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이였다. 난 정상을 꿈꾸는 가수지망생이고 저녁 늦게 친구와 술을 마신 후 집에 왔다가 나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인즉 어떤 유명한 작곡가가 나에게 곡을 써준다는 것이였다. 술이 확 깰만큼 놀랍고 반가운 소식이였다. 나같이 아직 매스컴도 못타본 가수지망생에게 앨범작업에 타이틀곡으로 들어갈만큼 유명한 작곡가가 노래를 준다니... 난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내려와서 시동을 걸었다. 흥분해서 인지 술에 아직 덜깨서 그런지... 시동은 잘 안걸렸고 몇분간 흥분상태를 안정시킨 뒤에서야 시동을 걸수 있었다. 한참 녹음실을 향해 차를 몰고 가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내 앞을 가로 막는 것이다. 난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그 여자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 여보세요..제발 도와주세요..차사고로 제 친구가 밑에 떨어졌어요.. " 비가 억수같이 퍼붓었고 혹시나 늦으면 곡을 안줄것같았지만..창문을 열고 여자의 발을 보니 신발도 안신고 비에 흠뻑 맞은걸로 보아 몹시 급해보였다.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가고 있었고비는 더 세차게 내렸다. " 제발..제발 도와주세요.. " 여자는 사정하며 말했지만 순간 나는 무슨 생각이 있었는지 여자를 뒤로 물러서라고 했다. 나는 차를 몰고 여자를 멀리하고 도망가려 하였는데.. 그만 그 여자는 뒤로 물러서다가 비가 와서 지반이 약했는지 갑자기 비명소리와 함께 뒤로 나둥구러졌다. 소리로 보아 몇미터는 구른것 같았다. 순간 나는 너무 당황하고 놀랐다. 하지만 급한마음에 다시 차를 몰고 앞을 달렸다. 한참을 갔을 때였다..갑자기 시동이 멈추더니 차가 더이상 가질 않는 것이다. 화가나서 내려보니 바퀴가 진흙사이에 걸려 꼼짝도 못하고 있는것이다. 어떻게 손써볼 방법이 없어 차 안에 들어갔다 비는 오고 에어콘은 작동하지 않자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했다. 등엔 땀이 흘렀고 난 의자에서 앞으로 몸을 숙여 뒤 쪽에 손을 뻗어 옷을 펄럭이며 땀을 말렸다. 정비소 같은곳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해볼 생각을 했지만 도저히 이곳같은 곳에 정비소 같은 곳이 있을 턱이 없었다. 급히 올 생각에 지름길로 왔는데 지름길이라는 이곳이 완전히 시골 길이였기 때문이였다. 할수없이 차에서 내려 근처에 나무 막대같은 걸로 바퀴 밑에 깔고 다시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시동을 걸었어도 도저히 앞으로 갈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다시 차에서 내려 더 큰 나무판자를 구해 바퀴 밑에 깔고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번엔 다행히 갈수 있었다. 한참을 정신 없이 달려 정신을 깨보자 녹음실에 다다랐다. 시동을 끄는둥 마는둥, 문을 잠그는둥 마는둥 차에서 내려 녹음실로 들어갔다. 녹음실엔 현관쪽 등만 켜져있고 깜깜했다. 녹음실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말했다. " 이제 왔니? " 녹음실에서 같이 일하는 여동생뻘 되는 아이다. 나이는 한 살차이 정도 나는데 그 앤 한 살차이가 대수냐며 반말하는 걸 서슴치 않았다. " 어..미안.. " 난 그 애에게 눈치를 주며 작곡가님은 어디 계시냐고 하자 그 애는 녹음실 안을 가리켰다. 녹음실 안으로 들어가자 작곡가님은 날 보며 웃더니 날 반갑게 맞으셨다. " 자..이번 노래는 메시지가 너무 강해서..독특한 목소리를 구했는데..자네가 목소리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야.. " " 감사합니다.. " " 감사할게 있나?..자네 목소리가 좋아서 한거네.. " 약간은 듣기 거북한 말투로 말했지만 워낙 유명한 작곡가니 그러려니 하고 계속 들었다. "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하고..내일부터 녹음하는게 어떤가? " " 네..그렇게 하죠.. " " 자..악보는 놔두고 가겠네.. " " 저..제가 태워다.. " " 아니네...나도 가져온 차가 있어서..이만 가겠네 " " 차라도.. " " 음..아까 마셨네..저 이쁜 아가씨가 주던걸.. " " 네.. " 난 더 마중나가려 하였지만 작곡가는 들어가라고 하면서 날 멀리하고 떠났다. " 어때?..기분 좋지? " " 당근.. " " 좋겠네..여기 청소도 다했는데..나 이만 가볼께 " " 그래.. " " 넌 안가? " 난 계속 남기로 했다. 악보를 한번 볼참이였다. 