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인연을 만나지 못하면 결국엔 ‘역시 인위적인 만남은 싫어, 내 운명을 찾겠어!’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미안하지만 운명을 찾기가 더 어렵다. 지치지 말고 꾸준히 더 만나고 만나라. 그러면 결국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다.
1 철벽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연애에 벽을 치는 여자들, 마음의 문을 열기가 어렵고 심지어 몸 움직이기도 귀찮다. 몸속에는 솔로 세포가 점점 커진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그녀는 내내 자신은 소개팅은 정말 처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소개팅 솔직히 좀 많이 좀 했죠 하고 진실을 털어놓은 내가 무슨 이상한 사람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정말 이런 자리 나오지 않는데 주선한 친구와 워낙 친해서, 그래 한번 나가보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저 정말 소개팅하는 여자 아니에요.” 자꾸 문장만 바꿔가며 사실을 강조하니 그럼 매일 소개팅하는 난 뭐냐? 하고 쏘아주고 싶었다. 아무튼 말하는 족족 자기 방어다.
“제 성격은 구속 받는 거 싫어하고 계획적이지 못해요. 지금 몇 마디만 해봐도 느껴지지 않아요?” 하고 말하니 “아니에요, 전 사람 한 번 봐선 몰라요. 세 번은 봐야 하고 서서히 알아가는 스타일이에요” 하고 받아친다. 아니 누가 지금 사귀자고 했나? 좀 짜증이 났다. 연애 기술이나 하우투에 대한 상담을 어찌나 받았는지 아니면 천성인지 ‘저 남자에게 나에 대해 한 번에 너무 많이 보여주면 안 돼’ 하는 마음의 빗장이 단단하게 채워 있는 느낌이 들었다.
행동이나 제스처로 호감을 표현하는 것도 모자라 “난 당신이 좋아요” 하고 직접 고백하는 여자도 부담스럽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부터 상처받지 않을 공간 안에서만 움직이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물론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직은 간절하지 않은 것도 한몫하겠지? 그녀 마음속을 에워싼 단단한 철벽을 깨기엔, 슬프지만 나도 그럴 여유는 없다.
2 인상녀 이목구비가 완벽한 황금 비율로 예쁘다기보다 선한 웃음과 이미지, 전체적 인상이 매력적인 여자. ‘찬란한 유산’의 한효주가 전형적 인상녀.
그녀는 승무원이다. 쌍꺼풀은 있으나 크게 도드라지지 않아 부드러운 인상이고 유니폼만 벗으면 려원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패션 센스도 지녔다. 소개팅에 이런 여자가 나오다니. 역시 부지런한 소개팅에 대한 응답이 이제야 하늘에서 내려오는구나 싶었다. 우리는 첫 만남 이후 급 친해졌다. 얼마 후 외국으로 비행을 나갔고 소개팅하던 날, 대화 도중 해외로 비행 나갈 때가 가장 외롭다고 느낀다는 말이 머릿속에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비행이 끝날 시간에 맞춰서 “수고했다. 오면 맛있는 거 같이 먹자” 등등 가슴 따뜻한 문자를 보냈더니 슬슬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감동했는지 “난 지금 냠냠 밥먹어요” “나 끝났는데 넘 피곤해요, 에궁” 따위의 애교 있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 번밖에 보지 않은 남자에게 이렇게 간지러운 문자를 보냈다는 것은 정말 천성이 귀여운 여자거나 그 남자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이야기. 둘 중 어떤 것이든 나는 좋다. 그 이후 두 번 정도 더 만나고 나의 적극적인 대시에 결국 사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나에게 쓰나미 처럼 절망이 밀려왔다.
그녀는 사내에서도 남자가 많기로 유명하고, 그녀에게 대시하는 남자는 수를 셀 수 없다. 자로 잰 듯한 미남보다 훈남을 좋아하듯 남자들도 요샌 스타일과 전체 이미지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인상녀인 그녀의 주가가 하늘을 치솟는 것. 나와 있는 동안에도 다른 남자에게 연락이 정말 10통은 오는 듯하다. 그 남자들과 마주치면 왠지 한 대 맞을 것 같은 기분. 난 이제 왠지 인상녀가 무섭다!
