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해상구조대, 고품격 몸개그의 향연

이강율200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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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무한도전'을 볼 때면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됐습니다.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집중을 하며 보게 됐습니다. 행간에 숨겨져 있는 심오한 풍자 정신과 위트를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방영이 끝난 뒤 한참 지나서야 '아! 그게 그런 의미였지'하는 감탄에 무릎을 치는 일이 종종 있었거든요.

게다가 '무한도전'은 전형적인 허허실실입니다. 허술한 듯 자유분방하지만 치밀한 기획 아래 빈틈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뚫어지게 보다 보면 숨겨진 치밀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재미도 '무한도전'을 즐기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25일 방송된 '무한도전' 해상구조대편은 모처럼 긴장을 풀고 그저 쉴새없이 폭소를 터뜨리면 됐습니다. 편안한(?) '무한도전'이었죠. 물론 초반엔 잠시 긴장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긴 했습니다.
 
A형 간염 때문에 병석에 있던 박명수가 복귀한 모습에서였죠. 박명수는 실제 촬영에는 참가하기 어려워 옆에서 쉬면서 제작진에게 각서 서명을 요구했습니다. 각서의 내용들이 사회상을 반영하는 듯 의미심장하더군요.

 

 

김태호 PD는 각서에 처음엔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고용주인 제작진과 고용인인 박명수 사이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실업에 대한 두려움과 산재처리에 대한 노사 양측의 입장차를 웃음으로 풍자한 대목이었다고 할까요.

 

 

결국 박명수와 김태호 PD는 한가지씩 양보해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이 또한 요즘 사회상에 대한 풍자가 아닐 듯 싶네요. 양보의 미덕을 찾아라... 뭐 그런 식으로 해석해봤습니다. 좀더 들어가서 말하자면 '강한 자가 양보하라' 정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뭔가를 발견하려고 본 건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해상구조대 훈련에 들어간 이후에는 뭔가 찾아내려고 눈을 부릅뜨고 보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재석 길 정준하 정형돈 등의 순박한 몸개그가 쉴새 없이 펼쳐진 덕분에 그저 낄낄거리며 볼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무장을 해제하고 '무한도전'을 즐기게 된 셈이죠.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은 몸개그에도 능한 프로그램입니다. 예전엔 비상한 몸개그가 상당히 많았는데 요즘 들어서 조금 시들해졌죠. 워낙 생각하게 하는 요소를 많이 다룬 덕분이겠죠. 프로펠러 바람 견디기 훈련은 초창기 '무한도전' 시절을 연상케 하는 고전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물 속에서 단어 설명하기 퀴즈에선 난데없는 길의 웃음이 폭소를 제조했습니다. 웃음이라는게 한번 터지면 전염성이 강해지죠. 길에서 유재석으로, 또 전진으로, 그리고 시청자로 제대로 전파된 순간이었습니다.

 

 

유재석의 몸개그도 대단한 수준입니다. 구조 훈련에서도 아이스박스를 들고 물속에 뛰어들었다가 제대로 데굴데굴 구르며 폭소를 유발했습니다. 유재석 정도의 정상급 MC라면 이런 식으로 망신 당하는 몸개그는 잘 안할텐데... 유재석이 최고인 이유입니다.

이날 해상구조대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정형돈의 '족발당수'가 작렬한 순간들입니다. 굳이 설명이 필요없이 화면만 봐도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명장면들입니다.

 

 

정형돈의 날라차기에 정준하가 완전히 패대기쳐지죠. 들고 있던 맥주가 흩뿌려지는 영상미까지.

 

 

길은 좀더 강렬하게 당했습니다. 족발당수에 당한 뒤 1m 이상 날아갔죠. 널부러지듯 쓰러져 있는 모습이 안스럽기까지 하네요.

 

 

아이돌 스타인 전진도 예외일 순 없었네요. 전진은 바다속으로 장렬히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이 '족발당수'가 뭔가 또 의미심장합니다. 최근에 윤종신이 '영계백숙' 리믹스 음원을 유료화하면서 '돈벌이에 눈이 멀어 무한도전의 기획 취지에 위배됐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죠.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한 태도 때문에 비난이 더욱 거세지는 실정입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함께하는 '족발당수'는 윤종신에 대한 풍자가 아닐까 생각도 되더군요. 취지에서 동떨어진 행동을 하는 윤종신에게 족발당수를 날린다고 할까요.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은 몸개그에도 의미를 담아냅니다. 고품격 몸개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