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A아파트 엘리베이터, 그 첫번째 이야기

주동희200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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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A아파트 엘리베이터, 그 첫번째 이야기

 

며칠 동안 그의 전화를 피했다.

 

그는 계속 전화를 하고, 난 받지 않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보니, 밤새 부재중 전화가 여덟 통이나 와 있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한 시 부터 삼십 분 간격으로,

 

여덟 통의 전화가 와 있었다.

 

그러니까 근 거의 밤을 꼬박 샜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도 난 흔들리지 않았다.

 

그와 헤어졌다는 나의 결심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답답해하고 있을 그를 상상하면 미안하다.

 

얼굴을 마주보고 헤어지자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고,

 

달랑 '헤어지자'는 문자 하나 한 통 보내고 연락이 안 되는 나 때문에,

 

회사에서도 집중을 못하고

 

온종일 멍 하니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앉아있을 것이다.

 

그런 그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에게 다시 돌아아고 싶진 않다.

 

이미 그에게서 떠나온 내 마음을 다시 그에게 돌려보낼 자신이 없다.

 

 

수다스러운 그가 싫었다.

 

계집아이처럼 투정 많은 그가 싫었다.

 

눈치 없이 구는 그가 싫었다.

 

노력 없이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그가 싫었다.

 

그럼에도 그를 만났던 건, 그의 마음 때문이었다.

 

나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좋아해주는

 

그의 마음은 백 점짜리였기 때문에..

 

그를 지금까지 놓지 못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난 정말 나쁜 연인이었는지도 모른다.

 

난, 사랑을 줄 준비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고,

 

사랑을 받을 준비만 되어 있는 연인이었다.

 

 

나의 베스트프렌드인 민희는,

 

나의 결정이, 나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잘 해 주는 남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냐고,  악담을 해댔다.

 

그래서 난 대답했다.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 남자..매력 없어. 난 좀 무게감 있는 사람이 좋아.

 

그는 너무 가벼워..가벼운 깃털 같아.."

 

 

오늘은 아무 데도 들리지 않고, 바로 집으로 퇴근을 했다.

 

9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906호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문득, 906호 현관 앞까지 바래다주던 그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래도 난 그의 전화를 끝까지 받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사랑을 기다릴 것이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피하지 말라고,

 

미련을 남겨주는 건 이별통보 보다 더 잔인한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