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대한 경멸 - 기형도 손님이 돌아가자 그는 마침내 혼자가 되었다 어슴푸레한 겨울 저녁, 집 밖을 찬바람이 떠다닌다 유리창의 얼음을 뜯어내다 말고, 사내는 주저앉는다 아아, 오늘은 유쾌한 하루였다, 자신의 나지막한 탄식에 사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쾌해진다, 저 성가신 고양이 그는 불을 켜기 위해 방안을 가로질러야 한다 나무토막 같은 팔을 쳐들면서 사내는, 방이 너무 크다 왜냐하면, 하고 중얼거린다, 나에게도 추억거리는 많다 아무도 내가 살아온 내용에 간섭하면 안 된다 몇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던 사내가 한숨을 쉰다 이건 여인숙과 다를 바 없구나, 모자라도 뒤집어쓸까 어쩌다가 이봐, 책임질 밤과 대낮들이 아직 얼마인가 사내는 머리를 끄덕인다, 가스 레인지는 차갑게 식어 있다 그렇다, 이런 밤은 저 게으른 사내에게 너무 가혹하다 내가 차라리 늙은이였다면! 그는 사진첩을 내동댕이친다 추억은 이상하게 중단된다, 그의 커다란 슬리퍼가 벗겨진다 손아귀에서 몸부림치는 작은 고양이,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독한 술을 쏟아붓는, 저 헐떡이는, 사내 습한 여름날 머리속으로 끈적이게 감겨 들어오는 추억이란 너무도 잔인하다. 헛된 손바닥 부채질에 그 끈적임은 한숨으로 감기어 오르고 허공에 어지럽게 흩어진다 작은 물방울로- 헤어나지 못한다. 결국 다시 스민다. 내가 휴지조각이 된것 마냥 아주 빠르게. 나는 젖은 휴지조각. 크게 이는 바람에도 날아오를 줄 모르는 슬픈 추억이란 지금에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미련과 같아 그래서 추억이라 부르지. 기억과는 다르니까. 너무도 소중한 너무도 아득한 너무도 애뜻한 너무도 아련한 너무도 아름다워 잔인한 추억 뭍자. 추억도 시간도 너도
헤어나옴의 미학 - 기형도[추억에 대한 경멸]
손님이 돌아가자 그는 마침내 혼자가 되었다
어슴푸레한 겨울 저녁, 집 밖을 찬바람이 떠다닌다
유리창의 얼음을 뜯어내다 말고, 사내는 주저앉는다
아아, 오늘은 유쾌한 하루였다, 자신의 나지막한 탄식에
사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쾌해진다, 저 성가신 고양이
그는 불을 켜기 위해 방안을 가로질러야 한다
나무토막 같은 팔을 쳐들면서 사내는, 방이 너무 크다
왜냐하면, 하고 중얼거린다, 나에게도 추억거리는 많다
아무도 내가 살아온 내용에 간섭하면 안 된다
몇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던 사내가 한숨을 쉰다
이건 여인숙과 다를 바 없구나, 모자라도 뒤집어쓸까
어쩌다가 이봐, 책임질 밤과 대낮들이 아직 얼마인가
사내는 머리를 끄덕인다, 가스 레인지는 차갑게 식어 있다
그렇다, 이런 밤은 저 게으른 사내에게 너무 가혹하다
내가 차라리 늙은이였다면! 그는 사진첩을 내동댕이친다
추억은 이상하게 중단된다, 그의 커다란 슬리퍼가 벗겨진다
손아귀에서 몸부림치는 작은 고양이,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독한 술을 쏟아붓는, 저 헐떡이는, 사내
습한 여름날 머리속으로 끈적이게 감겨 들어오는 추억이란 너무도 잔인하다. 헛된 손바닥 부채질에 그 끈적임은 한숨으로 감기어 오르고 허공에 어지럽게 흩어진다 작은 물방울로-
헤어나지 못한다. 결국 다시 스민다. 내가 휴지조각이 된것 마냥 아주 빠르게. 나는 젖은 휴지조각. 크게 이는 바람에도 날아오를 줄 모르는 슬픈
추억이란 지금에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미련과 같아 그래서 추억이라 부르지. 기억과는 다르니까.
너무도 소중한
너무도 아득한
너무도 애뜻한
너무도 아련한
너무도 아름다워 잔인한
추억
뭍자.
추억도
시간도
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