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목사의 노숙자 쉼터 운영

kim200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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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노숙자 쉼터 운영 女목사> 
정태효 목사, 210여명 자립시켜..`치유센터' 희망(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여성 노숙자들은 자신의 신세와 달리 생활력이강합니다. 그들에게 자활의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국내 첫 여성노숙자 쉼터인 서울 성수동 `내일의 집'.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성동공단 부근에 30여평 남짓한 규모로 마련된 이 쉼터는 한국 여성목사 1세대로 통하는 정태효(51.여) 목사가 6년간 운영해온 곳.

이미 210여명의 여성노숙자들을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립시키는 등 왕성한 자활사업을 벌여온 내일의 집에는 최근 불황으로 인해 거처를 잃고 자식과 함께 집을나온 `여성 가장'들로부터 매일 1~2건씩 상담전화가 걸려 온다.

1970년대 잘 나가던 의상디자이너였던 정 목사가 직장을 버리고 여성 노숙자들을 만나게 된 것은 80년대 초반 `질곡의 현대사'를 거친 뒤부터.

광주에 살던 정 목사는 5.18 당시 진압군인 육군 31사단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뒤 정신질환을 앓게 된 남동생,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방암 선고를 받은 언니와함께 생활하면서 가족이 `비극'을 맞기 전 미리 손쓰지 못했다는 한(恨)을 갖게 됐다.

언니와 남동생에게 진 빚을 이웃들에게 베풀면서 갚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기독교에 입교한 뒤 교회 내 저소득 가정 아동을 위한 공부방에서 일했다.

정 목사는 86년 한 신학대학원 동기로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순옥(50)씨를 만나면서 여성과 노동문제에 눈을 떴고 기독교 단체에서 마련한 실직자를 위한 모임에참여했다가 여성 노숙자를 위한 공간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여성 노숙자들은 대부분 가계빚을 떠안거나 남편의 알코올 중독과 구타 등에 시달려 자녀와 함께 집을 나온 경우여서 여건만 허락된다면 자립할 가능성이 높은데도자활을 준비할 때까지 머무를 공간이 없었다는 것.

정 목사는 "여성 노숙자들은 고아 출신이거나 가계채무가 많아 친정 등에 의지할 수도 없이 집을 나온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들이 정신적 아픔을 딛고 일어서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내일의 집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내일의 집에는 현재 4개의 방에 여성 노숙자와 그 자녀 등 34명이 살고 있으며서울에는 이같은 노숙자 쉼터 6~7곳에서 대략 200여명의 여성들이 머무르며 새로운삶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들은 쉼터에서 1년간 보호를 받으며 일자리를 구하면 정부가 마련해 준 전세방인 `자활의 집'으로 옮겨 자립하게 된다.

그러나 서울시가 쉼터에 매월 지원하는 70여만원의 운영비와 한사람 끼니당 1천395원씩의 식사비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데다 `자활의 집'마저도 전세 계약연장이쉽지 않아 많은 여성 노숙자들이 불황 속에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정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정을 주며 보살피다가 1년이 다 돼 쉼터를 떠난 한 30대 여성은 요즘에도`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전화를 해 온다"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구직에도 실패하고 전 남편 집에서도 받아주지 않은 그녀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사회의 구조적 피해자인 `여성 노숙자'들을 때가 되면 내보내야 하는 쉼터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신체.정신적 치료와 자활교육까지 담당하는 `치유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