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자세 by 김형경

강은미200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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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듯 우리는 이별에도 서툽니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관계이고,
두 사람만의 내밀한 영역을 공유하며,
상대를 위해 모든 것을 해줄 듯 굴었던 사람들이
이별할 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잔인하고 파괴적으로 행동합니다.
그 가학성의 정도가 마치 사랑의 크기와 비례하는 듯 공격성을 정당화합니다.
지난 시간과 추억들을 폐허로 만든 후
다시는 돌아보지도,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않는 것을 이별의 완성이라고 여깁니다.

사랑의 개념에 오류가 있듯 이별의 개념도 잘못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별이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맺었던 특정인과의 특별한 관계를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거두어들이는 일에 불과합니다.
물론 그 관계가 업무적 계약 관계와는 달리 감정적 잔해들을 남기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과 상대를 동시에 파괴해야만 결판나는 일은 아닙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퀴블러 로즈 박사는 애착을 박탈당한 사람은
분노·부정·타협·우울·수용의 다섯 단계 감정을 겪는다고 설명합니다.
아침빛과 커플님은 애착을 박탈당한 직후의 분노 상태에,
버드나무님은 상대가 떠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정 단계에,
새소리님은 상실감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애도하는 우울 단계에 있는 듯 보입니다.
모두 이별할 때 느끼는 정상적 감정이며,
반드시 겪고 넘어가야 하는 심리적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그 과정을 의식적으로 이행하는 것, 그 고통의 의미를 인식하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우선 명심해야 할 점은 이별을 통보받는다고 해서
당신의 존재 전체가 거절당하거나 존재 자체가 박살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저 하나의 관계가 끝났을 뿐이며,
당신은 여전히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둘째, 어떤 이별이든 그것은 당신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이 무언가 잘못했기 때문에 그가 떠났으며,
당신이 더 잘하면 그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유아기의 아기가 냉담한 엄마에 대해 가졌던 감정의 잔해입니다.
설혹 당신이 잘못했더라도,
갈등을 조절하고 해소할 줄 모른 채 일방적으로 관계를 단절시켜 버린 것은
명백히 떠난 사람의 문제입니다.

 

셋째, 분노의 감정을 잘 조절하세요.
애착을 박탈당하면 생애 초기부터 내면에 축적되어온 단절과 이별의 경험들이
한꺼번에 자극당하면서, 동시에 내면의 오래된 분노 역시 한꺼번에 솟구쳐 오릅니다.
그래,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자각하지 못한 채 무의식의 분노까지 표출하여
상대에게 잔인하게 굴게 됩니다.
오직 이 관계에서 느끼는 분노만을, 그것도 적대감 없이 상대에게 표현하도록 하세요.

 

넷째, 그 모든 감정을 충분히 체험하세요.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도피하거나 쉬운 위안을 찾지 말고
내면의 파괴적인 분노, 숨쉬기 힘든 우울, 환상 속에 그를 살려두는 미련의 감정들을 직면하세요.
그 과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지나와야 심리적 문제가 남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래 된 분노·불안·우울의 증상들이 함께 치유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섯째, 모든 사랑은 ‘남는 장사’입니다.
사랑은 제대로만 하면 지성·감성·정신 영역에 ‘대박’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물론 그 장사에는 지금 당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이별의 영역도 포함됩니다.
사랑에서 이별까지, 풀코스 정식의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게 해준 그에게 감사하고,
그의 행복을 빌어주세요.
그런 다음 한층 업그레이드된 마음으로 새로운 사랑을 맞이하세요.

 

 

김형경/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