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떤 사랑을 했어? 당신의 질문에 대해, 나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고 본능적으로 판단한다. 포즈가 길어지면 안 돼. 그럼 무거워져. 그냥, 여러 가지로. 이런저런. 당신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다지 궁금할 것도 없을 거야, 나에 대해서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당신의 표정을 살핀다. 그리고 그 평화로운 얼굴에 곧 실망한다. 첫사랑은 대학에 입학한 그해 오월에 만났다. 고백을 하고 받고 할 것도 없이 공식적인 연인관계가 되어버렸다. 성급하게 만들어진 관계였던 탓인지 나에게는 늘 피해의식이 있었다.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사랑하는 게 아니야, 그냥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아이 하나를 액세서리처럼 곁에 두고 싶은 것뿐이야, 그런 심정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었고 그런 말을 들은 기억도 없다. 이 년이 지난 후에 두 해 후배인 남자에게 애틋한 고백을 받았다. 첫사랑과 헤어질 생각은 없었지만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는일이 너무 달콤해서 그 후배를 피하지 않았다. 결국 모든 것이 들통 나고 모두 가슴이 아파졌다. 첫사랑은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를 떠나보냈다. 우리에겐 미래가 없어. 나의 통보를 받은 후배는 입대를 했다. 그 이후로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나는 어떤 사랑을 했을까, 그런데. 남자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마음을 완전히 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언제나 문 뒤에 숨어서 반쯤 열린 문틈으로 손을 내밀어 불안하게 그들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언제라도 마음이 변하면 쾅, 하고 문을 닫을 수 있도록. 누군가 그 문을 강제로 열려고 하면 나는 도망쳤다.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할 수 없어. 나에게 다가오지 마. 나의 삶을 침범하지마. 나는 지금까지 너 없이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은 곳을 향해 걷는 것, 그런 건 너와 같이 할 수 없어. 나름대로 매듭을 잘 지어왔다고 생각한다. 헤어질 때마다 이제 우리는 연인이 아니라고 언제나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절망한 사람도 있었고 다시 생각해보지 않겠느냐고 애원한 사람도 있었지만 화를 낸 사람은 없었다. 이별 후의 고통이 심장을 파고들 때도 있었고 긴 세월 동안 잊히지 않는 추억도 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러니까 잘해온 거다, 나는. 황경신의 사랑동화 '종이인형'
황경신의 사랑동화 '종이인형'
너는 어떤 사랑을 했어?
당신의 질문에 대해,
나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고 본능적으로 판단한다.
포즈가 길어지면 안 돼. 그럼 무거워져.
그냥, 여러 가지로. 이런저런.
당신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다지 궁금할 것도 없을 거야, 나에 대해서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당신의 표정을 살핀다.
그리고 그 평화로운 얼굴에 곧 실망한다.
첫사랑은 대학에 입학한 그해 오월에 만났다.
고백을 하고 받고 할 것도 없이 공식적인 연인관계가 되어버렸다.
성급하게 만들어진 관계였던 탓인지 나에게는 늘 피해의식이 있었다.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사랑하는 게 아니야,
그냥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아이 하나를 액세서리처럼 곁에 두고 싶은 것뿐이야,
그런 심정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었고 그런 말을 들은 기억도 없다.
이 년이 지난 후에 두 해 후배인 남자에게 애틋한 고백을 받았다.
첫사랑과 헤어질 생각은 없었지만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는일이 너무 달콤해서
그 후배를 피하지 않았다.
결국 모든 것이 들통 나고 모두 가슴이 아파졌다.
첫사랑은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를 떠나보냈다.
우리에겐 미래가 없어. 나의 통보를 받은 후배는 입대를 했다.
그 이후로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나는 어떤 사랑을 했을까, 그런데.
남자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마음을 완전히 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언제나 문 뒤에 숨어서 반쯤 열린 문틈으로 손을 내밀어
불안하게 그들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언제라도 마음이 변하면 쾅, 하고 문을 닫을 수 있도록.
누군가 그 문을 강제로 열려고 하면 나는 도망쳤다.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할 수 없어. 나에게 다가오지 마. 나의 삶을 침범하지마.
나는 지금까지 너 없이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은 곳을 향해 걷는 것, 그런 건 너와 같이 할 수 없어.
나름대로 매듭을 잘 지어왔다고 생각한다.
헤어질 때마다 이제 우리는 연인이 아니라고 언제나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절망한 사람도 있었고 다시 생각해보지 않겠느냐고 애원한 사람도 있었지만
화를 낸 사람은 없었다.
이별 후의 고통이 심장을 파고들 때도 있었고
긴 세월 동안 잊히지 않는 추억도 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러니까 잘해온 거다, 나는.
황경신의 사랑동화 '종이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