그 애가 간 후 난 녹음실 안으로 들어가서 악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정말 메시지가 강한 노래였다. 가사뿐만 아니라 곡의 흐름까지.. 그 작곡가는 가사까지 적어서 주었다. ' 쳇..작곡가가 가사도 만드냐...만능이군.. ' 가사를 살펴보니..정말 웬만한 작사가 수준이였다. 확실히 노래에 대해 잘 아는 사람다웠다.. 곡을 살펴보니 목소리만으로 나처럼 얼굴도 안알려진 사람에게 준 것이 의심스러웠지만 그냥 받아두기로 했다. " 아아.. " 녹음실에서 한번 불러보려 했다.그때였다. 갑자기 유리벽 앞에서 뭔가가 앞을 스쳐갔다. " 뭐..뭐지? " 난 서둘러 녹음실 밖을 나가 불을 켰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주위를 응시하며 악보를 번갈아 봤다. 평소 귀신영화 따위를 보기 좋아했던 나. 이 분위기상으로는 귀신이 나올것만 같은..그런 암시적인 생각에서 인지 쉽게 노래에 젖어들지 못했다. " 내가 진정 바라는게 있.. " 휙. 불이 켜져있었지만..검은..무언가가 또 앞을 스쳤다. " 누..누구야? " 당황해서 녹음실 마이크에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녹음실 안에는 금방 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도 없었다.. 난 혼자 녹음실 안에 있다. 무서워서 악보도 놔두고 헐레벌떡 녹음실 밖을 나왔다. " 아차차... " 악보를 놔둔것이 생각났다. 그냥 가려 하였지만 혹시나 악보를 도둑맞을까봐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 여기..어디쯤.. " 생각으로는 근처에 있었던것 같은데 발이 달린것처럼 어디론가 사라졌다. 계속 찾았다. 등엔 벌써 땀범벅이 되어 있었고 이마에서 흘린 땀은 어느새 내 볼을 적셨다. " 이런.. " 할수없이 녹음실을 나와버렸다. 그리고 올라온 계단을 봤다. 그 때였다.. 녹음실...녹음실 현관에서 어떤 여자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눈...난 째려보는듯 했다. 순간 몸..몸이..굳어 움직이질 않았다. 말도 할수 없었다..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말을 하려 노력했는데..할수없자..난 혀를 깨물게 되었다. ' 이러다가 혀를 깨물고 죽는게 아닌가! ' 섬뜩한 생각과 함께 입에 힘을 풀었다. 그 순간 그 여자는 사라졌다. 갑자기 놀라 꽉 물었던 혀를 놓자 혀 끝에선 붉은피가 콸콸 흘렀다. 손등으로 입을 닦자 손등엔 내 피가 묻어있었다. 차 있는 곳으로 황급히 뛰어가 시동을 걸고 갈때.. 그 때였다. 갑자기..갑자기..빽밀러로 보이는..어떤 여자..차 안에는 없었다. 트렁크에 한손을 올려놓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 가..가만..저 여자는.. " 갑자기 그 여자는 나에게 다가왔다. 난 창문을 열었다. " 그냥..가시면 어떡해요.. " ' 아까 나에게..그..여잔.. ' " 굴..굴러 떨어지지 않았나요? " " 네?..아..그때 잠시 뒤로 넘어져서 일어나 보니 안계시더라구요.. " " 그..그럴리가..바퀴가 진흙에 빠져 계속 그 자리에 있었는데요.. " " 그럼..제가 정신을 잃고 몇십분 후에 깨어났나 보죠.. " " 여..여긴..어떻게 왔죠?..걸어오려면 아직 도착할수 없는 거리인데.. " " 히히.. " 여자는 갑자기 웃더니 사라졌다. 난 귀신을 눈앞에 두고 아주 논리정연하게 말을 했다. 잘 말한건 아니였지만.. 아까와는 달리 귀신에 대한 공포감이 더 심해졌다. " 야.. " " 아악.. " 놀라서 쳐다보니..녹음실에서 일하는 그애였다. " 뭐야..왜 그렇게 놀라? " " 아..아냐.. 근데..여기는 왜? " " 어..녹음실에 뭘 놔둔 것 같아서 가봤는데..글쎄..내 주머니 속에 있더라구.. " " 그래..그럼..나 간다.. " " 잠깐만..나..나좀 태워주면 안돼?..차가 끊겼나봐.. " " 알..알았어..타 " 혼자인게 무섭진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내 곁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였다. " 넌..내 이름도 모르지? " " 아..아냐.. " " 그래?..그럼 내 이름이 뭐야? " " 주..주연이.. " " 알긴 아네..근데 왜 맨날 내 이름은 안부르고..칫 " 그 애의 이름은 주연이였다. 사실 몇 달 동안 같이 지냈지만 이름을묻거나 시간을 내서 오랜동안 이야기 나눈 적이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부를때 '야' 라고만 했다..그 애 나이도 아는 선배를 통해 안것이다. " 집이.. " " 아..여기 오거리 빠져나가면 돼.. " 차에 시동을 걸고 길을 달렸다. 주연이는 창 밖을 내다보고 난 운전하는데만 신경을 썼다. " 내가 왜 창 밖을 보는줄 알아? " " 어?... " " 밤 늦게 창밖을 보면 귀신을 만날수 있어.. 특히 차안에서 속도를 빠르게 하고 달리면 뭐가 휙휙 지나가는데.. 