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와 시민에게 주는 삼촌의 교양편지(2)

김용만2009.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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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와 시민에게 주는 삼촌의 교양편지(2)

첫째 모듬 현대사회와 대중문화 modern society & mass culture

사랑하는 조카 민주야, 그리고 시민아, 첫 번째 편지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구나. 우리는 대중으로 구성된 현대사회에 살고 있고,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대중매체들이 쏟아내는 상업주의 속에서 살고 있다는 걸 이야기했지? 그럼 대중매체들이 생산하고 유통시켜 시민들로 하여금 소비하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대중문화야. 알다시피 문화는 좁은 의미로 보면 학문, 예술, 디자인과 패션 등을 총칭하는 것이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특정 사회의 구성원들이 사고하고 행동하고 축적하는 지식을 포함한 모든 행동양식의 총합이라고 해. 그러면 대중문화의 의미는 좀 더 쉽게 다가올 것 같구나. 오늘은 현대사회의 행동양식인 대중문화가 삼촌이 들려줄 이야기의 주제다.

 

두 번째 생각할 거리 = 현대사회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 대중문화(Mass Culture)

 

󰁴 대중문화(大衆文化 mass culture)

요즘은 대중문화의 시대라고들 하지. 조금 더 좁혀보면 TV와 광고의 시대라고도 하고. 음악, 영화, 문학 모두 클래식을 고급이라 하고 대중문화를 저급하다 하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재미있는 걸 저속하다고 몰아붙일까?

 문화의 분류

대중문화 - 대중의 취향을 따르는 문화. 영화, TV드라마, 만화, 로맨스-판타지 소설 등

고급문화 - 추상성과 상상력 등 비교적 고도의 정신작용이 필요한 문화. 오페라, 발레 등

키치문화 - 저속함과 일상적 편안함을 오히려 전면에 내세운 하위문화

비보이, 찢어진 청바지, 랩 음악, 그래피티 등

󰁴 가장 예술적인 대중문화 상품, 영화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시커먼 연기를 토하는 기차가 다가오는 장면을 보여주자 관객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쳐나갔다! 이것이 영화의 역사적인 탄생이야. 에디슨도 이와 비슷한 활동사진을 몇 년 앞서 만들었지만 역사는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시네마토그라피의 손을 들어주었지.

신기한 예술로 시작된 영화는 미국으로 건너가 자본과 결합하여 지구상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문화산업이 되었어.

1915년 그리피스가 으로 극영화의 어법을 완성하자 불과 10년이 채 안되어 영화는 미국 제4위의 산업이 되었다니 대단하지 않아? 1927년 첫 토키 영화 가 만들어지며 판토마임 영상은 목소리를 얻었지. 무성영화에서 유성 영화의 시대로 넘어 간 거야. 그동안 ‘노동자의 나라’ 러시아에서는 에이젠쉬타인이 (1925)을 만들어 영화편집의 문법인 몽타주 이론을 확립하고 있었어. 러시아 현지에서는 ‘뽀쫌낀’이라고 발음한다는데 어렵지?

학자들은 이렇게 단언해. 대중문화는 선전 선동의 도구다! 1930년대 나치가 대중선동의 주요한 도구로 영화를 선택하고, 냉전체제하의 미소 양국이 대중을 향한 이데올로기 선전 도구로 영화를 활용하게 된 건 인류에게는 비극이지만 영화에게는 복이었어. 영화는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결국 할리우드 영화는 전 세계의 스크린을 지배하게 되었으니까.

할리우드 영화는 초기부터 자본과 결합하여 장삿속으로 시작되었으니 그 다음은 뻔한 것 아니겠어? 일부 소수의 예술영화 작가들을 빼면 싸구려 대중소설과 같은 스토리에다 화면에 비쳐지는 스타의 현란한 이미지로 관객을 마비시켰어. 거기 현혹된 대중은 영화가 보여주는 상품을 사고, 영화가 보여주는 장소에 갔으며, 영화가 들려주는 음악을 듣게 되지. 이른바 대중문화가 창조하는 새로운 문화패턴, 소비패턴이야. PPL(Product Placement)도 은근슬쩍 대중화 되었지.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에 여배우들이 어느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고 나오느냐가 전 세계의 화제가 되잖아. 이미지 팔아먹기지.

