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의 관계

노현주200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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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무뚝뚝한 분이다. 아니 아이 같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오래 전 고막 수술을 받아서 보청기를 껴도 말소리를 잘 못 알아들으신다.

거기다 술과 담배를 무척 아끼셔서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병이 나신다.

그런데 얼마 전 종합검사를 받았는데, 당장 술과 담배를 끊지 않으면 경동맥이 위험하단다.

거기다 위에 구멍이 나서 조심하지 않으면 큰 병으로 발전한단다.

하지만 아버진 술과 담배 없이 어떻게 사느냐며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셨다. 하기야 삼십 년 넘게 아버지의 친구였으니...

답답한 일이 있을 때마다 담배를 피우시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우리 남매가 어렸을 적에도 방이며 베란다며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거의 매일 술을 드셨다.

그런 아버지를 우린 자식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며 비난했다. 엄마 역시 잔소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는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다른 건 신경 안쓰신다. 워낙 엄마가 알아서 챙겨준 덕분이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행복해지고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나서 이때까지 엄마 앞에서 큰소리치는 걸 본 적이 별로 없고, 사십 년 가까이 매일 아침 조기 축구를 하고 있고

거기다 친구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정이 많아서 때론 지나칠 정도로 퍼주기도 한다.

암튼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다른 아버지처럼 더 많은 능력을 가지지 못한 아버지를 원망한 적도 있다.

이젠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조금씩 닮아가는 나. 엄마와 다툴 때면 엄마보다는 아버지 편을 드는 게

단지 내가 아버지를 많이 닮아서일까. 아니면 항상 기죽어 지내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 때문일까.

비록 남들처럼 다정하게 얘기를 주고 받진 않지만, 서로 연락도 잘 안 하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말없는 사랑. 그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아버진 온 몸으로 보여주셨다. 그리고 먼 훗날 자식을 낳으면 나도 아버지처럼 자식을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때론 무관심으로 비쳐질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