그게 창밖 배경이 아니고 귀신이 지나가는거래.. " " 뭐? " " 놀랐구나..그치그치?...하하..짜식..놀라긴... " 퍽. 주연이는 운전하고 있는 난 아랑곳하지도 않고 뒤통수를 손으로 때렸다. " 야..운전하는데 방해되잖아. 가만히 앉아있어.. " " 아..알았어. " 주연이는 창밖을 보다가 내 말에 놀랐는지..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정면을 보고 앉았다. 몇 번 들싹 거리더니 자리를 잡은 모양이였다. ' 내가 너무 심했나?.. ' 주연이는 계속 내 눈치를 봤다. 난 주연이가 힐끔힐끔 쳐다보는걸 알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 풉..야..얼굴 좀 피고 살아. " " 어? " 퍽. 주연이가 또 뒤통수를 때렸다. " 여기야..다왔어..메에롱! " 그러더니 주연이는 차에서 내려 뛰어갔다. 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뒤통수가 얼얼해 머리만 만지고 있었다. 물컹... 뭔..뭔가가 내 손에 잡혔다. 휙...뒤를 돌아보자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주연이 손이 매웠는지 혹이라도 났나 싶어 빽밀러를 통해 볼참으로 머리를 돌려 비스듬하게 해서 뒤를 봤다. ' 설마 혹이야 나겠어.. ' 그 때였다. 무..무언가가 트렁크에서 바둥거렸다. 차에서 내려트렁크쪽으로 가보니..멀쩡하던 차가 갑자기 찌그러 졌다. 트렁크는 `쿵' 소리를 내더니 완전히 망가졌다. 놀라서 그냥 멍하고 쳐다보았다. ' 뭐..뭐지.. ' 차에 고장이 났나 싶어 택시를 잡기로 했다. 너무 늦어서인지 차가 끊겼는지..좀처럼 택시가 지나가지 않았다. 사람들도 뜸했고 걸어가자니 이 곳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차에서 조금 떨어져 주저 앉았다. 차는 아직도 시동이 걸어져 `탈탈탈' 소리를 내며 진동하고 있었다. 차를 멍하니 쳐다보는데..차속 불빛으로 뭔가가 보였다. ' 저게.. ' 차에 가까이 가보니..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택시가 보였다. " 택시..택시.. " 택시를 잡아타고 무작정 집으로 향하였다. 택시 요금도 2만원이 넘어섰다. ' 걸어갔으면..큰일날뻔 했군.. ' 돈을 지불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저녁거리도 없고 해서 슈퍼에 들려 라면이나 몇개 사왔다. 집에 도착하니..역시 집엔 아무도 없었다. 몇 주 전만 해도 친구 몇명이랑 같이 자취를 했는데..그 친구들도 집이 편하다며 다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텔레비젼도 볼 것도 없었고 따분해서 라면도 안먹고 잠이나 자야겠다..하고 이불을 펴놓고 있을때였다. (띵동띵동) ' 누구지? ' 방에서 나와 현관으로 뛰어가듯이 걸어갔다. " 누구세요? " 아무 대답이 없자 홈오토로 봤다. 복도는 어두웠고 막 끊으려 할때...갑자기 뭔가가 불쑥 올라왔다. 사람의 눈같았다. 핏줄이 눈에 강하게 비췄고 놀라서 수화기를 놓자 그 이상한 물체도 사라졌다. 순간 땀이 범벅이 되고 현관만 계속 지켜봤다. (띵동띵동) 홈오토를 쳐다봤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현관 스위치를 눌러버렸다. (끼이익) ' 문소리? ' 현관문을 여는 소리였다. 예전 친구들과 장난 치다가 현관문이 부서진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문을 열때마다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렸다. 순간 현관을 쳐다봤다. 현관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다. 순간 부랴부랴 뛰면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불속으로 미꾸라지 들어가듯 불쑥 들어갔다. 이불도 거의 목을 가릴정도로 덮었다. 땀이 찼다. 엉덩이부터 등, 그리고 이마에선 계속 땀이 흘렀다. 더워서 그랬을수도 있지만..더 땀을 흐르게 한것은 내가 긴장했기 때문이다. 안방문이 약간 열렸다. 닫으려고 했지만 계속 눈만 내놓고 빼곰히 쳐다보았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벨소리도, 현관문 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불을 발로 차면서 열기를 식혔다. 난 혹시나 해서 계속 방안을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이상도 없었고 그날밤을 그렇게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이튼날 아침 일찍 녹음실로 갔다. 어제 놔두고 온 악보를 다른 가수들이 볼까봐 택시를 타고 갔다. 가던길을 바라보니 어제 버리고 온 차가 보였다. 계속 차를 쳐다보았는데..이상하게 트렁크나 차자체가 모두 이상이 없어 보였다. 