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방에 살고 있는 그와 나의 관계......

정희찬200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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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방에 살고 있는 그와 나의 관계......


그는 지하방에 세입자이다. 나는 그 건너편의 3층 건물의 주인이다. 오늘 그는 이른 새벽에 배달된 보수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이른 새벽인데 그는 버릇처럼 일찍 일어나 입에 담배를 문채, 그 신문의 기사와 사설을 열심히 읽고 있다. 나는 새벽에 <맹자(孟子)>를 읽다가, 잠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창문을 열고 있다가, 우연히 그를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그 보수신문이 지하방에 살고 있는 그와 같은 어려운 처지의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권력과 부를  지닌 사람들을 옹호하는 왜곡된 논리로 그와 같은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그 보수신문의 왜곡된 논리를 파악하기에는 지식적 측면에서 역부족일 것이다. 분명히 보수신문은 부자가 존재해야만 가난한 사람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화려한 수식어로 그를 설득시키고 있을 것이다. 그는 정치적 측면으로 강자인 동시에 약자이다. 그는 가정에서 남편과 아버지란 신분에서는 강자이다. 그러나 사회에서 가난하고 정치적 영향력이 거의 없는 약자이다. 사회적으로 약자는 가정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경향이 많다. 그도 아내와 자녀에게는 강한 사람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보수신문을 보면서 느끼는 희열은 자신이 약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알량한 자존심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신문은 그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자존심을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오히려 보수신문들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사회적 권력과 부(副) 그리고 지식이 부족한 그들의 허영을 이용하는 탁월한 수단을 잘 알고 있다. 실제적으로 생계수단을 위해 죽을 각오로 회사에서 파업과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수신문들은 마치 무능력한 인간들이 불량배나 폭력배처럼 회사를 위협하고, 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존재로 매도한다.


사실, 그는 자신도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과 분리된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도록 보수언론은 조장한다. 그러나 그는 보수언론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을 특별한 이유 없이 사회에 불만이 많고, 가난하고 나약한 존재이거나, 부질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는 존재이거나, 특정 정치 세력에 세뇌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는 논어(論語)와 맹자(孟子)에 대해 관심도 없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론이 자본주의 국가의 정치와 교육에 차용된 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알량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타인에게 참견을 받거나 잘못을 지적받는 것을 강하게 거부한다. 그럼에도 그는 직장에는 상사나 고객의 참견을 받고 잘못된 점을 지적을 받지만 생계를 위해 잘 참고 견디는 편이다. 문제는 그가 구독하고 있는 보수신문이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참견하고 잘못을 지적하면서 조정하고 있는 것은 꿈에도 모른다. 보수신문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논리의 사설을 쏟아내도, 그 참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사설의 논리에 따라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비난하고, 비판하고 욕한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정치적으로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을 불순한 정치세력으로 매도하고, 비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이다. 자신의 아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잘 살아야 된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 아들이 공부하고 일을 한 만큼 공정한 대가를 받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민주적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는 사회적 약자인 동시에 지하방의 강자이다. 그가 보수신문을 갖고 지하방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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