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바가지 사랑이야기

박선민2009.08.04
조회67

사랑을 만나면

사랑이야기는 그만 적어야지

 

사랑을 시작하면

사랑이야기는 숨겨야지

 

사랑을 확인하면

사랑이야기는 지워야지

 

내 사랑 이야기는 갈림길이기를 바랬다.

두 개의 사랑의 길이 있다면

하나의 길만을 선택하게

 

내 사랑 이야기는 오작교이기를 바랬다.

오작교에서 만나 사랑의 회포를 풀게

 

내 사랑 이야기는 사랑의 묘약이기를 바랬다.

묘약을 먹은 내가 용기를 내게

 

내 사랑 이야기는 큐피드 화살이기를 바랬다.

누군가 화살을 맞고 나를 바라보게

 

하지만

 

갈림길에서 뒤돌아 갈 수밖에 없었고

오작교는 회포를 풀기도 전에

새벽닭이 울고 동쪽 하늘이 밝아오며 사라졌고

묘약은 싸구려 포도주였고

큐피드 화살은 빗나갔다.

 

이제 내 사랑 이야기는

상처 뒤에 남은 흉터가 아니라

하얀 흰눈 위의 발자국이다.

 

지금은 선명해보이지만,

햇빛과 함께 물이 되어 사라질 얼음 조각이다.

 

그렇게 내 사랑이야기는

함박눈 내리는 추운 겨울날

손 시럽고 발 시러워

왜 나왔을까 따뜻한 방에 있을 걸.. 후회하는 잠깐의 마음일 뿐이다.

 

한 여름 에어콘 속에서 더운줄 모르고,

한 겨울 난로 옆에서 추운줄 모르는,

집과 사무실과 차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니깐.

 

음...

주책바가지 사랑이야기가 되었을 뿐이고

 

굿나잇.

 

지은이 박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