저녁 늦게 어떤 미친것들이 지나갔는지 차 유리창을 깨어져 있었지만 트렁크는 찌그러진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갸우뚱 거리며 녹음실에 와보니 악보는 녹음실 안 마이크 밑에 떨어져 있었다. ' 여기 있었으니까 못찾았지... ' " 웬일이냐?..아침 일찍? " " 어..형 " 아는 형이였다. 그리고 내 메니져이기도 하고..아직 가수지망생이라 돈도 없고 아무런 힘도 없어서 친분이 있던 형인데... 부탁을 했더니 마침 형도 놀고있던(?) 때라 쉽게 승낙했다. " 광..광운이형.. " " 뭐? " " 아..아냐.. " " 뭐야?..짜샤. 싱거운 소리 그만하고..그 손에..그거 뭐냐? " " 어..이거? " 광운이 형의 눈을 따라 쳐다본것은 내 손에 쥐고있던 악보였다. " 어..어제..김운영 작곡가님이 주신 악보야.. " " 뭐?...애가..무슨 헛소리야?..김운영님 돌아가신지 3년이 넘었잖아.. " " 뭐?...에이..형은..그런 소리 듣지도 못했어..아침부터.. " " 허허..이놈이.. " 주연이가 보이길래 주연이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 뭐?..아니..못봤는데.. " " 야..어제 내가 너도 태워주고.. " " 응..그래..태워줬지. 근데 무슨 작곡가를 만나? " " 야..너 이번에 뜰참으로 그러는거지? 왜..녹음할때 귀신 만나면 그런 앨범들 다 뜨잖냐.. " " 아..아냐.. " " 이리 줘봐. " 광운이 형은 내 손에 있는 악보를 고기 낚듯이 낚아 채갔다. " 야..제법인걸..너한테도 이런 실력이.. " " 형. 정말 김운영 작곡가님이 주신거라니까.. " " 얘가 얘가..오빠. 성태오빠 왜 이래요? " " 음..애가 열은 없고.. " " 아이 씨. " 짜증내는 말투로 두 사람에게 화를 내고 녹음실을 나와버렸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담배가 있길래 피웠다. 너무 놀라서 어제밤 일을 기억하련지는 모르겠지만..담배를 필때면 기억력이 좋아지는 오랜 경험(?)에 비추어..어제 일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누군가 나를 불러서 가는 도중 여자가 죽게 되고..녹음실에 도착해서 악보를 받아..집으로 오던중 차가 고장나서 택시를 타고... 시간상으로 봐도..이런...말도 안돼. 담배를 돌에 지지고는 다시 녹음실로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 형. 정말이야..내가 어제 녹음실에 김운영 작곡가님을 빨리 만나려고 지름길로 오다가..아니. 왔는데..분명히.. " " 지름길? " " 어..아..왜 있잖아. 저기 삼거리 지나면 샛길로.. " " 임마. 너 바보냐? 일주일전에 홍수피해때문에 거기 물에 잠겼잖아..벌써 복구가 됐냐? " ' 아..맞아.. ' 내가 말을 안하고 가만히 생각하고 있자 주연이나 광운이 형이나 둘다 피식 웃더니 녹음작업 하자며 녹음실로 들어가 버렸다. " 야 뭐해?..빨리 끝내야지.. " " 어..아..알았어.. " 광운이 형이 재촉해서 녹음실 안으로 들어가 이어폰을 꽂았다.. 그래도 몇 분간 계속 그 생각에 녹음을 제대로 할수가 없었다. " 야 임마. 너 뭐야..뭐하는 놈이야?그래..귀신 봤다쳐..지금 귀신이 문제냐? 똑바로 안할래? 짜식이 시간없어 죽겠는데.. " 광운이 형이 악보로 머리를 툭툭 치며 보챘지만 귀엔 들리지도 않았다. 할수없이 녹음을 잠시 중단하고 쉬기로 했다. 녹음실로 다시 들어올 때였다. 주연이와 광운이 형이 뭔가 속삭였다. 난 걸음을 멈춰 옅들었다. " 야..성태자식 왜 이러냐..오늘따라.. " " 저..광운이 오빠.. " " 왜? " " 사실..어제 나 녹음실에 안왔어. 이 근처에 동창회가 있어서 오던길에 성태오빠가 차안에서 어떤 여자랑 이야기 나누고 있길래 누군지 보려고.. " " 그..그래서? " " 아니..그냥. 갔더니..여자는 안보이던데.. " " 뭐?...뭐야.. " " 그래서..늦었고..또 그 여자 누군지 궁금해서 차에 태워주라고 했는데.. 아무말도 안하잖아..그걸로..헤어졌는데..녹음실에서 날 만났다니.. " " 왜..말하지 그랬어? " " 어머..오빤.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아주 기절할 표정이던데...근데..성태오빠..녹음실엔 정말 왜왔지.. " 화가 났다. 머리가 더 복잡해 지는것 같았다. 주먹을 불끈 쥐고 헛기침을 하며 녹음실로 들어갔다. 광운이 형과 주연이는 순간 멀리 떨어지더니 그들로 헛기침을 하며 일하는척 했다. " 어..성태 왔냐?..녹음해야지.. " " 어.. " 누군지는 몰라도..아무튼 힘들게(?) 구한 악보니까..녹음을 하기로 했다. 설령 귀신을 만났다 하더라도..나에게 별 탈 없었으면 됐으니까... 그 날 녹음을 다 마치고 나머지 곡도 녹음단계에 들어갔다. 앨범은 80% 정도가 진행중이였으며 대부분 나와 광운이 형이 만든 노래들이였다. 단 한 곡만 빼고..
녹음실 안에서...
유난히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이였다.
