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역류 1<퍼온글!!!>

캔디지2003.02.26
조회167

시간의 역류(1)

 

[1004호]

"후아아아암...."
컴퓨터 앞에서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 일어선 와이셔스 차림의 남자가 냉장고
로 가서 물을 꺼냈다.
강 현민... 컴퓨터 게임 디자이너, 28살, 그는 현재 새로운 롤플레잉 게임의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물을 마시던 그는 모니터를 너무 오래 본 탓인지 머리가 지끈거려 물통을
든 채로 밖으로 나왔다. 비소리가 참 기분좋게 들린다. 그는 아파트 베란다로
가까이 다가가 비를 직접 손에 느껴보고 싶었다. 그는 오른손을 베란다 밖으로
내밀어 본다.

"으아아아아악!!!!!"

손을 내밀다 말고 갑자기 그는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엉금엉금 뒷 걸음을 치며 그는 자신의 집으로 도망치듯 들어가 버린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현민은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비명을 계속해서
질러댄다. 그는 공포로 심하게 떨고 있었다.
현재 시간.....새벽 02시 45분.

[304호]

"이 여편네야 누군 돈 벌기 싫어서 돈 안버는 줄 알아?"
"그럼 돈을 벌어오라고!"

김 성수...실직한 회사원, 38살, 결혼 8년 째, 부인의 바가지에 화가 난
그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시커먼 하늘이 그의 마음과 같다.
장마철이라 그래도 시원은 하지만, 가을 바람처럼 시원한 것은 아니다.
가뜩이나 실직으로 갑갑한 그의 마음은 습기가 많이 느껴지는 바람 때문에
더욱 짜증이 난다. 아파트 베란다에 팔을 대고 주적주적 내리는 비를 보며
그는 생각했다.

'제길...난 지금 뭘하고 있는거지?'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깊이 빨아들였다. 그리고는 한 숨과 함께
연기를 내뿜었다. 실직에 대한 위로로 동료들에게 받은 시계가 반짝인다.
그는 그 시계를 보며 허무감에 사로 잡혔다.
그때 그의 눈 앞으로 무언가 휙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뭐지?'

그는 베란다 밖으로 목을 빼고 위를 보았다.

'누구야 쓰레기를 베란다 밖으로 버리는 놈이....'
성수는 가뜩이나 짜증이 나는지라 위를 보고 소리질렀다.

"에이 비양심적 인간들아!"

성수는 위를 보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려다 이상한 기분에
뒤돌아 본다.

"으아아아아아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 누가 문을 열기라도
할까봐 부들부들 떨며 몸으로 문을 막고 있는 그를 부인은 이상한 듯이
바라보았다.
현재 시간.....새벽 02시 48분.


[804호]

시끄러운 음악소리, 애어로빅 옷을 입은 여인이 열심히 거울을 보며 춤을
추고 있다.
윤혜지...애어로빅 강사, 24살, 그녀는 새로 가미한 애어로빅 파트를 연습
하고 있었다. 땀으로 젖은 그녀의 모습은 무척 매혹적이다.

[쾅쾅쾅쾅쾅!]

그녀는 두드리는 문 소리에 음악을 끄고는 비디오폰의 수화기를 들었다.
화가난 표정의 남자가 보인다.

"뭐에요?"
"이봐요. 잠 좀 잡시다. 지금이 몇신데 뜀박질이요. 뜀박질은...."

혜지는 그가 누군지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비디오 폰의 수화기를 내려놓고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또 시비에요? 뭐가 시끄럽다는 거에요. 이 아파트가 그렇게 허술하게
지은 줄 알아요? 다들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데, 왜 당신만 그렇게 유별나게
구냐구요!"
"아니 이 여자가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아래에선 얼마나 시끄러운 줄
알아? 말 만한 여자가 그렇게 뛰어다니는데 안시끄러울 수가 있어?"

한 경찬... 컴퓨터 영상기술자, 29살, 그는 혜지의 아래층 704호에 사는 독신남
이다. 혜지와는 예전부터 트러블이 자주 있어서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물론
서로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으로 말이다. 애어로빅 강사인 그녀는 자주 밤
늦게 연습을 하였고, 아래층에 사는 경찬은 그녀가 뛰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설치기 예사였다. 혜지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공포에
쌓인 눈으로 경찬의 뒤를 손으로 가리키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악!"
"이봐요? 왜...왜 갑자기....?"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현재 시간.....새벽 02시 50분.

[504호]

"아우 배고파. 라면이나 먹을까?"

정 찬호, 20살, 대학1년생, 공부를 하던 찬호는 허기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찬장을 뒤졌다. 라면이 없었다.

'다 먹었네?'

그는 서랍에서 돈을 꺼내 라면을 사기위해 밖으로 나왔다. 베란다 밖으로
비가 오는 것을 보고 그는 우산을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표정이 굳어 버렸다. 그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찬호는 밀려오는 공포를 제어할 수가 없다. 온 몸이 부들 부들 떨린다.
현재 시간.....새벽 02시 53분.

[404호]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교복차림의 여학생이 힘겨운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
온다.
한 주희, 19살, 고등학교 3학년, 그녀는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지금에서야 집으로 오는 길이다. 고개를 들 힘도 없어서 땅만 보며 걷는
그녀는 시계를 보았다.

'휴우....벌써 3시 10분이구나.....힘들어.'

그녀는 고개를 들어 집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하얀 것이 그녀의 집앞에
보였다.
'뭐지?'
주희는 터벅터벅 그것을 향해 걸어갔다. 그것이 무엇인지 똑바로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어어...엄마.....엄마...엄마...아아아!"

현재 시간.....새벽 03시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