3 품절녀 이미 결혼한 여자를 뜻하는 말. 갖고 싶어도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버린 여자. 최근 한 조사에서 한가인이 1위로 뽑혔다. 여기서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로 칭하겠다.
오늘도 회사 여자 동료들이 모여 남자친구가 버젓이 있으면서도 습관처럼 “나 소개팅시켜줘” 하고 말한다. 난 그녀들의 심리를 모르겠다. 3개월 전 소개팅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녀는 대학원생이었다. 어깨까지 오는 부드러운 웨이브 머리에 소개팅이라고 평소 잘 입지 않던 A라인의 조신한 스커트를 매치했다. 대화 주제는 그녀의 전공 공부와 나의 회사 생활로 시작했는데, 유독 그녀는 남자의 심리에 대해서 많이 물어봤다. 대화 내내 어색함이 없어서 꽤 편했고, 내가 말을 꺼낼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해주니 신나서 그날은 꽤나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헤어지면 어떤 스타일이에요? 친구로 다시 잘 지내는가요, 아니면 연락 뚝 끊어버리나요?” “친구로 지내고 질척거리는 것은 돌이켜보면 참 별로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는 사실 몇 개월만 지나면 곧 잊고 거리에 지나가는 예쁜 여자들이 다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에요. 하하하.” 웃자고 한 말인데 그때부터 정색. 알고 보니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나와 소개팅하는 순간은 그와 잠깐 싸운 사이 홧김에 행한 일이었다. 어쩐지 말하는 내내 계속 남자들이 전화를 피할 때, 사귄 지 얼마 정도 지나면 변하는 것 같으냐 따위를 묻더라니. 소개팅 후 그녀에게 다시 연락해보니 서로 소중함을 알았고 다시 잘 만나기로 했다나? 심지어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건 이혼한 부부를 가운데서 조정해준 신구 아저씨가 된 기분이었다.
4 신상녀 열심히 발품을 팔아 새로 나온 명품을 재빠르게 구입하는 여성을 뜻한다. 부자인 부모님과 남자에게서 명품을 수집하는 된장녀와는 다르다.
그녀는 나보다 두 살 위인데 벌써 과장이다. 여자 과장님이라는 사회적 지위 때문일까? 품위 유지를 위해서 인지 몰라도 언뜻 보니 시계, 구두, 백 모두 명품이다. 내가 파악한 것 외에도 지갑, 키링, 셔츠 등 숨은 명품 찾기를 하면 그녀의 몸에 모두 동그라미를 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 때문에 그녀도 순간 나를 자신의 오래된 친구쯤으로 착각했는지 밥 먹고 잠시 백화점 쇼핑이나 가자고 쿨하게 말했다. 그 바람에 나도 모르게 흔쾌히 따라나섰다. 백화점에서 그녀가 지나가자마자 직각으로 인사하는 명품 숍 직원들, 그녀는 집에 온 듯 마냥 편해 보였다.
태어나서 이런 광경은 부잣집 사모님이 출연하는 드라마에서나 보았기 때문에 신기했다. “명품 사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절약할 수 있는 길인 거 같아요. 오래도록 쓰잖아요” 하는 말로 자기 합리화를 한다.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이렇게 명품을 사 모은다니 그 점은 칭찬하고 싶지만 결국 태생이 부자인 여자는 아니라는 말씀. 이 여자와 사귀면 기념일마다 어떤 명품을 선물해야 마음에 찰지 벌써부터 숨이 탁 막힌다. 기껏 열심히 골라서 줬더니 이건 지난 시즌 제품이잖아! 소리 지르면서 날아오는 백을 정면으로 맞는 괴영상에 시달린다. 그날 이후 그녀의 연락을 조용히 씹었다.
5 어장관리녀 분명 좋아하는 남자가 아님에도 ‘남자’라는 성별을 가진 사람에겐 문자도 전화도, 다 받아준다. 왜냐면 그들이 나중에 찬란한 미래를 펼칠지 모르기 때문. 지켜보는 데 선수다.
