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똥파리-

김영규200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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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의 남자를 응시해 보라.

세상의 모든 때를 짊어지고 쭈그려 앉아 담배 연기를 내뿜는 저 남자의 표정에서 당신은 도대체 어떤 느낌을 받는가?

 

저 함축적인 카피 문구는 감독의 창작이었는지 제작사의 창작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영화를 대변하는 최고의 표현이다.

 

주인공 상훈은 용역깡패 노릇을 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양아치다.

어린시절 겪었던 참담했던 가정사에 의해 인생의 막장을 살아가고 있는 말그대로 양아치의 모습이다.

 

그가 하는 대사의 대부분이 욕설이고, 그가 표현해내는 표정과 몸

짓은 영화 제목과 같이 똥파리처럼 지저분하고 너저분하다.

 

 

 

 

 

 

세상은 엿같고...

상훈에게 세상은 엿같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참한 가정폭력을 경험한 어린시절은 참담함 그 자체이다. 세상의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요소인 가정에서조차 버림받은 상훈에게는 가정을 넘은 세상은 엿같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의지할 곳이 없다.

 다만, 우연히 마주친 여고생 연희를 통해 서로의 고통을 공감할 뿐이다.

 상훈은 용역깡패다.

그래서 무허가 포장마차를 때려 부수고, 사채를 쓰고 돈을 갚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폭력을 행사해 돈을 받아낸다.

 상훈에게 정의와 진리는 요원한 환상일 뿐이다. 그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욕설과 폭력 뿐이다.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

상훈 자신의 삶을 통째로 망가뜨린, 그래서 죽도록 증오하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상훈은 어린시절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늙고 지친 아버지에게 똑같이 욕설과 폭력을 대물림한다.

"패륜"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의 행위는 현시대의 가장 처절한 가정의 모습을 그대로 스크린에 투영한다.

 상훈이 유일하게 소통하는 연희 또한 무너진 가정에서 자란 장녀로 등장한다.

 상훈과 연희는 구구절절한 개인사를 주고 받지 않지만 영화 중반 강변에서 연희의 무릎을 베고 누운 상훈이 처절하게 흐느끼는 모습을 보며 연희도 함께 울음을 터트리는 신에서 둘의 소통과 공감을 엿볼 수 있다.

 

 상훈에게는 이복누나가 있고 그의 아들 형인이 있다. 죽도록 증오하는 아버지의 핏줄을 통해 이어진 질긴 인연이지만 이복누나 또한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이혼하고 싱글맘으로 어린 형인이를 키우고 있다.

 상훈은 어쩌면 형인이를 통해 자신의 어린시절을 재생산하고 똥파리 처럼 너저분한 자신의 현실이지만 형인에게는 재미있고 좋은 삼촌으로 등장하고자 하는 상훈의 노력이 영화 곳곳에서 엿보인다.

 

 가정의 파괴를 통해 똥파리처럼 살고 있는 자신이지만 결국 가정의 회복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아픔 또한 치유해 낼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일까?

 

 

 

 

 

폭력의 대물림과 재생산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 막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상훈과 연희가 그렇고, 상훈이 찾아다니며 폭력을 행사하는 사채 이자를 가진 인물들이 그렇다.

영화라는 매개는 드라마와는 달리 만든 사람의 가치관과 시대상의 반영이 훨씬 정직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영화 똥파리의 시대 묘사는 처절하게 아프고 당황스러울만큼 사실적이다.

 

 폭력에 노출된 개인은 그것으로 인해 받았던 고통을 그대로 답습하기 마련이다. 가정폭력이 있었던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자신이 꾸린 가정에서 또 다시 폭력을 대물림한다는 것은 너무나 많이 알고 있는 현실이다.

 

 누군가 개입해 끊어주지 않는다면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이러한 폭력의 대물림과 재생산은 영화 전반의 메세지다.

 

 결국, 해결책은 가정의 회복인데 감독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둔 것일까?

 

 

 

 

독립영화... 세상과 소통하다.

이 영화 주인공 상훈은 영화 감독 양익준이다. 처음에는 독립영화다보니 제작비 절감을 위해 감독이 주연까지 했구나 생각했는데, 양익준 감독은 이미 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였다.

"박쥐", "마더"와 같은 메이져 투자사의 투자도 없었고, 배급사도 없었기에 상영한 극장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많은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았고 12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단지, 외국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자체가 가진 소통의 메커니즘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욕설이 난무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폭력이 난무하지만 결코 천박하지 않은 탄탄한 내용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는 결코 직면하고 싶지 않은 현실의 비루한 막장을 그대로 소통하게 한다.

 

 이 영화로 일약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오른 양익준씨가 여느 메이져 감독과 같은 행보와는 다른 또 다른 똥파리와 같은 영화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