난 정상을 꿈꾸는 가수지망생이고 저녁 늦게 친구와 술을 마신 후 집에 왔다가 나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인즉 어떤 유명한 작곡가가 나에게 곡을 써준다는 것이였다.
술이 확 깰만큼 놀랍고 반가운 소식이였다.
나같이 아직 매스컴도 못타본 가수지망생에게 앨범작업에 타이틀곡으로 들어갈만큼 유명한 작곡가가 노래를 준다니...
난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내려와서 시동을 걸었다.
흥분해서 인지 술에 아직 덜깨서 그런지...
시동은 잘 안걸렸고 몇분간 흥분상태를 안정시킨 뒤에서야 시동을 걸수 있었다.
한참 녹음실을 향해 차를 몰고 가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내 앞을 가로 막는 것이다. 난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그 여자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 여보세요..제발 도와주세요..차사고로 제 친구가 밑에 떨어졌어요.. "
비가 억수같이 퍼붓었고 혹시나 늦으면 곡을 안줄것같았지만..창문을 열고 여자의 발을 보니 신발도 안신고 비에 흠뻑 맞은걸로 보아 몹시 급해보였다.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가고 있었고비는 더 세차게 내렸다.
" 제발..제발 도와주세요.. "
여자는 사정하며 말했지만 순간 나는 무슨 생각이 있었는지 여자를 뒤로 물러서라고 했다.
나는 차를 몰고 여자를 멀리하고 도망가려 하였는데..
그만 그 여자는 뒤로 물러서다가 비가 와서 지반이 약했는지 갑자기 비명소리와 함께 뒤로 나둥구러졌다.
소리로 보아 몇미터는 구른것 같았다.
순간 나는 너무 당황하고 놀랐다. 하지만 급한마음에 다시 차를 몰고 앞을 달렸다.
한참을 갔을 때였다..갑자기 시동이 멈추더니 차가 더이상 가질 않는 것이다.
화가나서 내려보니 바퀴가 진흙사이에 걸려 꼼짝도 못하고 있는것이다.
어떻게 손써볼 방법이 없어 차 안에 들어갔다 비는 오고 에어콘은 작동하지 않자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했다.
등엔 땀이 흘렀고 난 의자에서 앞으로 몸을 숙여 뒤 쪽에 손을 뻗어 옷을 펄럭이며 땀을 말렸다.
정비소 같은곳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해볼 생각을 했지만 도저히 이곳같은 곳에 정비소 같은 곳이 있을 턱이 없었다.
급히 올 생각에 지름길로 왔는데 지름길이라는 이곳이 완전히 시골 길이였기 때문이였다.
할수없이 차에서 내려 근처에 나무 막대같은 걸로 바퀴 밑에 깔고 다시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시동을 걸었어도 도저히 앞으로 갈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다시 차에서 내려 더 큰 나무판자를 구해 바퀴 밑에 깔고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번엔 다행히 갈수 있었다.
한참을 정신 없이 달려 정신을 깨보자 녹음실에 다다랐다. 시동을 끄는둥 마는둥, 문을 잠그는둥 마는둥 차에서 내려 녹음실로 들어갔다.
녹음실엔 현관쪽 등만 켜져있고 깜깜했다. 녹음실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말했다.
" 이제 왔니? "
녹음실에서 같이 일하는 여동생뻘 되는 아이다. 나이는 한 살차이 정도 나는데 그 앤 한 살차이가 대수냐며 반말하는 걸 서슴치 않았다.
" 어..미안.. "
난 그 애에게 눈치를 주며 작곡가님은 어디 계시냐고 하자 그 애는 녹음실 안을 가리켰다.
녹음실 안으로 들어가자 작곡가님은 날 보며 웃더니 날 반갑게 맞으셨다.
" 자..이번 노래는 메시지가 너무 강해서..독특한 목소리를 구했는데..자네가 목소리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야.. "
" 감사합니다.. "
" 감사할게 있나?..자네 목소리가 좋아서 한거네.. "
약간은 듣기 거북한 말투로 말했지만 워낙 유명한 작곡가니 그러려니 하고 계속 들었다.
"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하고..내일부터 녹음하는게 어떤가? "
" 네..그렇게 하죠.. "
" 자..악보는 놔두고 가겠네.. "
" 저..제가 태워다.. "
" 아니네...나도 가져온 차가 있어서..이만 가겠네 "
" 차라도.. "
" 음..아까 마셨네..저 이쁜 아가씨가 주던걸.. "
" 네.. "
난 더 마중나가려 하였지만 작곡가는 들어가라고 하면서 날 멀리하고 떠났다.
" 어때?..기분 좋지? "
" 당근.. "
" 좋겠네..여기 청소도 다했는데..나 이만 가볼께 "
" 그래.. "
" 넌 안가? "
난 계속 남기로 했다.
악보를 한번 볼참이였다.
그 애가 간 후 난 녹음실 안으로 들어가서 악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정말 메시지가 강한 노래였다. 가사뿐만 아니라 곡의 흐름까지..
그 작곡가는 가사까지 적어서 주었다.
' 쳇..작곡가가 가사도 만드냐...만능이군.. '
가사를 살펴보니..정말 웬만한 작사가 수준이였다.
확실히 노래에 대해 잘 아는 사람다웠다..
