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와 파파야

이보름200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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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와 파파야

 

 

구루지가 내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잘 가게. 하지만 잘 익은 파파야를 가져왔으니 내가 그대에게

 한 가지 가르침을 선물해야지. 그대는 우리가 만난 것이 우연

 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대가 우연이라고 말할 때마다 시바 신의

 웃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어. 우린

 태어나기 전부터 서로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만나게 되

 는 것이지."

 

그러면서 구루지는 말했다.

 "이것을 잊지 말게. 삶에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영혼

 끼리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야.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태어나는 것이지. 모든 사람은 잠시

 또는 오래 그대의 삶에 나타나 그대에게 배움을 주고, 그대를

 목적지로 안내하는 안내자들이지."

 

 나는 다시 한 번 구루지의 축복을 받은 뒤, 헐렁해진 배낭을

메고 산을 내려왔다. 구루지는 배낭 속에 든 파파야뿐 아니라,

내 마음속 질문까지 꿰뚫어보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가 마한트 바가반 구루지라고 믿는다. 또한 내가

그를 만나러 간 것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오직 파파야 세 개를

전하기 위해서 였다고.

 그것을 위해 나는 몇 번이나 버스를 갈아타고, 여러 사람에게

길을 묻고, 장대비 속을 헤매 다녔다. 태어나기 전부터 그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