그녀는 5급 공무원. 얼굴도 이만 하면 충분하다. 스펙만 보면 수고했다고 어깨를 토탁여줘도 좋을 만큼 완벽했다. 이런 여자가 솔로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 ‘땡큐’다.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가 되리라. 오늘 만나서 다음 약속을 잡았다. 요즘 무슨 영화 어쩌고 저쩌고 하면 “영화 보러 갈래요?” “내일 어때요?” 내일 만나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남자친구 생기면 뭐 하고 싶었어요?”라는 물음에 “놀이공원 가는 거요”라고 대답하면 “그럼 이번 주말 어때요?”라고 바로 물어봤다.
이런 패턴으로 짧은 시간 우린 급속도로 친해졌다. 이젠 사귀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오늘은 프러포즈할 심산으로 평상시 거의 가지 않는 호텔 뷔페로 그녀를 안내해 밥을 먹고 함께 남산에 올랐다. 그곳에서 “참 쑥스럽지만…”으로 서두를 시작해 사귀자고 말했다. 내가 만나자고 할 때마다 거절하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전개되지 않아 잠시 당황했다. 수줍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고마워요.
그런데 대답하기엔 아직 좀… 누군가가 없었던 지 오래돼서 혼자인 것에 익숙해졌나 봐요.”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오래?’ 그녀는 분명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6개월이 채 안 된다 했는데? 물어보니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아~ 전 누구를 사귀는 동안은 제 스스로 남자친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너무나 쿨한 어부의 모습에 당황해서 한동안 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의 어장에 갇혀서 놀고 싶지는 않구나. 바이바이다.
남자들에게 물었다. 들이대기 2% 부족했던 그녀의 이유
“그녀는 너무 털털하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좀처럼 떠는 법이 없다. 그녀와 단둘이 소주 3병을 마셨다. 동호회 모임에 나와서 인맥 하나 넓히려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그녀는 내겐 너무 부담스러웠다.”
“소개팅에 그녀는 자기 차를 몰고 나왔는데 첫 만남에 여자 옆자리에 타는 기분, 생각보다 꽤나 민망하다. 먼저 홍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보자기에 차를 가져올 줄 알았겠나. 난 차가 없지만 그날만 가져오지 않은 척 연기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녀에게 어떻게 들이대겠나.”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아무리 호감 가는 그녀지만 꼬박꼬박 십일조를 내고 스킨십 좀 할라치면 소스라치게 놀랄 게 뻔한 주님의 자녀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식당에 가서 문 앞에 가만히 서 있고 물이 나와도 따를 줄을 모른다. 차를 탈 때도 그렇고 주문한 커피를 가져오고 내려오고 휴지, 빨대 챙기는 거, 어느 때도 미동조차 없다. 난 그녀가 손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너무 드세다.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온다고 얼마나 짜증을 내시던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카페에서 샤이니 뮤직비디오 나오니 동공이 커지면서 침 흘리는 것 보고 왠지 무서웠다.”
“그녀 집과 우리 집의 거리는 너무 멀다. 전 여자친구의 집이 멀어서 데려다주느라 체력과 기름 값이 바닥났던 경험이 있다. 이젠 그때보다 나이를 더 먹었기에 나와 집이 먼 여자친구는 좀 그렇다.”
“회사 끝나고 운동은 하냐, 자기계발 명목으로 학원은 다니는지, 매달 책을 한 권이라도 읽는지. 그녀는 질문이라고 했겠지만 나에게는 간섭하고 잔소리 많은 여자로 보일 뿐. 잔소리는 엄마에게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녀는 음식만 나오면 디카를 들이댔다. 그녀의 취미는 존중한다. 하지만 왠지 오늘 그녀의 블로그에 내 사진도 업데이트되어 있을 것 같아 괜스레 무서웠다.”
“포커페이스는 영 꽝인 것 같다. 나랑 있을 때 반달눈이 되면서 사근사근한 모습에 반했는데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부딪치고 지나간 찰나, 무섭게 인상을 일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았다. 섬뜩했다.”
“너무나 예뻤던 그녀. 같이 거리를 걸을 때 짧은 순간이었지만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쳐다보는 시선을 난 느꼈다. 처음에는 ‘땡스 갓’을 외쳤지만 옆에 서 있는 내가 초라해진다. 점점 주눅이 들어 다가설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자연스레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소개팅하기 전에 내 싸이를 미친 듯 캐본 것 같다. 그 내용은 정말 3년 전 다이어리에 쓴 것이란 말이다.”
