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식구가 15평 단독 8평 건물에 살던시절

백동현2009.07.10
조회101

새해가 된지도 벌써 닷새가 지났습니다

 

사실 오래간만에 글을 써봅니다

아니 글을 썼어도 여기엔 올리지 않았다는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여기 회원의 대부분은 이미 중년의 고개를 넘고 있습니다

 

살아갈 날이 여지껏 살아온 날보다 당연히 짧을겁니다

아니 더 짧게 본다면  KUSA-K를 내가 알게 된 날만큼도(내경우 35년이죠)

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내자신의 존재는 무엇인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 모임이 쿠사라면

 

지금 현시점...어려운 시기입니다

 

특히 안정된 직장에 근무하는 소수를 제외하곤

당분간 어려운 세월을 보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루 하루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난날의 쿠사활동과 교류가 각자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앞으로의  삶의 방식에 한가닥 이정표가 될지를 곰곰 생각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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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얘기가 아니구요

 

내 5촌당숙 즉 내 아버지의 4촌형님 스토리입니다

 

친 큰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타계하신 관계로

따라서 나는 5촌 당숙을 친큰아버지 대하듯 했습니다

 

지금 살아 계시면 95세가 되실텐데 건강하시던 분이 70세 이전에 갑자기 돌아가셨지요

 

 

6.25사변후 월남하시어  관청의 소사(학교의 소사가 뭔지 아시죠? 그런 역할)로 근무하시던

큰아버지는 마장동 왕십리등의 당시로서는 변두리 지역을 전전하시다

 

드디어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근 40여년 전

 

종로3가 뒷골목

지금의 종묘공원과 단성사 사이의 피맛골에 위치한 15평 단독을 소유하게 되셨습니다

 

 

어쨋던 실향민으로서 그것도 종로한복판에 자가를 소유하고 이었다는 사실은 당시로서도 그리 궁색하지는 않았던 셈입니다

 

 

하지만

이미 노모 한분과 큰어머니 그리고 딸 여섯에 막내로  아들하나을 낳았습니다 그럼 10명

 

방이 3칸인 ㄱ자 한옥집인데  그나마 방한칸은 세를 줬으니 셋집 식구가 3명이라.. 그래서 합이 13명

안방에 큰어머니 큰아버지 아들 6째딸 5째딸 4째딸

 

부엌위 다락에 큰딸 2째딸

건넌방 할머니 방(그야 말로 단칸방  가로 세로 2미터나 될지..)에 싹싹하기 이를데 없었던 셋째딸

 

 

대지가 15평이니 건평은 채 8평이 안됐을겁니다

지금의 초소형 빌라  정도 된단 말입니다

 

 

그러나 마당에는 우물이 있고..(물론 식수로는 사용할 수 없는..)

장독대도 있고..구석에는 커다란 화분도 있고

 

아버지는 수시로 우리 식구들을 데리고 큰아버지 집을 드나드셨습니다

 

 

당시 우리집은 역시 종로에 40평 한옥..방만 8개가 됐지요

완전히 셋방용인지 뭔지 그야 말로 단칸방만 6개 안방과 건넌방만 조금 큰..그런집입니다만

 

 

상대적으로 큰아버지 댁에 가면 좁고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더구나 식사시간이라도 될랴치면 그집 10식구와 우리식구 몇명이 바글 바글 

딸래미 들은 마루에서 개다리 소반에 부엌데기 모양으로 대충 식사를 때우고

 

반찬역시 우리집과는 비교가 안되는 지극히 소박한 상차림입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람사는 냄새가 무척이나 강하게 피어나던 곳이기도 하다는 걸 한참이 지난후에야 깨닫게 되었죠

 

 

비교적 미모가 출중한^^ 큰어머니 덕에 딸 들역시 이목구비 시원 시원 또는 오목 조목하며

큰 딸만 나보다 한 살위인지라 

대부분    나를 오빠 오빠 하며 따랐지만..나는 뭔가 어떤 우월감에 별로 그 아이들에게 정을 주지 않은 것 같군요 

 

관청을 퇴직한 연후에.........

 

종로 3가 세운상가 건너편 비교적 목이 좋은 곳에 자리한 구멍가게

그곳이 큰아버지의 일터였습니다

 

반평짜리 가게

세상에 반평짜리 가게란 말입니다

 

가로 2미터 세로 80쌘티나 될까요

 

그구멍가게에 온갖물건 들을 진열하고 길거리를 1미터 이상 침범하게 물건을 진열하고 종일 장사를 하였던

그집 온가족

 

큰아버지가 보다가 딴 일을 볼때면(주로 과일이나 야채  담배 등등을 직접 도매시장에서 구입해서 팔아야 하니)

큰어머니가 가게 를 보고

방과후면 큰 딸이 큰딸이 공부가 바쁘면 둘째가 3째가 4째가 5째가....

 

아무튼  그 반평짜리 가게에서 딸 6명을 전부 고등학교 까지 마치게 했습니다(지금 50대와 40대 후반이니 그 정도면

당시 나이또래로 보아 교육은 왠만큼 시킨 셈이지요

귀한 아들은 덕분에 명문대에 진학해서  대기업의 중책을 맡고 있고

 

큰어머니도 돌아가신지 오래지만

 

딸들은 지금도 큰 딸을 중심으로

제일 좌상인 맏사위의 일사분란한 지휘에 의해

최소 한달에 한번 씩은 큰아버지가 물려준 70평 단독에 살고 있는 막내 아들집에 모이거나(큰어머니 생존시에는)

 

지금은 각자의 생일이나 대소사에 알콩 달콩 모이고 있답니다

 

 

 

다락방에서 자매들은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요

부모님의 잠자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부모를 어찌 생각했을까요

90노모를 정성껏 모시는 엄마를 보고 아이들은 무었을 배웠을까요

 

 

좁고 풍족하지 못했고 먹고 사느라 같이 고생했기에

그들은 지금도 화목한 훼밀리가 된건 아닌가 합니다

 

단 2식구 3식구가 34평 아파트를 살아야 된다구요?

 

각자의 일이 끝나면 제방으로 쏘옥 들어가는 아이들

텔레비 연속극에 빠져있는 엄마

먹구살기 위해 회사에 충성하기 위해

 밤늦게 밥상 차려 달라기 미안해 억지로 건수를 만들어 저녁을 먹고 오는 가장 

 

 

놀아도 실직을 해도 한달에 수백만원의 고정비가 나가는 세상

 

과연 무엇이 풍요로운 삶인지 생각해 봅시다

 

아아 까딱하면 마이너스 재산이 되기 쉬운 세상입니다

몇억의 재산이 순식간에 몇억의 빚이 될수도 있단 말입니다

특히 주거 공간에 욕심을 내다가는 말입니다..그놈의 빚을 이용한 레버리지가 뭔지..

주식이 뭔지...

 

애들이 부모를 부양하리라 생각합니까?

천만에 만만에..........

 

자식의 한계를 일찍깨우쳐야

자식의 특질을 일찍 깨우쳐야 합니다

 

전부다 왕자 공주로 키워지는 세상

그럼 누가 신하가 되고 일꾼이 될까요

부모가요?천상 부모가 신하와 일꾼이 되는 셈입니다

 

15평 단독의 8평 건물그중에서 방을 하나 뺀 6평 남짓한 공간에서  10명이 복닥 복닥 할때

연탄 1,000장 쌀 5가마 김장 100포기 건어물 한소쿠리 나물 두어소쿠리면

 

 

돈 한푼 벌지 못해도

 

"어허..이제 추운 겨울  서너달은 그냥 저냥 먹구 사는거야" 하던 시절이 오히려 그립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