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추천하는 우리나라 대중가요 10선

서동범200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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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어릴 때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도 없이 비 맞는 것을 좋아했고, 새벽에 문득 잠에서 깨어 듣는 빗소리가 좋았다.

친구들이나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너 우울한 것 좋아하니?", "나는 비 오는 날은 눅눅해서 싫던데, 특이하다." 라고 말한다. 마음에 공감가는 대답은 없지만, 그냥 비 오는 날 풍경과 빗소리가 좋았다.

 

내게는 비 오는 날이면 하는 특별한 취미가 있다.  

비 오는 날이면 내 방에 커튼을 치고, 방을 약간 어둡게 한다.

그러면 커피색 같은 색감으로 방 안이 색칠되어진다.

그리고 비 오는 날이면 늘 들었던 음악들을 선곡하여, 다시는 깨고 싶지 않은 잠을 잔다.

불행하게도 잠에서 깨면, 그 음악들은 내 귀로 다가와 나를 위로한다.

 

요즘 같이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음악들을 음미한다.

마치 뜨거운 차를 마시듯이 하나하나 음악들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듣다 보면,

어느새 그 음악을 작곡하고, 부르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알 수 있다.

그런 음악들은 나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좋아하고 기억한다.

 

오늘 선정한 10곡은 내가 비 오는 날이면 자주 듣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이다. 

가끔 나는 윈엠프로 인터넷 음악방송을 하는데, 비 오는 날이면 어기없이 선정하는 음악들이다.

물론 이보다 더 많은 음악들을 듣지만, 이 10곡에는 나만의 의미 있는 사연들이 있다.

뻔한 음악이나 생소한 음악들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준에 의해 선정한 음악들이니 부담없이 보아주었으면 한다. 다만, 비 오는 날 나와 같은 음악을 듣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동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10곡은 순위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선정하였다.

 

 

1. 서른 즈음에 - 김광석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처음 들었던 때는 고등학생 때였다.

교내 방송부원이었던 나는, 우연히 방송반 케비넷에서 먼지 쌓인 테이프를 발견했는데, 김광석의 음반이었다.

쉬는 시간에 들었던 김광석의 노래들은 나를 금새 빠져들게 만들었고, 결국 수업도 빼먹고 계속 들었다.

그리고 몇번 트랙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서른 즈음에>를 듣는 순간, 나는 감정에 이끌려 눈물을 흘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17살에 <서른 즈음에>를 듣고 왜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음악에는 감정을 자극하는 가사와 선율이 있었다.

그때부터 이 음악은 내가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들 중 하나가 되었고, 내 마음 속 깊이 영원히 남았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김광석의 애절한 목소리가 더욱 호소력 있게 들린다.

아직 20대인데 벌써 30대, 그 이상이 된 것처럼..   

 

 

2. Gentle Rain - 클래지 콰이(Clazziquai)

 

유독 영어제목과 음악들이 많은 클래지 콰이는 캐나다 교포들이 주축으로 만든 그룹이다. 

자미로 콰이(Jamiroquai)를 좋아한 나머지 비슷하게 그룹 이름을 지었다는 DJ클래지는, 독특한 음악들을 작곡하여 대중성을 검증받았다. 그러나 이 그룹에는 대중성을 가미한 매니아적인 면이 많은데, 나 역시 클래지 콰이 음악에 빠져 한동안 이 그룹의 음악만 들었던 적도 있다. 특히 1집 수록곡 <Gentle Rain>은 보사노바풍의 발랄한 곡이다.

알렉스와 호란의 목소리가 내리는 빗방울처럼 상쾌한 기분이 드는 음악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미국의 팝그룹 Swan Dive가 이 곡을 듣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정규 5집 앨범에 리메이크 하여 수록했다.

이외에도 같은 1집 수록곡 <Novabossa>와 <Sweety> 그리고 2집 <날짜 변경선>도 자주 듣는 음악들이다.

좋은 소식이 있다면, 3집을 기점으로 싱글과 리믹스 앨범으로 휴식기를 가졌던 클래지 콰이는, 

최근에 정규 4집 앨범으로 다시 찾아왔다.

시간이 된다면 클래지 콰이의 4집을 리뷰할 예정이다.

 

 

3. 우산(feat 윤하) - Epik High(에픽하이) 

 

현재 우리나라 랩그룹 중 가장 인기 있는 에픽하이는, 현재 하반기에 발매될 정규 6집을 준비중이다.

내가 에픽하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탁월한 가사 때문이다.

물론 다른 랩퍼들이나 그룹들도 훌륭한 가사를 쓰지만, 에픽하이의 음악 속의 가사들이 좀 더 마음에 든다.

정규 5집에 수록된 이 곡은, 윤하와 에픽하이의 멋진 조합으로 이별의 아픔을 실감나게 노래했고, 짧은 소설 같은 느낌이 난다. 그래서인지 문득 눈을 감고 들으면 금새 감정이입이 되어, 마음 속에 숨겨둔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4. 여우야(女雨夜) - 더 클래식(The Classic) 

 

1집 <마법의 성>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더 클래식은, 2집 앨범을 내지만

1집에 비해 대중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결국 3집과 크리스마스 앨범을 끝으로 해체하게 된 그들은, 이후 김광진이 솔로 활동으로 전향하면서 새로운 시기를 맞이했지만, 3집을 끝으로 김광진 역시 음악을 잠시 접어두고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김광진의 특유의 보이스가 매력을 발산하는 이 곡은, 

애시드 재즈(Acid Jazz)적인 사운드와 코러스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김광진이 다시 앨범을 발매해서 음악활동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

 

 

5. 널 지우려 해 -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와 아이들의 정규 3집은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앨범이다.