인연 찾기에 올인한 그의 처절한 소개팅 리포트
1 철벽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연애에 벽을 치는 여자들, 마음의 문을 열기가 어렵고 심지어 몸 움직이기도 귀찮다. 몸속에는 솔로 세포가 점점 커진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행동이나 제스처로 호감을 표현하는 것도 모자라 “난 당신이 좋아요” 하고 직접 고백하는 여자도 부담스럽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부터 상처받지 않을 공간 안에서만 움직이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물론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직은 간절하지 않은 것도 한몫하겠지? 그녀 마음속을 에워싼 단단한 철벽을 깨기엔, 슬프지만 나도 그럴 여유는 없다.
그녀는 내내 자신은 소개팅은 정말 처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소개팅 솔직히 좀 많이 좀 했죠 하고 진실을 털어놓은 내가 무슨 이상한 사람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정말 이런 자리 나오지 않는데 주선한 친구와 워낙 친해서, 그래 한번 나가보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저 정말 소개팅하는 여자 아니에요.” 자꾸 문장만 바꿔가며 사실을 강조하니 그럼 매일 소개팅하는 난 뭐냐? 하고 쏘아주고 싶었다. 아무튼 말하는 족족 자기 방어다.
“제 성격은 구속 받는 거 싫어하고 계획적이지 못해요. 지금 몇 마디만 해봐도 느껴지지 않아요?” 하고 말하니 “아니에요, 전 사람 한 번 봐선 몰라요. 세 번은 봐야 하고 서서히 알아가는 스타일이에요” 하고 받아친다. 아니 누가 지금 사귀자고 했나? 좀 짜증이 났다. 연애 기술이나 하우투에 대한 상담을 어찌나 받았는지 아니면 천성인지 ‘저 남자에게 나에 대해 한 번에 너무 많이 보여주면 안 돼’ 하는 마음의 빗장이 단단하게 채워 있는 느낌이 들었다.
2 인상녀 이목구비가 완벽한 황금 비율로 예쁘다기보다 선한 웃음과 이미지, 전체적 인상이 매력적인 여자. ‘찬란한 유산’의 한효주가 전형적 인상녀.
그녀는 승무원이다. 쌍꺼풀은 있으나 크게 도드라지지 않아 부드러운 인상이고 유니폼만 벗으면 려원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패션 센스도 지녔다. 소개팅에 이런 여자가 나오다니. 역시 부지런한 소개팅에 대한 응답이 이제야 하늘에서 내려오는구나 싶었다. 우리는 첫 만남 이후 급 친해졌다. 얼마 후 외국으로 비행을 나갔고 소개팅하던 날, 대화 도중 해외로 비행 나갈 때가 가장 외롭다고 느낀다는 말이 머릿속에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비행이 끝날 시간에 맞춰서 “수고했다. 오면 맛있는 거 같이 먹자” 등등 가슴 따뜻한 문자를 보냈더니 슬슬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감동했는지 “난 지금 냠냠 밥먹어요” “나 끝났는데 넘 피곤해요, 에궁” 따위의 애교 있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 번밖에 보지 않은 남자에게 이렇게 간지러운 문자를 보냈다는 것은 정말 천성이 귀여운 여자거나 그 남자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이야기. 둘 중 어떤 것이든 나는 좋다. 그 이후 두 번 정도 더 만나고 나의 적극적인 대시에 결국 사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나에게 쓰나미 처럼 절망이 밀려왔다.
그녀는 사내에서도 남자가 많기로 유명하고, 그녀에게 대시하는 남자는 수를 셀 수 없다. 자로 잰 듯한 미남보다 훈남을 좋아하듯 남자들도 요샌 스타일과 전체 이미지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인상녀인 그녀의 주가가 하늘을 치솟는 것. 나와 있는 동안에도 다른 남자에게 연락이 정말 10통은 오는 듯하다. 그 남자들과 마주치면 왠지 한 대 맞을 것 같은 기분. 난 이제 왠지 인상녀가 무섭다!