곡을 살펴보니 목소리만으로 나처럼 얼굴도 안알려진 사람에게 준 것이 의심스러웠지만 그냥 받아두기로 했다.
" 아아.. "
녹음실에서 한번 불러보려 했다.그때였다. 갑자기 유리벽 앞에서 뭔가가 앞을 스쳐갔다.
" 뭐..뭐지? "
난 서둘러 녹음실 밖을 나가 불을 켰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주위를 응시하며 악보를 번갈아 봤다.
평소 귀신영화 따위를 보기 좋아했던 나. 이 분위기상으로는 귀신이 나올것만 같은..그런 암시적인 생각에서 인지 쉽게 노래에 젖어들지 못했다.
" 내가 진정 바라는게 있.. "
휙. 불이 켜져있었지만..검은..무언가가 또 앞을 스쳤다.
" 누..누구야? "
당황해서 녹음실 마이크에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녹음실 안에는 금방 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도 없었다..
난 혼자 녹음실 안에 있다.
무서워서 악보도 놔두고 헐레벌떡 녹음실 밖을 나왔다.
" 아차차... "
악보를 놔둔것이 생각났다. 그냥 가려 하였지만 혹시나 악보를 도둑맞을까봐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 여기..어디쯤.. "
생각으로는 근처에 있었던것 같은데 발이 달린것처럼 어디론가 사라졌다.
계속 찾았다.
등엔 벌써 땀범벅이 되어 있었고 이마에서 흘린 땀은 어느새 내 볼을 적셨다.
" 이런.. "
할수없이 녹음실을 나와버렸다. 그리고 올라온 계단을 봤다.
그 때였다..
녹음실...녹음실 현관에서 어떤 여자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눈...난 째려보는듯 했다.
순간 몸..몸이..굳어 움직이질 않았다.
말도 할수 없었다..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말을 하려 노력했는데..할수없자..난 혀를 깨물게 되었다.
' 이러다가 혀를 깨물고 죽는게 아닌가! '
섬뜩한 생각과 함께 입에 힘을 풀었다. 그 순간 그 여자는 사라졌다. 갑자기 놀라 꽉 물었던 혀를 놓자 혀 끝에선 붉은피가 콸콸 흘렀다. 손등으로 입을 닦자 손등엔 내 피가 묻어있었다.
차 있는 곳으로 황급히 뛰어가 시동을 걸고 갈때..
그 때였다.
갑자기..갑자기..빽밀러로 보이는..어떤 여자..차 안에는 없었다.
트렁크에 한손을 올려놓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 가..가만..저 여자는.. "
갑자기 그 여자는 나에게 다가왔다. 난 창문을 열었다.
" 그냥..가시면 어떡해요.. "
' 아까 나에게..그..여잔.. '
" 굴..굴러 떨어지지 않았나요? "
" 네?..아..그때 잠시 뒤로 넘어져서 일어나 보니 안계시더라구요.. "
" 그..그럴리가..바퀴가 진흙에 빠져 계속 그 자리에 있었는데요.. "
" 그럼..제가 정신을 잃고 몇십분 후에 깨어났나 보죠.. "
" 여..여긴..어떻게 왔죠?..걸어오려면 아직 도착할수 없는 거리인데.. "
" 히히.. "
여자는 갑자기 웃더니 사라졌다.
난 귀신을 눈앞에 두고 아주 논리정연하게 말을 했다. 잘 말한건 아니였지만..
아까와는 달리 귀신에 대한 공포감이 더 심해졌다.
" 야.. "
" 아악.. "
놀라서 쳐다보니..녹음실에서 일하는 그애였다.
" 뭐야..왜 그렇게 놀라? "
" 아..아냐.. 근데..여기는 왜? "
" 어..녹음실에 뭘 놔둔 것 같아서 가봤는데..글쎄..내 주머니 속에 있더라구.. "
" 그래..그럼..나 간다.. "
" 잠깐만..나..나좀 태워주면 안돼?..차가 끊겼나봐.. "
" 알..알았어..타 "
혼자인게 무섭진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내 곁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였다.
" 넌..내 이름도 모르지? "
" 아..아냐.. "
" 그래?..그럼 내 이름이 뭐야? "
" 주..주연이.. "
" 알긴 아네..근데 왜 맨날 내 이름은 안부르고..칫 "
그 애의 이름은 주연이였다.
사실 몇 달 동안 같이 지냈지만 이름을묻거나 시간을 내서 오랜동안 이야기 나눈 적이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부를때 '야' 라고만 했다..그 애 나이도 아는 선배를 통해 안것이다.
" 집이.. "
" 아..여기 오거리 빠져나가면 돼.. "
차에 시동을 걸고 길을 달렸다. 주연이는 창 밖을 내다보고 난 운전하는데만 신경을 썼다.
" 내가 왜 창 밖을 보는줄 알아? "
" 어?... "
" 밤 늦게 창밖을 보면 귀신을 만날수 있어..
특히 차안에서 속도를 빠르게 하고 달리면 뭐가 휙휙 지나가는데..
