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정희찬200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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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한 가정의 아파트 거실을 옮겨 놓은 듯, 무대 정면에는 응접 테이블과 소파 그리고 양쪽 벽면에는 두 대의 피아노가 있다. 그리고 무대의 배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창문 밖에는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얼마 전, 오른손의 신경마비증세 악화로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어, 음악선생을 그만 둔 한 남자는 자신의 40회 생일을 맞이하여 앞치마를 두르고 청소를 하고 있다. 지난 15년 전, 그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2남2녀의 장남으로 자신의 결혼도 포기한 채, 지금까지 그는 실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헌신적으로 동생들을 뒷바라지를 해왔다.


막내인 남동생은 고교시절 피아노 대회에 입상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어, 그는 동생을 피아니스트로 만들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동생은 음대에 다니다가, 돌연 군대에 가더니, 제대하자마자 가출해서 7년째 소식이 없고, 결혼한 두 여동생들은 각기 사정으로 올 수 없다는 핑계의 전화가 걸려온다. 실망한 그는 혼자 집에서 잠든다. 그런데 그날 밤에 가출해서 외항선을 탔던 막내 동생이 돌아왔다. 그는 동생을 반갑게 맞이하고, 외항선을 타면서 남동생은 왼손을 다쳐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사실을 모른 채, 그에게 다시 학교에 복학해서 다시 피아노를 공부하도록 설득한다.


두 형제는 오랜만에 만났지만, 서로의 상처를 숨기고 이룰 수 없는 동생의 피아니스트의 꿈에 대한 언쟁으로 다투게 된다. 결국 두 형제는 서로 피아노를 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절망하게 된다. 그때 주소지를 잘못 알고 두 형제가 있는 아파트에 찾아온 결혼이벤트 여직원이 등장하면서, 그녀는 동생과 함께 형의 늦은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춤과 노래를 부르며 화해의 길이 모색된다. 마침내 두 형제는 두 대의 피아노에 각각 앉아서, 형은 동생의 왼손이 되고, 동생은 오른손이 되어 피아노를 합연하면서 연극은 막을 내린다. 이 뮤지컬은 상처를 지닌 두 형제가 서로의 마음을 합쳐 불행을 극복하고, 가정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이 뮤지컬은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뿐만 아니라, 어느 가정이나 있을 수 있는 가족들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친근한 소재와 주제가 좌중의 관객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내었다. 그러나 이 뮤지컬은 문학 작품성에서 하근찬의 <수난이대>의 아류작에 불과하다. <수난이대>는 일제강점 하 강제로 징용에 끌려가서 노역을 하다가 팔을 잃은 아버지 박만도와 6.25전쟁에 참전하여 다리를 다친 아들 박진수가 2대에 걸친 시대의 아픔과 두 세대 간의 갈등을 상징한다. 그러나 두 부자(父子)가 서로의 팔과 다리가 되어 그 아픔과 갈등을 극복해 나간다는 설정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 관람료보다 비싼 이 뮤지컬을 통해, 관객들은 일반 통속적인 문화에서 얻을 수 없는 진솔한 가족의 이야기와 음악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예술적 감동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예술은 인생의 모방이고, 탈출구이며, 해결안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예술을 통해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을 탈출했다가, 다시 자신의 위치를 찾고, 해결안의 장소로 되돌아오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된다. 나는 이 뮤지컬을 보면서, 단순한 관객의 입장이 아닌, 작가의 입장에서 예술과 인생 그리고 역사적 시야의 넓고 좁음을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예술은 힘이다. 나에게 공짜티켓을 보내준 지인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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