미국영화와 유럽영화가 다른 점은, 유럽에서는 예술로 시작되었고, 미국에선 장사로 시작되었어. 그럼 대중영화와 예술영화는 어떻게 다른 거지?

대중영화의 대표 시리즈

잘 생기고 무기도 잘 다루며, 도박도 잘 하는 남자배우가 섹시하고 헐벗은(?) 본드 걸을 구하고 적당히 뺀질거리는 스타일로 악당의 야욕을 분쇄하여 세계를 구해내는 뻔한 무협지 같은 스토리인 건 다 알지? 벌써 22편이나 나왔어. 지극히 단순한 권선징악 구도에 미-영 우월, 남성 우월, 물질문명 우월을 마음껏 주장하는 영화들이지. Q가 만드는 매력적인 본드 카와 신기한 스파이 무기, 전 세계 유명 도시와 호텔을 넘나드는 세계여행, 거친 액션 장면 등을 통해 마초주의 남성을 겨냥한 상업주의 교과서와 같은 요소들로 가득 찬 영화야. 아무 생각 없이 즐거운, 그래서 킬링 타임에 가장 적합한 쓰레기 영화라는 혹평을 받고 있지. 반면에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최장 속편을 자랑하는 영화 시리즈이기도 해. 20번째 편인 에서는 북한을 소재로 삼아 한국 영화 팬들을 분노케 한 적도 있었지. 들었어? 민족 이미지를 왜곡시킨다고 차인표가 출연을 거부했다는 거.

[해설] 마초주의(machoism) = 마초증후군 (macho syndrome)

지나치게 여성을 비하하거나 공격하는 성차별주의자 또는 남성 우월주의자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 마초(macho)는 스페인어로 남자를 뜻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남성을 의미하는데, 마초증후군은 이러한 남성적 기질을 지나치게 강조해 남자로 태어난 것이 마치 여자를 지배하기 위한 특권이라도 되는 듯이 행동하는 일련의 증상 또는 그러한 행태를 가리킨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용어로 굳어지지 않고 마초콤플렉스와 혼용되기도 한다. 남성우월론에 바탕한 행동성향이 여성들을 비하하거나 공격함으로써 여성을 남성의 지배 대상으로 삼는 성차별주의 또는 지나친 남성우월주의를 일러 마초주의라 한다.

예술영화 대표 (배용균 감독 1989)

비평가들만 잠시 떠들어주고 때로는 몇 십~몇 천 명의 의식 있는 관객들만 박수친 후에 조용히 필름보관소 창고 너머로 사라져간 걸작이었어. 대중의 소비(관람)를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공급자인 감독의 예술적 추구(주제, 구성, 연출)만 살아있는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키치영화 대표 (쿠엔틴 타란티노 1994) 브루스 윌리스, 우마 서먼 주연

다수 하류계층의 취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싸구려 영화임을 만천하에 선언한 영화, 그런데도 흥행에서 성공하고 특정한 소비 스타일을 유행시켜 대중문화의 한 주류 자리를 떡 차지한 영화였지. ‘펄프 픽션’ 자체가 싸구려 갱지에 인쇄된 삼류소설을 의미하고 있어. 

[해설] 키치(Kitsch)는 원래 속악(俗惡)한 것, 가짜 또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사이비라는 의미이다. 대중 속에 뿌리박은 하나의 예술 장르로까지 개념이 확대되어 현대 대중문화·소비문화 시대의 흐름을 형성하는 척도를 제공하고 있다. 1970년대 한국에서 유행한 촌티패션을 비롯해 1990년대의 찢어진 청바지, 배꼽티, 패션의 복고 열풍 등도 하나의 키치 문화로 볼 수 있다. 키치 현상은 보편적인 사회현상, 인간과 사물 사이를 연결하는 하나의 유형으로 해체주의를 지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안의 주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기능적이며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향 등으로 풀이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중영화나 키치영화 같은 대중문화가 마초적인 남성을 보여주거나 값싼 문화로 관객을 자극하면서 결국 소비사회의 시뮬라크르를 확대 재생산하는 기능을 수행했다는 걸 알 수 있겠지. 시뮬라크르가 뭐냐고? 조금만 참아. 알기 쉽게 설명해줄 테니까.