그게 창밖 배경이 아니고 귀신이 지나가는거래.. "
" 뭐? "
" 놀랐구나..그치그치?...하하..짜식..놀라긴... "
퍽. 주연이는 운전하고 있는 난 아랑곳하지도 않고 뒤통수를 손으로 때렸다.
" 야..운전하는데 방해되잖아. 가만히 앉아있어.. "
" 아..알았어. "
주연이는 창밖을 보다가 내 말에 놀랐는지..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정면을 보고 앉았다. 몇 번 들싹 거리더니 자리를 잡은 모양이였다.
' 내가 너무 심했나?.. '
주연이는 계속 내 눈치를 봤다.
난 주연이가 힐끔힐끔 쳐다보는걸 알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 풉..야..얼굴 좀 피고 살아. "
" 어? "
퍽. 주연이가 또 뒤통수를 때렸다.
" 여기야..다왔어..메에롱! "
그러더니 주연이는 차에서 내려 뛰어갔다. 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뒤통수가 얼얼해 머리만 만지고 있었다.
물컹...
뭔..뭔가가 내 손에 잡혔다.
휙...뒤를 돌아보자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주연이 손이 매웠는지 혹이라도 났나 싶어 빽밀러를 통해 볼참으로 머리를 돌려 비스듬하게 해서 뒤를 봤다.
' 설마 혹이야 나겠어.. '
그 때였다. 무..무언가가 트렁크에서 바둥거렸다.
차에서 내려트렁크쪽으로 가보니..멀쩡하던 차가 갑자기 찌그러 졌다.
트렁크는 `쿵' 소리를 내더니 완전히 망가졌다.
놀라서 그냥 멍하고 쳐다보았다.
' 뭐..뭐지.. '
차에 고장이 났나 싶어 택시를 잡기로 했다. 너무 늦어서인지 차가 끊겼는지..좀처럼 택시가 지나가지 않았다.
사람들도 뜸했고 걸어가자니 이 곳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차에서 조금 떨어져 주저 앉았다.
차는 아직도 시동이 걸어져 `탈탈탈' 소리를 내며 진동하고 있었다.
차를 멍하니 쳐다보는데..차속 불빛으로 뭔가가 보였다.
' 저게.. '
차에 가까이 가보니..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택시가 보였다.
" 택시..택시.. "
택시를 잡아타고 무작정 집으로 향하였다. 택시 요금도 2만원이 넘어섰다.
' 걸어갔으면..큰일날뻔 했군.. '
돈을 지불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저녁거리도 없고 해서 슈퍼에 들려 라면이나 몇개 사왔다.
집에 도착하니..역시 집엔 아무도 없었다. 몇 주 전만 해도 친구 몇명이랑 같이 자취를 했는데..그 친구들도 집이 편하다며 다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텔레비젼도 볼 것도 없었고 따분해서 라면도 안먹고 잠이나 자야겠다..하고 이불을 펴놓고 있을때였다.
(띵동띵동)
' 누구지? '
방에서 나와 현관으로 뛰어가듯이 걸어갔다.
" 누구세요? "
아무 대답이 없자 홈오토로 봤다. 복도는 어두웠고 막 끊으려 할때...갑자기 뭔가가 불쑥 올라왔다.
사람의 눈같았다. 핏줄이 눈에 강하게 비췄고 놀라서 수화기를 놓자 그 이상한 물체도 사라졌다.
순간 땀이 범벅이 되고 현관만 계속 지켜봤다.
(띵동띵동)
홈오토를 쳐다봤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현관 스위치를 눌러버렸다.
(끼이익)
' 문소리? '
현관문을 여는 소리였다.
예전 친구들과 장난 치다가 현관문이 부서진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문을 열때마다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렸다. 순간 현관을 쳐다봤다.
현관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다.
순간 부랴부랴 뛰면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불속으로 미꾸라지 들어가듯 불쑥 들어갔다. 이불도 거의 목을 가릴정도로 덮었다.
땀이 찼다. 엉덩이부터 등, 그리고 이마에선 계속 땀이 흘렀다.
더워서 그랬을수도 있지만..더 땀을 흐르게 한것은 내가 긴장했기 때문이다.
안방문이 약간 열렸다. 닫으려고 했지만 계속 눈만 내놓고 빼곰히 쳐다보았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벨소리도, 현관문 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불을 발로 차면서 열기를 식혔다. 난 혹시나 해서 계속 방안을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이상도 없었고 그날밤을 그렇게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이튼날 아침 일찍 녹음실로 갔다. 어제 놔두고 온 악보를 다른 가수들이 볼까봐 택시를 타고 갔다. 가던길을 바라보니 어제 버리고 온 차가 보였다. 계속 차를 쳐다보았는데..이상하게 트렁크나 차자체가 모두 이상이 없어 보였다.
저녁 늦게 어떤 미친것들이 지나갔는지 차 유리창을 깨어져 있었지만 트렁크는 찌그러진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갸우뚱 거리며 녹음실에 와보니 악보는 녹음실 안 마이크 밑에 떨어져 있었다.
' 여기 있었으니까 못찾았지... '
" 웬일이냐?..아침 일찍? "
" 어..형 "
아는 형이였다. 그리고 내 메니져이기도 하고..아직 가수지망생이라 돈도 없고 아무런 힘도 없어서 친분이 있던 형인데...
