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정재식2009.07.13
조회489
그 남자, 그 여자

그 남자

 

그래, 내가 나쁜 놈이야.

내가 의사 준비할 때 네가 일해서 얼마 안되는 돈 벌어서

내 뒷바라지 해준거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 돈은 내가 준다고 하잖아.

돈도 없으면서 그걸 왜 안받는다고 하는거야?

그러면 내가 정말 미안해지잖아.

너도 알잖아. 우리집 형편

그래, 나 아버지처럼 무능력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가난이 너무 뭣 같아서, 그래서 목숨걸고 공부했어.

오로지 1등, 1등, 1등.

2등은 존재하지 않는 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으려고 공부했어.

그렇게 1등만 했는데도

일단 살 집이 필요하지, 옷이 필요하지, 밥도 먹어야지.

기타 생활비 필요하지. 물론 알아.

그거 다 네가 힘들게 번 돈으로 나 준거...

나도 너희집 상황을 아니까....

아버지 없이 어렵게 자라서 네가 나만 믿고 나에게 다 준거 아니까.

그래서 난 그 돈을 보상해주겠다는거야.

하지만 나에게 기회가 왔어.

병원장의 딸이랑 결혼을 하면 병원을 물려받을 수도 있고

그러면 난 정말 성공한 삶을 사는거야.

정말 너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난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항상 성공이 최우선이었어.

정말 미안하지만, 이건 내 인생에서 기회야.

솔직히 너랑 나랑 결혼하면 서로 어려운데 뭘 어떻게 하자고.

작은 방부터 시작해서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자고?

이 작은 나라에 의사가 얼마나 많은데, 어느 세월에 올라가자고.

나 이번거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야.

여기까지 올라오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넌 잘 알잖아.

그러니까 너도 어서 돈 많고 능력있는 남자 만나.

그래야 잘살지.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살아서 뭐하자고.

배추벌레는 배추잎만 먹기때문에 배추벌레인거야.

 

그 여자

 

됐어, 돈은 필요없어.

내가 너한테 돈 받으려고 너에게 준게 아니잖아.

그냥 너 공부 열심히 하는데,

너희집 상황도 알고 도와주고 싶어서 한거잖아.

그래, 잘됐네. 병원도 들어가고, 병원을 물려받을 수도 있고

근데 난 인생에서 행복의 기준이 꼭 돈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게 착하고 순수했던 넌 어디로 간거야?

항상 밤새도록 공부하면서 나에게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꼭 의사가 되면 잘해주겠다고 말했던

그 착한 아이는 이제 사라진거야?

나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 돈으로 너를 살 수 없다면

차라리 없는게 더 좋은데, 넌 아닌가보구나.

난 몰랐었어. 너의 인생에서 최우선이 내가 아니라 성공일줄은...

참, 그렇다. 내가 너 뒷바라지 할 때 친구들이 다 말렸어도

난 그런 친구들에게

이 친구는 변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네 자랑만 하고 다녔는데...

너만큼은 정말 변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 .

나, 너 도와주고 네 곁에 있을 때 맞선 제의도 많이 들어왔었어.

그래도 난 내 인생에서 최우선이 항상 너였으니까

그런거 신경도 안썼는데...

뭐? 병원장 딸?

참..... 하.........

나는 내 꿈이었던 모델일도 너를 위해서 포기했어.

모델 제의도 몇번 받았지만 그래도 난, 나에겐 네가 꿈이었으니까...

맞선도 상대가 다 법조인이거나

일류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런 사람들이 뭐가 좋은데? 대체 뭐가 좋은건데?

그런 겉치레가 뭐그리 중요해?

나는 이제 네가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것만 같아서 그게 좀 무섭다.

어찌됐든 항상 배고프게 공부만 했는데

그래도 이제 떳떳하게 살 널 생각하니 다행이네.

항상 건강하게 잘지내고, 밥은 꼭 챙겨먹어.

어릴 때 잘 못먹어서 위가 안좋잖아. 담배 좀 적당히 피고...

그리고 그 병원장 딸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면 좋겠어.

병원장 딸이라 결혼하는게 아니라, 네가 나에게 해줬던거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