 창녕의 우포늪 

 

“어? 여기가 늪이야? 호수아니야?” 늪이라면 진흙 수렁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우포늪은 색다른 충격을 안겨준다.고요한 수면이 펼쳐진 모습은 여느 호수와 다를 바 없다. 단지 수심이 좀 얕을 뿐이다. 깊이가 5m 이상이면 호수지만 우포늪은 보통 수심이 2m 이하다.
무려 1억 4000만년 전에 조성된 자연의 자궁. 이곳에서 수많은 미생물들이 출현했고,서로 DNA를 교환하며 성장했다. 사람도 이런 늪지의 영향을 받으며 생활해왔다.

우포늪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기대어 산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물 위의 초원’ 은 무려 70만평에 이른다. 가시연꽃, 부들, 붕어마름 등 이름도 예쁜 수생식물들이 입구부터 죽 늘어서서 처음으로 늪을 찾는 도시인들에게 신비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다. 이런 물풀은 자연이 낳는 생명고리의 밑바탕이다. 그 틈에 개구리가연잎 위에서 햇살을 즐기고, 붕어는 늪의 어느 귀퉁이에 알을 낳을 것이다. 수생식물 34종, 수서곤충 35종, 조류 350종 이상이 지금도 고요한 우포늪에서 살고 있다.1억 4000만년의 신비가 남긴 고요속에서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중증 ‘도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