󰁴 라이프스타일의 세뇌, 광고

광고(commercial)는 ‘상업(주의)적인’이라는 형용사와 같은 단어야. 상업광고의 목적은 결국 매출 증대와 이윤의 확대재생산이고. 적어도 TV와 광고 사이에는 맥루한이 ‘매체는 곧 메시지다’라고 한 정의가 정확한 것으로 보여.

TV광고는 15초~20초의 짧은 시간에 각인효과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점점 더 자극적인 것으로 변해가고 있어. 처음에는 제품의 설명이 위주였지만 이제는 단 1초를 보아도 그 이미지가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야. 광고=이미지인 시대에 광고는 특정 제품이 아니라 특정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기호를 창조하고 있지. 티저 광고도 시청자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있지. 3년전 ‘MUST-HAVE'라는 카피를 내세운 광고가 한참 방영되었지? 분명 휴대폰 광고인데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이란 게 안 나와. 시청자들이 궁금해서 스스로 찾아보는 동안 각인효과를 노리고, 그들끼리 호기심을 나누면서 ’입소문‘ 효과를 노린 고도의 전략이야.

 

CF의 女王 ‘이영애의 하루’

- 아침에 일어나면 세이 비누로 세수를 하고,

- 엘라스틴 샴푸로 머리를 감고,

- 오전에 오기로 한 웅진코웨이 아줌마를 기다렸다 정수기 필터교환을 한다.

- 지펠 냉장고에 있던 주스를 마시며 조금 쉬다가

(어제 한 빨래 걷어.. 다리미로 다리고, 유리창 좀 닦다가)

- 참! 나의 꿈도 소중해 하면서 영어공부를 한다.”두유 해브 애니 익스…피어리언스?”

(오후가 되서 외출준비를 하고)

- 엘지카드를 들고나가 펜싱, 헬스, 쇼핑, 나이트…에구구 정신없이 보내다

- 밤이 되어서 돌아오는데, 불현듯 떠오르는 엄마생신!! 빨간 스웨터를 보면서

'조금 있으면 어머니 생신인 데 뭘 사드리나?' (아이! 카드 다 그어서 한도 안 남았는데…)

 

이영애 남편의 하루 ----------

- 아침에 정시에 일어날 수 있도록 시계 알람을 두 개 세팅하고,

- 욕실에 목욕용품이 떨어졌는지 확인한 후 세이 비누와 엘라스틴을 슈퍼에서 사다 놓고,

- 정수기 필터 교환 날짜를 확인한 후 웅진코웨이 아줌마에게 내일 오시라고 예약하고,

- 어젯밤 집사람이 벗어둔 모든 빨래를 세탁기에 집어넣어 돌린 후 널어놓고,

- 컴퓨터도 쓰지 못하는 집사람의 국제화 꿈을 위해 마우스만 클릭하면 모든 것이 동작되도록 준비해 놓고,

- 집사람의 몸매관리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엘지 가족카드 발급/유효기간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 저녁에 들어올 집사람을 위해 손을 데어가면서 냉장고 옆에 수백 개의 초를 켜놓고,

- 플라워 이벤트에 연락해서 집안을 꽃으로 장식한다.

-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까지 했는데... 집사람은 파티 간다고 이브닝드레스를 챙기고 있는 중이다.

- 아마 파티 끝나면 데리러 오라고 연락하려고 오늘도 드라마 전화를 들고 나갈 것이다.

- 집사람이 이브닝드레스 입고 나가는 걸 본 아버지가 한마디 했다. “에고, 저년. 또 카드 긁으러 나간다~”

몇 년 전 인터넷에 떠돌던 이야기인데, 결코 진실은 아니야. ‘원조’라서 인용해 본 거지. 2006년에는 이나영이 총 23개의 CF로 수위를 차지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이나영의 하루는 어떻게 될까?

“내 맘대로 바꿀 수 있는 벽산 블루밍아파트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맥심 아이스 커피믹스로 졸린 기운을 쫓아내고, 트롬에 빨래를 넣어놓은 다음 네이트 메시지로 남자친구와 약속을 한다. 쇼핑을 하려면 삼성카드는 반드시 챙겨야 하고 나가기 전에 아이오페로 눈가 주름도 살짝 감추어 줘야 매너지...”