3 품절녀 이미 결혼한 여자를 뜻하는 말. 갖고 싶어도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버린 여자. 최근 한 조사에서 한가인이 1위로 뽑혔다. 여기서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로 칭하겠다.
오늘도 회사 여자 동료들이 모여 남자친구가 버젓이 있으면서도 습관처럼 “나 소개팅시켜줘” 하고 말한다. 난 그녀들의 심리를 모르겠다. 3개월 전 소개팅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녀는 대학원생이었다. 어깨까지 오는 부드러운 웨이브 머리에 소개팅이라고 평소 잘 입지 않던 A라인의 조신한 스커트를 매치했다. 대화 주제는 그녀의 전공 공부와 나의 회사 생활로 시작했는데, 유독 그녀는 남자의 심리에 대해서 많이 물어봤다. 대화 내내 어색함이 없어서 꽤 편했고, 내가 말을 꺼낼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해주니 신나서 그날은 꽤나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헤어지면 어떤 스타일이에요? 친구로 다시 잘 지내는가요, 아니면 연락 뚝 끊어버리나요?” “친구로 지내고 질척거리는 것은 돌이켜보면 참 별로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는 사실 몇 개월만 지나면 곧 잊고 거리에 지나가는 예쁜 여자들이 다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에요. 하하하.” 웃자고 한 말인데 그때부터 정색. 알고 보니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나와 소개팅하는 순간은 그와 잠깐 싸운 사이 홧김에 행한 일이었다. 어쩐지 말하는 내내 계속 남자들이 전화를 피할 때, 사귄 지 얼마 정도 지나면 변하는 것 같으냐 따위를 묻더라니. 소개팅 후 그녀에게 다시 연락해보니 서로 소중함을 알았고 다시 잘 만나기로 했다나? 심지어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건 이혼한 부부를 가운데서 조정해준 신구 아저씨가 된 기분이었다.
4 신상녀 열심히 발품을 팔아 새로 나온 명품을 재빠르게 구입하는 여성을 뜻한다.
부자인 부모님과 남자에게서 명품을 수집하는 된장녀와는 다르다.
그녀는 나보다 두 살 위인데 벌써 과장이다. 여자 과장님이라는 사회적 지위 때문일까? 품위 유지를 위해서 인지 몰라도 언뜻 보니 시계, 구두, 백 모두 명품이다. 내가 파악한 것 외에도 지갑, 키링, 셔츠 등 숨은 명품 찾기를 하면 그녀의 몸에 모두 동그라미를 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 때문에 그녀도 순간 나를 자신의 오래된 친구쯤으로 착각했는지 밥 먹고 잠시 백화점 쇼핑이나 가자고 쿨하게 말했다. 그 바람에 나도 모르게 흔쾌히 따라나섰다. 백화점에서 그녀가 지나가자마자 직각으로 인사하는 명품 숍 직원들, 그녀는 집에 온 듯 마냥 편해 보였다.
태어나서 이런 광경은 부잣집 사모님이 출연하는 드라마에서나 보았기 때문에 신기했다. “명품 사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절약할 수 있는 길인 거 같아요. 오래도록 쓰잖아요” 하는 말로 자기 합리화를 한다.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이렇게 명품을 사 모은다니 그 점은 칭찬하고 싶지만 결국 태생이 부자인 여자는 아니라는 말씀. 이 여자와 사귀면 기념일마다 어떤 명품을 선물해야 마음에 찰지 벌써부터 숨이 탁 막힌다. 기껏 열심히 골라서 줬더니 이건 지난 시즌 제품이잖아! 소리 지르면서 날아오는 백을 정면으로 맞는 괴영상에 시달린다. 그날 이후 그녀의 연락을 조용히 씹었다.
5 어장관리녀 분명 좋아하는 남자가 아님에도 ‘남자’라는 성별을 가진 사람에겐 문자도 전화도, 다 받아준다. 왜냐면 그들이 나중에 찬란한 미래를 펼칠지 모르기 때문. 지켜보는 데 선수다.
