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문] 지금 어느 때보다 이런 주제의 영화들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다.

서동범200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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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주로 KBS에서 심야시간 대에 중국 드라마를 간간히 방송했는데, 요즘은 왜 그런지 편성되지 않아 아쉽다.

내가 견자단을 처음 본 것은 KBS에서 방송해주었던 <견자단의 정무문>이었다.

내용은 일본에 대항하여 무술로서 중국의 자존심을 지켜나간다는, 우리나라의 김두한과 비슷한 캐릭터였는데 상당히 재미있었고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는 <신유성호접검>에서 의붓 누나를 사랑하는 도도한 무사로 열연하여 그의 카리스마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술감독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이연걸과 더불어 무술인이자 배우이다.

그런 그가 '영춘권' 이라는 중국무술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출연했으니, 비슷한 류의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대충 내용이 어떨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견자단의 카리스마는 식상한 주제를 가진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엽문. 마누라가 그리 무섭나!"

"아내를 겁내는 남자는 없소. 아내를 존중하는 남자만 있을 뿐이오."

 

1930년대에 중국 불산은 중국무술인들의 메카와도 같은 곳으로 많은 무술인들이 개인 도장을 열어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불산의 최고의 무술 고수이자 '영춘권' 계승자인 엽문은 도장을 열지 않고 개인 수련과 수양에만 힘쓴다.

수많은 무술 고수들과의 대련에서 무패의 신화를 가지고 있는 엽문.

그런 그에게 무술은 가정보다 더 소중하다.

 

 

"무술에는 남녀노소 구분은 없소. 누가 쓰는지 봐야지! 이제 금방 알게 될 거요."  

 

그러던 어느 날, 중국을 넘보는 일본으로 인하여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불산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다.

무술 수련보다는 먹고 살기도 바쁜 시대에 직면하자, 무술 외에 다른 것은 할 줄 몰랐던 엽문은, 살기 위해서 일용직으로 탄광에서 일하게 된다.

한편, 불산을 식민통치 하는 미우라 장군은 중국무술에 흥미를 느끼고, 불산의 무술인들을 불러 모아 자기의 군사들과 대련을 시킨다.

불산의 무술인들은 중국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미우라의 군사들과 대련을 하게 되고, 엽문도 굳은 의지를 갖고 대련에 임한다.

 

 

"이름이 뭐냐?"

"난 중국인일 뿐이다." 

 

중국영화들을 보면 중화사상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황비홍>시리즈, <동방불패>시리즈, <무인 곽원갑>, <용의 부활>, <적벽대전>시리즈 등을 들 수 있다.

대서사극과 중국무술 등 중국인들의 민족성을 대변하는 소재들은, 그들의 단합을 고취시키고, 영화를 통해 중화사상이 실현되는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희안한 점은 근래에 들어서 이런 주제를 가진 영화들이 많이 제작된다는 것이다.  

어떤 영화는 지나칠 정도로 중화사상이 짙게 배어 있어서, 마치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미국식 우월주의와 영웅주의처럼 거북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중국 영화계는 왜 이런 류의 영화들을 근래에 많이 제작하는 것일까?

 

 

"무술이란 일종의 무력이지만 우리 중국의 무술은 유가(儒家)의 철학인 무덕, 즉 인(仁)을 지니고 있어 남을 헤아릴 줄 안다.

 너희 일본인은 평생 이해하지 못할 이치다. 너희들은 힘을 남용하고 무력을 폭력으로 바꿔 사람들을 억압하기에,

 중국무술을 배울 자격이 없다."

 

나는 이런 류의 영화들이 중국인들에게 중화사상을 의식하게 하고, 그로인해 국민통합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영화계도 마찬가지로 미국식 우월주의와 영웅주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이와 같다고 본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두 나라가 한없는 자기 우월주의와 국수주의에 빠져있는 듯 보이지만, 이것은 영화라는 측면에서 엄청난 효과가 있다.

현재 무섭게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은, 예전에 찬란했던 전성기가 다시 오기를 소망하고 있고, 영화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또한 대외적으로 세계 영화팬들이 중국의 그러한 역사와 민족성을 영화를 통해 봄으로써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세계정부의 지휘를 가진 미국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의 건재함과 우월성을 영화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영화는 단순한 매체 이상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영화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자국의 국민통합을 앞당기고, 대외적으로 국가 홍보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이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그러므로 중국과 미국은 계속해서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들어 낼 것이고, 더 교묘하고 치밀하게 제작하여 세계 영화팬들의 마음 속에 의식화시킬 것이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는 이런 주제의 영화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예전에 분위기를 타고, 한국인의 긍지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영화가 몇 편 제작되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대표적으로 <아나키스트>, <한반도>, <도마 안중근> 등이 떠오르는데, 빈약한 스토리와 엉성한 구성으로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어느 때보다 이런 주제의 영화들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다.

왜냐하면 민족의식 고취와 국가홍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지금이라고 판단되어지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 지금같이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단결 유도이고, 경제불황이 지속되어도 국가 이미지가 손상받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강력한 영웅을 찾는다.

미국 사회가 어수선하고 불안했던 시기에, <슈퍼맨>시리즈나 <배트맨>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멜로나 코미디극에 치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영화감독은, 동시대의 국민들에게 시대의 방향과 의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형식적인 흥행논리 속에 영화를 제작한다고 만들어 냈다가 실패한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가?

차라리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감이 팽배해지는 지금 이 때에, 나는 실제이든 가공이든 영웅이 탄생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역사의식을 고취시켜 민족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엽위신 감독이 이번 영화의 성공으로 <엽문2>를 연달아 제작할 것 같으나, 아직 속편에 대한 감독이 정해지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견자단의 무술 연기는 이연걸과 성룡에 비교해 봤을 때,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의 이케유치 히로유키는 젠틀하면서도 냉혹한 일본 장군역을 잘 연기했다.

 

이런 영화를 보면 괜히 일본인들을 패주고 싶다.

흥미로운 것은 영춘권의 계승자 엽문은 이소룡의 스승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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