지금은 김태희를 거쳐 김연아로 여왕이 바뀌었다며? 한때 아이스링크 사용료가 없어 눈물짓던 김연아가 지금은 CF 출연으로 연간 100억이 넘게 벌어들인다더구나.

대량생산과 대량판매를 위한 광고의 물량공세는 유행을 낳고, 유행은 진지한 사유가 아니라 소비의 패턴을 낳는 거야. 아무 생각 없이 지갑을 열고 작은 실마리 하나(상품)만 잡으면 마치 그 스타일을 누리는 부러운 집단의 일원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착시현상인 거야. 바로 이런 걸 ‘시뮬라크르’라고 부르는데, 이 시뮬라크르가 수동적인 수용자가 되어버린 현대인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어. 모든 사회적 가치가 ‘소비의 사회’의 덕목에 매몰되어 버리고 마는 거야. 이제 TV와 영화, 광고에 둘러싸인 대중은 마치 상업주의의 감옥 속에 사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TV, 영화, 대중음악, 소설 등 대중문화 매체들의 내용은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강해서 다른 생각들, 특히 진지한 생각들을 하는데 방해요소가 돼. 그래서 못된 지배자들이 국민을 다른 데 눈 돌리게 하는데 쓰인 것들을 보면 대중문화의 코드와 대체로 일치하지. 바로 3S( Screen, Sex, Sports)야. 대중문화는 모든 연령대의 전 국민, 특히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지. 여기에 Star(스타)와 Gamble(도박)을 추가하면 어때? 인터넷 세대인 너희 친구들에게는 컴퓨터 게임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겠지?

광고의 3B도 생각나? Baby, Beauty, Beast. 또 있다고? Bust라고? 맞아. 충동적이며, 즉각적이고, 욕망에 충실하라고 속삭이는 게 대중문화의 속성이지. 인간성의 상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실체가 아닌 것에 속박당하는 것이 바로 인간소외(alienation)가 아니고 뭐야? 소외(疎外)의 영어단어는 ‘에일리언이 되다’의 뜻이지. 영화 시리즈에서 에일리언은 어떤 거야? 아무리 죽이려고 해도 잘 죽지 않고 사람에게 기생해서 자기복제를 하면서 숙주인 사람을 먹어 치우는 끔찍한 파충류 외계인이야. 이제 소외가 어떤 건지 느낌이 팍 오지? 만일 대중문화가 우리의 인간성과 정신을 먹어 치우는 그런 파충류 외계인이라면?

󰁴 대중문화의 명암

하지만 대중문화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일까?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빛과 그림자의 양 측면을 둘 다 좀 들여다보자꾸나.  

어두운 면 하나, 대중문화(大衆文化)는 문화의 민주화다?

대중사회를 기반으로 성립되는 문화가 대중문화지. 현대의 대중문화는 일부 엘리트만의 고급문화와 하위 계급 문화와의 사이에 나타난 중간문화를 말하는 거라고 보는 것이 더 구체적으로 보여.

종래 좁은 의미에서 문화의 향수(享受)는 지극히 한정된 일부 계급 계층 사이에서 고급문화란 형태로 이루어졌지만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교육이 확대되고, 정보화 사회가 되어 지구촌이 되어버린 현대사회는 대중도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었지.

더우기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은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확대시켜서 대중문화 성립의 기반이 된 거야. 오페라나 뮤지컬도 TV나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게 되었잖아. 대중사회와 문화와의 관계는 가치체계의 전달형태나 사회화의 기능에 관련이 있어. 문화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기관의 수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늘어났지. 우리나라만 해도 대부분이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이고 웬만하면 다 대학을 다니잖아. 라디오, TV, 케이블TV, 위성방송, DMB, 무엇보다도 인터넷의 발달은 우리에게 문화와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수없이 제공하고 있어.

어두운 면 둘, 대중문화의 부정적 측면들?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즉, 社會化에 의한 문화의 대중화를 거꾸로 생각해보자. 대중이 수동적으로 받는 입장으로만 있는 걸까? 교육산업이 거대화되고, 매스컴 기업도 거대화하면서 받는 입장에서 주는 입장으로 바뀌게 된 측면도 있지 않을까? 팔리지 않을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자가 어디 있겠어?