부탁을 했더니 마침 형도 놀고있던(?) 때라 쉽게 승낙했다.
" 광..광운이형.. "
" 뭐? "
" 아..아냐.. "
" 뭐야?..짜샤. 싱거운 소리 그만하고..그 손에..그거 뭐냐? "
" 어..이거? "
광운이 형의 눈을 따라 쳐다본것은 내 손에 쥐고있던 악보였다.
" 어..어제..김운영 작곡가님이 주신 악보야.. "
" 뭐?...애가..무슨 헛소리야?..김운영님 돌아가신지 3년이 넘었잖아.. "
" 뭐?...에이..형은..그런 소리 듣지도 못했어..아침부터.. "
" 허허..이놈이.. "
주연이가 보이길래 주연이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 뭐?..아니..못봤는데.. "
" 야..어제 내가 너도 태워주고.. "
" 응..그래..태워줬지. 근데 무슨 작곡가를 만나? "
" 야..너 이번에 뜰참으로 그러는거지? 왜..녹음할때 귀신 만나면 그런 앨범들 다 뜨잖냐.. "
" 아..아냐.. "
" 이리 줘봐. "
광운이 형은 내 손에 있는 악보를 고기 낚듯이 낚아 채갔다.
" 야..제법인걸..너한테도 이런 실력이.. "
" 형. 정말 김운영 작곡가님이 주신거라니까.. "
" 얘가 얘가..오빠. 성태오빠 왜 이래요? "
" 음..애가 열은 없고.. "
" 아이 씨. "
짜증내는 말투로 두 사람에게 화를 내고 녹음실을 나와버렸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담배가 있길래 피웠다.
너무 놀라서 어제밤 일을 기억하련지는 모르겠지만..담배를 필때면 기억력이 좋아지는 오랜 경험(?)에 비추어..어제 일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누군가 나를 불러서 가는 도중 여자가 죽게 되고..녹음실에 도착해서 악보를 받아..집으로 오던중 차가 고장나서 택시를 타고...
시간상으로 봐도..이런...말도 안돼.
담배를 돌에 지지고는 다시 녹음실로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 형. 정말이야..내가 어제 녹음실에 김운영 작곡가님을 빨리 만나려고 지름길로 오다가..아니. 왔는데..분명히.. "
" 지름길? "
" 어..아..왜 있잖아. 저기 삼거리 지나면 샛길로.. "
" 임마. 너 바보냐? 일주일전에 홍수피해때문에 거기 물에 잠겼잖아..벌써 복구가 됐냐? "
' 아..맞아.. '
내가 말을 안하고 가만히 생각하고 있자 주연이나 광운이 형이나 둘다 피식 웃더니 녹음작업 하자며 녹음실로 들어가 버렸다.
" 야 뭐해?..빨리 끝내야지.. "
" 어..아..알았어.. "
광운이 형이 재촉해서 녹음실 안으로 들어가 이어폰을 꽂았다..
그래도 몇 분간 계속 그 생각에 녹음을 제대로 할수가 없었다.
" 야 임마. 너 뭐야..뭐하는 놈이야?그래..귀신 봤다쳐..지금 귀신이 문제냐?
똑바로 안할래? 짜식이 시간없어 죽겠는데.. "
광운이 형이 악보로 머리를 툭툭 치며 보챘지만 귀엔 들리지도 않았다.
할수없이 녹음을 잠시 중단하고 쉬기로 했다. 녹음실로 다시 들어올 때였다.
주연이와 광운이 형이 뭔가 속삭였다. 난 걸음을 멈춰 옅들었다.
" 야..성태자식 왜 이러냐..오늘따라.. "
" 저..광운이 오빠.. "
" 왜? "
" 사실..어제 나 녹음실에 안왔어.
이 근처에 동창회가 있어서 오던길에 성태오빠가 차안에서 어떤 여자랑 이야기 나누고 있길래 누군지 보려고.. "
" 그..그래서? "
" 아니..그냥. 갔더니..여자는 안보이던데.. "
" 뭐?...뭐야.. "
" 그래서..늦었고..또 그 여자 누군지 궁금해서 차에 태워주라고 했는데..
아무말도 안하잖아..그걸로..헤어졌는데..녹음실에서 날 만났다니.. "
" 왜..말하지 그랬어? "
" 어머..오빤.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아주 기절할 표정이던데...근데..성태오빠..녹음실엔 정말 왜왔지.. "
화가 났다. 머리가 더 복잡해 지는것 같았다.
주먹을 불끈 쥐고 헛기침을 하며 녹음실로 들어갔다.
광운이 형과 주연이는 순간 멀리 떨어지더니 그들로 헛기침을 하며 일하는척 했다.
" 어..성태 왔냐?..녹음해야지.. "
" 어.. "
누군지는 몰라도..아무튼 힘들게(?) 구한 악보니까..녹음을 하기로 했다.
설령 귀신을 만났다 하더라도..나에게 별 탈 없었으면 됐으니까...
그 날 녹음을 다 마치고 나머지 곡도 녹음단계에 들어갔다.
앨범은 80% 정도가 진행중이였으며 대부분 나와 광운이 형이 만든 노래들이였다.
단 한 곡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