그녀는 5급 공무원. 얼굴도 이만 하면 충분하다. 스펙만 보면 수고했다고 어깨를 토탁여줘도 좋을 만큼 완벽했다. 이런 여자가 솔로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 ‘땡큐’다.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가 되리라. 오늘 만나서 다음 약속을 잡았다. 요즘 무슨 영화 어쩌고 저쩌고 하면 “영화 보러 갈래요?” “내일 어때요?” 내일 만나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남자친구 생기면 뭐 하고 싶었어요?”라는 물음에 “놀이공원 가는 거요”라고 대답하면 “그럼 이번 주말 어때요?”라고 바로 물어봤다.
이런 패턴으로 짧은 시간 우린 급속도로 친해졌다. 이젠 사귀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오늘은 프러포즈할 심산으로 평상시 거의 가지 않는 호텔 뷔페로 그녀를 안내해 밥을 먹고 함께 남산에 올랐다. 그곳에서 “참 쑥스럽지만…”으로 서두를 시작해 사귀자고 말했다. 내가 만나자고 할 때마다 거절하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전개되지 않아 잠시 당황했다. 수줍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고마워요.
그런데 대답하기엔 아직 좀… 누군가가 없었던 지 오래돼서 혼자인 것에 익숙해졌나 봐요.”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오래?’ 그녀는 분명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6개월이 채 안 된다 했는데? 물어보니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아~ 전 누구를 사귀는 동안은 제 스스로 남자친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너무나 쿨한 어부의 모습에 당황해서 한동안 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의 어장에 갇혀서 놀고 싶지는 않구나. 바이바이다.
남자들에게 물었다. 들이대기 2% 부족했던 그녀의 이유
“그녀는 너무 털털하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좀처럼 떠는 법이 없다. 그녀와 단둘이 소주 3병을 마셨다. 동호회 모임에 나와서 인맥 하나 넓히려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그녀는 내겐 너무 부담스러웠다.”
“소개팅에 그녀는 자기 차를 몰고 나왔는데 첫 만남에 여자 옆자리에 타는 기분, 생각보다 꽤나 민망하다. 먼저 홍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보자기에 차를 가져올 줄 알았겠나. 난 차가 없지만 그날만 가져오지 않은 척 연기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녀에게 어떻게 들이대겠나.”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아무리 호감 가는 그녀지만 꼬박꼬박 십일조를 내고 스킨십 좀 할라치면 소스라치게 놀랄 게 뻔한 주님의 자녀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식당에 가서 문 앞에 가만히 서 있고 물이 나와도 따를 줄을 모른다. 차를 탈 때도 그렇고 주문한 커피를 가져오고 내려오고 휴지, 빨대 챙기는 거, 어느 때도 미동조차 없다. 난 그녀가 손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너무 드세다.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온다고 얼마나 짜증을 내시던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카페에서 샤이니 뮤직비디오 나오니 동공이 커지면서 침 흘리는 것 보고 왠지 무서웠다.”
“그녀 집과 우리 집의 거리는 너무 멀다. 전 여자친구의 집이 멀어서 데려다주느라 체력과 기름 값이 바닥났던 경험이 있다. 이젠 그때보다 나이를 더 먹었기에 나와 집이 먼 여자친구는 좀 그렇다.”
“회사 끝나고 운동은 하냐, 자기계발 명목으로 학원은 다니는지, 매달 책을 한 권이라도 읽는지. 그녀는 질문이라고 했겠지만 나에게는 간섭하고 잔소리 많은 여자로 보일 뿐. 잔소리는 엄마에게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녀는 음식만 나오면 디카를 들이댔다. 그녀의 취미는 존중한다. 하지만 왠지 오늘 그녀의 블로그에 내 사진도 업데이트되어 있을 것 같아 괜스레 무서웠다.”
“포커페이스는 영 꽝인 것 같다. 나랑 있을 때 반달눈이 되면서 사근사근한 모습에 반했는데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부딪치고 지나간 찰나, 무섭게 인상을 일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았다. 섬뜩했다.”
“너무나 예뻤던 그녀. 같이 거리를 걸을 때 짧은 순간이었지만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쳐다보는 시선을 난 느꼈다. 처음에는 ‘땡스 갓’을 외쳤지만 옆에 서 있는 내가 초라해진다. 점점 주눅이 들어 다가설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자연스레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소개팅하기 전에 내 싸이를 미친 듯 캐본 것 같다. 그 내용은 정말 3년 전 다이어리에 쓴 것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