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닝구’ 가 젊어졌다

오두영2009.07.25
조회3,063
 민소매ㆍV넥등 스타일 다양… 젊은 비즈니스맨도 열광

항균ㆍ소취ㆍ냉감효과는 기본 뱃살 보정기능까지



가슴이 보일 정도로 늘어진 목선에 허리가 드러날 정도로 내려온 옆선. 일명 ‘흰 러닝’으로 불리는 백색내의에 대해 아직도 이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이런 편견은 이제 추억과 함께 접어 서랍 속으로 묻어야겠다.

후줄근한 동네 아저씨들의 단골 패션 아이템이었던 백색내의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세련된 디자인에 속옷다운 실용성과 겉옷 못지 않은 기능성까지 겸비했다. 점점 늘어가고 있는 자전거 출퇴근족의 필수품이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피트니스 클럽을 찾는 직장인도 와이셔츠 안에 편하게 받쳐 입는다. 이런 흰 러닝의 변신에 기존 소비층인 중년뿐 아니라 윗 속옷은 아예 잘 입지 않던 젊은층의 수요도 늘고 있다.


‘난닝구’ 가 젊어졌다
▶흰 러닝은 진화 중, 디자인에 기능성까지=흰 러닝의 변신은 디자인에서 시작된다. 기존에 있던 획일화한 U넥에서 벗어나 민소매, V넥, 반팔 스타일 등으로 다양해졌다. 유선미 트라이 디자인실장은 “스포츠처럼 움직임이 많은 야외활동에 적합하도록 어깨 라인을 깊이 파거나 목선을 높게 잡는 등 활동성을 높인 스타일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며 “갈수록 다양해지는 생활환경을 반영해 디자인도 세분화하면서 백색내의도 필요한 상황에 맞춰 골라 입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트라이는 올시즌 ‘화이트 레볼루션’을 콘셉트로 백색내의로만 구성된 ‘티-베이직(T-Basic)’ 시리즈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50수 순면 소재에 입체 패턴을 사용해 활동성을 높인 것이 특징. 특히 일상생활에서의 편안함을 강조한 ‘컴포트’ 라인과 활동성을 높인 ‘스포츠’ 두 가지 스타일로 디자인을 세분화해 젊은 비즈니스맨이 많이 찾는다.


이처럼 몇 번만 삶거나 빨고 나면 아래로 힘없이 늘어지거나 누렇게 색이 변하기 일쑤였던 소재도 보다 고급스러워졌다. 기본 면소재 제품의 경우 보다 가볍고 착용감이 좋은 고급 소재가 쓰이고 활동성이 좋은 면스판 소재도 활용되고 있다. 여름을 겨냥해 땀 흡수와 항균 소취, 냉감 효과 등의 기능을 첨가하기도 한다.


지난달 속옷 상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했다는 옥션은 이 중 60% 정도는 흰 러닝이라고 밝혔다. 옥션 측은 “그 중에서도 스포츠ㆍ레저용으로 나온 기능성 러닝셔츠가 거래량을 이끌며 요즘은 하루 평균 700장 정도가 팔려 나간다”며 “소재가 고급화하면서 세탁 후에도 원형이 유지돼 보존력이 좋고 뱃살 보정 기능을 더해 배 부분에 조임 패드가 부착돼 있는 체형보정 셔츠도 인기”라고 말했다.


▶스포츠 즐기고 몸매 보정까지, 젊은층이 입으니 색다르다=눈길을 끄는 것은 ‘아저씨 패션’이라고 흰 러닝을 외면해온 20, 30대 젊은층의 수요다. 유선미 실장은 “올 들어 남성 흰 러닝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늘어날 정도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흰 러닝은 평범하고 밋밋할 것이라는 편견이 사라지면서 소비자의 연령대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정수형 옥션 남성의류 카테고리 담당자 역시 “아저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러닝셔츠에 각종 기능과 더불어 전혀 내의스럽지 않은 디자인이 가미된 제품이 속출하면서 다시 인기가 부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능성 러닝의 경우 건조속도가 빨라 툭툭 털어 금방 입어도 상쾌함이 유지돼 일반 직장인은 물론 학생 사이에서도 인기”라고 말했다.


‘난닝구’ 가 젊어졌다
기능성 스포츠웨어 제조업체인 엑스티브에서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지난달부터 민소매와 반소매 셔츠 제품의 매출이 50% 정도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은 ‘베이직실드 브이넥’과 ‘유로스포츠 언더웨어’로, ‘유로스포츠 언더웨어 민소매’의 경우 출시 일주일 만에 초기 물량이 완판돼 일시 품절되기도 했다. 엑스티브에 따르면 이 제품의 출시 배경에는 “와이셔츠나 블라우스 안에 일반 속옷 대신 입고 싶으니 흰색 제품을 만들어 달라” “네크라인의 높이를 낮춰달라” “겉옷 밖으로 로고가 비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등 젊은 소비층의 적극적인 주문이 있었다. 이에 따라 면보다 40% 가벼운 원단을 사용해 착용감을 가볍게 했고, 냉감 기능을 더해 체감온도를 2~3도 이상 낮춰주는 효과도 더했다. 김종일 엑스티브 상품개발실장은 “30대 남성이 제품 구매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며 “골프나 등산 같은 여름철 야외 스포츠를 즐길 때 언더웨어로 입기에 적당하고 일상생활에서 면 러닝셔츠 대용으로 기능성 티셔츠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활동성을 위한 기능뿐 아니라 흰 러닝조차 잘 어울린다는 것은 ‘몸짱’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성기환 롯데백화점 영패션MD팀 CMD(선임상품기획자)는 “이너웨어의 스타일 변화로 흰 러닝의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지면서 매장 내에서 유색과 흰색의 매출 비중이 2대8로 단연 압도적”이라며 “여름철을 맞아 드라마나 영화에서 식스팩이 드러난 남자 배우의 상의 노출이 잦아지면서 자극받은 남성 고객이 보정기능까지 가능한 러닝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