조국통일, 교육문제, 사회 부조리 등등 음악으로 사회문제와 비판의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했던 그들은, 앞선 1, 2집과 다른 음악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방향성은 훗날 아이돌 그룹에게 많은 영향력을 주어, 사회문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음악들이 많이 등장했다.

다른 면에서는 서태지의 록(Rock) 본능이 엿보였던 앨범으로, 

지금 솔로로 활동 중인 서태지의 음악정신의 원류를 찾을 수 있다.

3집의 마지막 곡으로 수록된 이 곡은, 그 당시 음악들과 다른 반전이 있다.

부드러운 느낌과 강렬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 곡이 마지막 곡으로 수록된 것으로 보아,

3집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서태지의 천재성은,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사운드와 가사에 있다고 본다.  

 

 

6. 비 오는 압구정 -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 

 

내가 고3 때 데뷔했던 브라운 아이즈는 1집 <벌써 일년>으로 방송출연 한번 없이 대중음악계를 평정했다.

가끔 신인가수들이 초반에 얼굴 없는 가수 마케팅 전략을 쓰다가 얼굴을 공개하고 방송출연했던 것과는 달리,

브라운 아이즈는 철저하게 방송출연을 하지 않고도, 순수 음악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아 성공한 드문 그룹이었다.

단연 다른 가수들과는 돋보이는 음악성을 가진 브라운 아이즈는 2002년 2집을 끝으로 각자의 길을 걷다가 

2008년 3집을 발매했지만, 예전만큼 큰 사랑을 받진 못했고, 나얼의 군복무로 인하여 

현재 다시 각자의 길을 걷는 중이다.

2집에 수록된 <비 오는 압구정>은 나얼의 절제된 보이스와 윤건의 차분한 보이스가 조화를 이루어

비 오는 날의 쓸쓸함을 잘 표현했다.

예전에 비 오는 날 압구정에 가서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문득 이 노래가 떠올라 순간 멍했었다.

 

 

7. 비처럼 음악처럼 - 김현식

 

1990년 늦가을에 간질환으로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났던 김현식.

어릴 적 그의 비보를 전하는 뉴스를 보았지만 너무 어렸기에 그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몰랐다.

유재하와 더불어 그가 남기고 간 음악들은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반복하면서 기억하고 있다.

한 때 내 방에 오래된 턴테이블이 있었는데, 턴테이블 밑에 먼지 쌓인 오래된 LP판을 정리하다가,

김현식 6집 LP판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몇 곡 듣다가, 그의 목소리에 반해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곡 분위기에 너무 잘 어울려서 그의 호소력은 너무 짙게 느껴진다.

정규 3집에 수록된 <비처럼 음악처럼>은 음악이라는 장르를 넘어서 한편의 시와 같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대중가요들이 중시하는 리듬과 박자보다,

심금을 울리는 순수한 가사와 선율을 가진 이 때의 음악들이 너무나 그립다.

 

 

8. 가잖아 - 신승훈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은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지만

히트곡 외에도 각 앨범마다 그냥 잊혀지기엔 아쉬운 곡들이 많다.

예전에 비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의 노래들은 많은 연인들과 솔로들에게 계속 불려질 것이다. 

7집에 수록된 <가잖아>는 이별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신승훈 특유의 감성적 목소리가 녹아있는 이 곡은,

매번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슬픔 휩싸여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외에도 <그 후로 오랫동안>, <미소 속의 비친 그대>, <I Believe> 등등 대부분의 그의 노래들은

비 오는 날 듣기에 참 좋다. 

 

 

9. Never Ending Story - 부활

 

<사랑할수록>, <비와 당신의 이야기>, <희야> 등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을 남긴 그룹 부활.

김종서, 박완규, 이승철 등 메인 보컬의 잦은 교체에도 그들의 음악세계는 변하지 않고 한결 같다.

이제 데뷔 25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기념 음반이 나올 것 같은데, 부디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해주었으면 한다.

아쉬운 것은 진짜 음악 하는 뮤지션들이 예전에 비해 대중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8집에 수록된 <Never Ending Story>는 이승철이 부른 애절한 발라드로, 얼마 전에 종영한 <내조의 여왕>에서 

윤상현이 불러 화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몇 번 불러봤지만, 고음부분이 매끄럽지 못해 갈 때마다 망신을 당한다.

 

 

10. 세가지 소원 - 이승환

 

라이브의 황제 '어린왕자' 이승환은 대학축제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개인적으로 순수(?)했던 시절의 이승환을 좋아하지만 광(?)적인 면도 좋아한다.

나는 이승환의 4집과 6집을 그의 최고의 명반이라고 생각하는데, 6집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싶다.

6집에 수록된 <세가지 소원>은 비 오는 날 어느 커피숍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들으면,

근사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