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H반점, 그 두번째 이야기

주동희2009.07.10
조회56
신림동 H반점, 그 두번째 이야기

 

그녀가 찾아왔다.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다.

 

찰랑거리던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내 앞에 나타난 그녀.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풍긴다.

 

마음 같아선 끝까지 아는 체를 하고 싶지 않다.

 

여자에게 있어 스타일의 파격적인 변화는

 

심정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녀가 머리 스타일만 바꾼 게 아닐 지도 모르므로.

 

하지만 아예 모르는 척 하기도 곤란하다.

 

여자 친구의 머리 스타일이 180도 바뀌었는데,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으면,

 

그것 또한 다툼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머리 스타일 바뀌었네.."

 

"응..긴 머리 지겨워서..잘랐어. 어때?"

 

"잘 어울린다..난 좀 어색하긴 하지만.."

 

"곧 익숙해 질 거야.."

 

"그러겠지..예쁘다..짧은 머리도.."

 

 

긴 생머리 스타일이 지겨워서 잘라버렸다는 그녀,

 

그 얘기가 마치 나와의 긴 연애가 지겹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리고 새로 바뀐 스타일에 곧 익숙해질 거라는 그녀의 말은

 

마치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곧 익숙해질 거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가 되어

 

내 심장에 날아와 박힌다.

 

 

"뭐 먹을래? 자장? 짬뽕? 선택해.."

 

"난..음,,자장~ 아니, 짬뽕~ 아니다..짬짜면"

 

"..여긴 짬자면 없어.."

 

"그럼..난..자장..아니 짬뽕.."

 

"넌 늘 선택에 약해..그게 문제야..그냥 내가 선택해 줄게...

 

너 자장면 먹어. 내가 짬뽕 먹을게.."

 

"그래..그게 좋겠다.."

 

 

그녀의 말이 맞다.

 

난 늘 선택에 약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고 있는 게 나다.

 

고시공부도, 연애도 그렇다.

 

 

"너, 내가 선택해 주니까 편하지? 그럼..마저 선택해줄까?

 

너..공부 그만두고, 취직해. 그리고 우리 결혼하자.."

 

 

진짜로 그녀가 선택해 주니까..마음이 가볍다.

 

그래, 그녀의 선택이 나의 선택이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망설이지 말고 행동데 옮기라고,

 

여기에서 망설이면 그녀를 영영 잃게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