대중이 교육산업이나 매스컴 산업의 이윤대상이 된 건 사실이야. 문화상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시키거나, 왜곡된 가치관을 갖게 하거나, 저속한 언어로 포장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을 우둔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 대중의 단순한 성격에 영합해 저속한 작품을 양산(量産)해내고, 의식을 퇴폐화시켜. 결국 대중문화는 비슷한 수준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악순환의 사이클을 함께 돌리고 있다고 해야 할까.

대중문화는 대중매체를 통해 다수의 대중에게 전달되는 문화야. 문제는 그 수량과 성격이 한정되어 있어 대중의 의식과 취향을 획일화시키지. 영화 한편이 천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가수의 음반 하나가 수백만 장 씩 팔리잖아. 그 수많은 어쩌면 거의 국민 대다수가 나 , 이라는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 대중의 취향과 선호도가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거야. 성형 공화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이고 보면 길거리 다니는 여자 10명 중 서너 명이 김태희와 똑같이 생길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야?

위와 같은 일까지야 생기지 않겠지만 문화를 생성하는 기업에 의해서 획일화되고, 양산되는 문화는 필연적으로 정형화된 사고와 행동을 낳게 하는 거야. 

문화는 창조적이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기존의 문화를 극복하고 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대중의 생활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목적이나 획일화된 가치를 강요하기 위해 만들어진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지.

실제로 대중문화에서 새로운 문화의 창조와 향수는 이윤과 영합을 두 바퀴로 삼아서 굴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리고 이런 것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에까지 보이지 않게 대중의 태도를 이끈다는 거지. 영화 이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독극물로 인해서 탄생했다는 플롯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환수’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 혹은 미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압력의 반발일 수도 있겠고. 드라마 과 , 이 팩션(faction)이라는 미명 아래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 가는 ‘민족주의’를 위한 역사의 왜곡이라는 비판도 있어.

[해설] 팩션(faction)

사실(fact)와 허구(fiction)을 결합한 단어. 소설이나 영화를 만들 때, 역사적 배경이 있는 경우 실제의 사실과 허구로 지어낸 인물들의 이야기를 결합시켜서 지어낸 사건이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기법. 예를 들어 에서 영포 왕자는 역사적 증거가 없이 허구로 창조된 인물이며, 다물활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러한 장치는 극적인 효과를 증가시킨다.

또 대중문화는 사회의 부정적 가치를 전파할 위험도 다분히 가지고 있지. 대중문화가 일정 부분 현실을 반영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성(性)의 상품화는 드라마에서 일상이 되었어. , , ,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스토리들이 한 판에 인생을 뒤집는 ‘신데렐라’를 꿈꾸는 된장녀를 은근히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나 드라마 뿐 아니라 가요 등 적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사회의 부정적 가치관을 일반화하는 경우가 많잖아. 록그룹 KISS, 마릴린 맨슨 같은 경우에는 아예 악마주의를 트레이드마크처럼 들이대. 영화배우 이은주가 자살하고 나서 자살이 늘어난다는 보도도 있었고 유니와 정다빈 이후 최진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베르테르 효과’가 염려된다는 탄식이 흘러나왔지. 

[해설]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

괴테의 소설 이 출간된 후, 베르테르의 자살을 모방하여 유럽의 젊은이들 사이에 자살이 유행한 것을 빗대어 ‘자살의 전염’ 현상을 가리킨다. 특히 유명인사나 부러울 것 없는 조건을 가진 사람의 자살이 알려질 때 모방자살은 증가한다.

대중문화는 주로 현실과 동떨어진 오락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중의 의식을 탈정치화한다고 말할 수 있어. 한 국가의 구성원들이 사회 문제나 정치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참여정신을 지닐 때 사회의 발전은 가능한 것인데 대중문화는 대중을 어리석게 만드는 오락 기능에 주력하고 있어서 정치나 사회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참여를 줄이고 있는 거야.

밝은 면 하나, 대중도 대중문화의 창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대중문화가 수용자의 수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건 분명해. 하지만 문화적 민주주의 입장과 같은 반대 논리 역시 가능하지 않겠어? 대중도 대중문화의 창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지. 왜? 대중이 좋아하는 걸 만들어야 팔리니까. 대중문화의 제작자들은 대중의 요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 그래서 대중에게 영합한다고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대중의 취향에 맞아야 성공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할까?

