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자는 게 죄가 되는 사회.

오준규200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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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엔, 공권력이 투입되었습니다.


그간 사측 임직원들과, 강제동원된 "산 자들" 즉 비해고노조원들로 구성된 구사대가

용역깡패들과 함께 바리케이드를 뜯어냈고

뜯어낸 울타리 안으로 구사대가 진입했고, 용역깡패들은 "외부인" 즉 연대단위들의 진입을 막으려

주차장을 줄지어 봉쇄했습니다.

공권력 그러니까 전경대는, "노노갈등"으로 인한 유혈사태를 막아 주겠다는 빌미로

이들을 따라 점령군처럼 밀고들어왔겠지요.

구사대는 이미 옥쇄파업대오의 최후농성장인 도장공장을 제외하고는

공장을 거의 장악한 셈이 되었습니다. 경찰측의 헬기도 상공에 낮게 떠서 공권력을 과시했지요.

도장공장만은 인화물질로 가득한 곳이어서, 폭력진압 경험이 부족한 "민간인"들로서는

건드리기 어려운 최후의 보루였을 겁니다.

공권력은 내일 즈음해서 농성대오를 강제해산하려 나설 듯하다는 보도가 있었구요.


노조의 지침이라면 충실했다던 쌍용차 어떤 조합원은

"둘째 딸의 대학 입학까지는 잘리지 않아야 한다"며

사측 관제데모에 동원되면서 동료들을 배신하고 있다는 죄책감과, 사측의 집요함이 부른 스트레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범적 사회인으로서의 존재를 가름해 주는 준거로서 대학 졸업장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키겠다는 욕심(?)이 누군가를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람이 살겠다는 의지 자체가 죄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라는 뜻이겠지요.


비단 쌍용차 문제만 보지 않더라도, 요즈음엔 정말이지

먹고 살자는 게 죄가 되는 사회, 아니 먹고 살아보자는 걸 죄로 만드는 사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직에 몸담아 보자니, 언제든지 옷을 벗을 각오를 하거나

그럴 자신이 없다면 정권과 자본의 철옹성 앞에 영혼을 팔아야 하고

관리직으로 펜대를 굴리자니, 기름밥 먹는 노동자를 앞장서 밀어내는 자본의 개가 되어야 하고

기름밥을 먹어 보자니, 자본과 국가의 실책, 나아가 경제위기라는 자기책임없는 비극 앞에

생계와 직장을 잃고 좌익폭도가 되거나

운수 좋게 임금삭감과 복지 정도로 끝나 산 자로 남게 되면, 이젠 어제의 동료를

낭떠러지 끝에서 밀어내야만 합니다.

비약이라면 비약이겠습니다만, 그 어떤 길로도 이 체제와 이 사회에선

"죄"를 저지르지 않고는 사람이 사람으로 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의 생계 앞에 어제의 동료를 밀어내게끔 떠밀리는 것은

죄악이라기보다는, 노동과 시간을 지배당하는 자로서의

가족을 위한 눈물어린 선택이겠지만, 그래서 죄라는 표현은 사실상 가혹한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이 모든 게, 자본주의와 그 독생자 경제위기가 불러온 비극일까요,

아니면 한반도를 아직도 지배하는 매카시즘과 경제제일주의 집단광기가 낳은 불량정권의 치적일까요,

전 둘 모두라고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이에 맞선 우리의 대안 역시

한 걸음씩, 하지만 둘 모두에 단번에 맞서는

그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파야당이 요구하는 틀대로, 후자만을 우리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기에는

지난 10년간 노동자농민 노동대중을 향한, 정책과 독점폭력 양대 폭압이라는

역사를 잊어버린 피지배계급의 오류를 다시 범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