따라서 대중문화에는 대중의 욕구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대중도 대중문화의 창조과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지. 요즈음에는 UCC란 걸 통해서 특히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거 알지?

밝은 면 둘, 대중문화는 풍자나 패러디의 방법으로 사회를 재해석한다.

대중문화가 분배나 평등, 인권처럼 진지한 사회적 이슈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건 부인할 수 없어. 탈정치화 경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고. 골치 아픈 정치나 철학적 메시지를 들이대면 잘난 척 한다며 오히려 비웃을 정도지. 그러나 대중문화에도 사회 비판 의식이 담겨 있어. 최근의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걸 알 수 있어. 개그 프로를 봐도 ‘김기사~’ 에는 졸부의 사회학이 담겨 있고, ‘형님뉴스’는 조직폭력배에게까지 조롱받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잖아. ‘뉴스가 뉴스다와야 뉴스지!’ 조금만 만만하게 보이면 즉시 이런 말 들어.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밝은 면 셋, 대중문화는 문화의 민주화에 기여했다.

대중문화는 문화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시각도 있어. 산업혁명 이전에 문화는 귀족 계급의 전유물이었다고 이야기했었지. 하지만 현대 사회의 대중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문화를 향수하고 있지. 예전에 오케스트라 음악은 서양에서 왕족, 귀족, 성직자만 가능했지만 지금 서울에선 1-2만원만 가져도 들을 수 있게 됐으니까. TV만 켜면 라스베가스에서나 하는 매직 쇼, 서커스에 심지어는 ‘네이키드 뉴스’까지 거실에 앉아 볼 수 있잖아.

개인적인 관심만 있다면 다큐멘터리 채널만 죽자 사자 보면서 제법 높은 지적 수준을 갖춘 교양인이 될 수도 있고, 영화채널에만 매달려 있다면 영화기자도 될 수 있을 정도야. 대중문화가 출현하면서 드디어 문화 향수의 평등이 실현되고 있다는 시각도 빈말은 아니게 됐지.

밝은 면 넷, 대중문화 vs 靑少年문화

학교에서 만화 보면 어떻게 되니? 별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만드는 물건이 만화지. 고등학교 같으면 수업 중에 걸리면 찢기거나 머리를 때리는 흉기로 변하거나, 압수당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의 인기는 그칠 줄 몰라. 아무리 빼앗고 무슨 짓을 다해도 만화책을 즐겨 볼 수밖에 없어. 삼촌은 언젠가 길가면서 책을 보는 학생을 보고 감동을 받았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만화책 더라고.

그렇다면 대중문화와 학교문화는 정말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대중문화는 올바른 인격형성에 장애를 주고, 물론 학업성적이나 대학입학여부에 결정적인 악역만 하는 것일까? 현실을 직시해보자.

오늘날 대중문화는 청소년 그들의 중요한 생활, 아니 삶 자체가 되어 버렸지. 그렇다면 시각을 바꾸어 보는 것이 어떨까? 대중문화에 대한 오랜 편견에서 벗어나 보는 거야. 엘리트문화와 대중문화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시각에서 벗어나 문화 민주주의의 입장에서 대중문화를 바라보면 어떨까.

소수만이 즐기고 대다수 민중들은 소외되었던 과거의 엘리트 문화와 달리 대중문화란 누구나 손쉽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지.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기 때문에 대중문화라고 이름이 붙었잖아. 지금부터라도 대중문화의 일방적 수혜자로서 기업의 이윤목적으로 만들어진 문화가 아니라 주체적 입장에서 문화를 스스로 생산하고, 창조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야.

󰁴 대중문화 中毒과 극복을 위해

2008년 이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최대 이슈였지만, 얼마 전인 2006년에 한국의 가장 큰 이슈는 북핵(北核)과 더불어 ‘바다이야기’였어? 우리 사회에 각종 사행성 게임, 도박, 담배, 술에 중독된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야. 중독이란 어떤 자극에 지나치게 집착해 그 자극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게 되고 쾌감의 기억을 지속하게 위해 점점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는 상태야. 더 나아가서 그 자극이 그 사람의 몸과 정신을 지배하게까지 되는 현상이지.

왜 정신적 중독이 점점 더 늘어나는 걸까? 앨빈 토플러는 ‘속도의 비동기화’ 때문이라고 진단해. 사회가 적응의 한계를 넘어설 만큼 빠른 물질적, 경제적 성장을 경험했다는 거지. 그걸 견디어낼 만한 내면적 가치를 세우고 지키려는 노력이 제도적, 사회문화적 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이야.

물질만능의 사회에서 ‘남보다 뛰어나고 더 부자가 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는 거야. 동시에 이러한 우리의 집단적 무의식이 항상 돈을 벌거나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경우에만 제대로 보상이 돌아가는 사회제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거지. 자본주의적 사유의 가장 어두운 면이야. 그래서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예를 들어 모성, 삶의 만족감, 어린이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일 등 가치에 관련된 일―에는 어떠한 실질적 보상도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어.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이란 측면에서의 보상이 사회문화적, 경제적,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발전하기가 어려워. 결국 우리가 고생을 해서 경제적 성장을 이루는 것도 궁극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함이잖아. 더 이상 경제적 이윤이라는 이유로 사행성사업을 인정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피성, 의존성 중독에 빠지게 하는 비정한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야.

그럼, 시뮬라시옹의 매트릭스에 우리를 매몰시키려 하는 대중문화를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아직은 구조적인 문제에 개인적으로 해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것을 조직화하는 것 역시 우리 모두의 과제인 거지. 그럼, 문화수용자의 각성과 창조자로서의 참여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현실을 直視하는 覺醒이 필요해.

드라마 보면 나오잖아. 늘 ‘한심한 놈’만 같던 주몽이 해모수를 만나 정신 차리고 나서 무예의 달인(達人)이 되고, 부여와 한나라 사이에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미래의 대제국을 세우는 개국의 영웅이 되고 마는 감동의 스토리. 바꾸어 말하면 매스미디어로 포위된 대중문화의 감옥에서 빠져 나와 스스로의 네오(영화 의 주인공)가 되는 거지. 드라마 에서도 운동신경 형편없는 먹보 백두산이 지옥훈련 끝에 홈런을 펑펑 때려대는 슬러거로 변신해서 활약을 펼치잖아.

수동적인 수용자를 벗어나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어 현상을 읽는 눈을 길러야 해. ‘열혈강호’ 알지? 니네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만화잖아. 눈을 감아도 어디서 화살이 날아오는지 그 기를 느껴야 살 수 있다고 강호의 숨은 고수인 거지노인 괴개가 주인공 한비광을 가르치는 것 봤지? 

‘영화 보기’와 ‘영화 읽기’는 무엇이 다를까? 글자 한자 다르다고? ‘읽는다는 것’은 눈에 보여지는 것 뒤에 숨어있는 의미를 생각해보고 알아내려고 하는 거야. 대중문화를 보지 말고 읽으라는 거야. 즉, 눈에 보이는 현상이 얄팍하더라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라는 거지. 자금사정 안 좋은 회사 사장이 은행에 돈 빌리러 갈 때는 제일 비싼 차를 빌려서라도 타고 간다고 해. 은행 지점장쯤이면 눈치 채야지, 진실을.

그래도 모르겠다면 사모님 차나 몰아, 김기사!!!

둘째, 퓨전을 재료 삼아 인티그레이션(integration)해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퓨전도 융합, 인티그레이션도 융합이라는 뜻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섞어서 크로스오버를 하니까 대중문화의 소프트한 감성과 클래식음악의 정제된 세련미가 시너지를 창출하여 새로운 음악시장을 만들었어.

클래식이 너무 어려웠던 사람들은 부담 없이 즐길 기회를 얻었고, 대중음악만 듣던 사람들은 보다 고급스러운 형태의 음악을 편안하게 즐길 기회를 얻은 거지. 서양음악과 국악이 만난 퓨전도 그래. 요즘은 ‘와인 삼겹살’을 비롯해 퓨전음식도 많이 나오지. 사실 퓨전음식의 원조는 ‘부대찌개’란다.  

대중문화에 매몰되지 않고 극복하려면 또 하나, 인문학과 대중문화의 만남이 필요해.

영화 은 북유럽 신화에 정통한 원작자 톨킨의 인문학적 배경과 피터 잭슨이라는 대중문화의 총화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