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꼬부라진 할머니가 박스와 폐지가 가득 실린 리어카를 밀고 있었다. 큰 비닐에 가득 채워져 쌓인 폐지는 꼬깃꼬깃하여 부풀어 올라있으니, 차곡차곡 쌓인 폐지와는 다르다. 분량만 많지 무게가 별로다. 뒤에서 리어카를 밀고 가던 할머니는 쌓인 폐지더미에 앞을 보지 못하고 그만 주차되어 있던 차를 쿵 들이박았다. 언 듯 보니 범퍼를 박아서 그다지 큰 흠이 나지는 않았지만 삼십대로 보이는 남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화를 벌컥 낸다.
“아니, 할머니, 차를 들이박으면 어떻게 해요? 기스가 났는데 수리하려면 몇 만원 들잖아요.”
할머니는 미안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른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다가 한 마디 거들었다.
“몇 만 원요? 아휴, 할머니 이를 어떻게 하며 좋아요?”
사실 할머니와 나는 구면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폐지를 수집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전에 몇 번이나 말을 붙인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내 목소리에 빙긋 웃었다. 삼십대 남자는 정말 차의 수리비를 받아내려는 듯한 말투였다.
“찌그러지지는 않았으니깐 기스 난 것만 수리하려면 오만 원은 들겠는데,”
오만 원이라는 소리에 나는 또 웃었다. 마침 쓰레기를 담으며 오락가락하던 환경미화원도 이 소리를 듣고 씩 웃었다. 할머니 대신에 내가 사정하며 나섰다.
“할머니가 폐지를 모으면 얼마 버는 줄 아세요? 1키로에 30원이거든요. 열심히 10키로 만들어 봐야 300원 벌어요. 100키로면 3000원인데, 할머니가 모아야 얼마나 모으겠어요? 하루 종일 애써야 50키로 정도 모을까, 그러면 하루 벌이가 1500원이거든요. 이를 어쩌죠?”
삼십대 운전자는 내 설명을 듣더니 입을 딱 벌렸다. 환경미화원이 리어카를 손으로 쓱쓱 밀어보더니, 천원어치도 안 되겠네, 하고 씩 웃었다. 운전자는 도저히 말이 통할 동네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채고 비실비실 뒤로 물러났다. 할머니와 환경미화원, 나는 또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무게도 안 나가는 게 덩치만 크니, 쯧, 할머니 내가 리어카 끌어다 줄 테니 쫓아오세요.”
내가 리어카를 끌고 고물상으로 성큼성큼 가자 할머니는 종종 걸음으로 쫓아오기 시작했다. 고물상에 도착하여 뒤돌아보니 할머니가 멀리서 오시는데, 어느 틈엔지 벌써 신문지 몇 장과 떨어진 포스터를 꼬깃꼬깃 쥐고 오시는 것이었다.
“하하, 또 어느새 신문지와 포스터는 주워 오시는 거예요?”
햇살에 번쩍이는 이마의 땀을 수건으로 훔치며 오던 할머니는 조글조글한 입술을 헤 벌렸다. 그러다가 신문지 사이에 껴져 있던 포스터 용지가 바닥에 떨어지더니 아스팔트에 날렸다. 얼른 뛰어가서 포스터 용지를 발로 밟고는 주워들었다.
“아휴, 이 무게가 얼마나 나갈까? 일원도 아니고 일전이나 받겠나? 그것도 못 받겠네요.”
그나마 할머니는 거듭 고맙다고 말한다. 틀니마저 없어 홀쭉한 입을 벌리며 웃는 할머니의 표정이 아름답다. 가난의 바다에 시원한 가을바람이 스친다.
아름다운 가을의 오후
아름다운 가을의 오후
허리 꼬부라진 할머니가 박스와 폐지가 가득 실린 리어카를 밀고 있었다. 큰 비닐에 가득 채워져 쌓인 폐지는 꼬깃꼬깃하여 부풀어 올라있으니, 차곡차곡 쌓인 폐지와는 다르다. 분량만 많지 무게가 별로다. 뒤에서 리어카를 밀고 가던 할머니는 쌓인 폐지더미에 앞을 보지 못하고 그만 주차되어 있던 차를 쿵 들이박았다. 언 듯 보니 범퍼를 박아서 그다지 큰 흠이 나지는 않았지만 삼십대로 보이는 남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화를 벌컥 낸다.
“아니, 할머니, 차를 들이박으면 어떻게 해요? 기스가 났는데 수리하려면 몇 만원 들잖아요.”
할머니는 미안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른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다가 한 마디 거들었다.
“몇 만 원요? 아휴, 할머니 이를 어떻게 하며 좋아요?”
사실 할머니와 나는 구면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폐지를 수집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전에 몇 번이나 말을 붙인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내 목소리에 빙긋 웃었다. 삼십대 남자는 정말 차의 수리비를 받아내려는 듯한 말투였다.
“찌그러지지는 않았으니깐 기스 난 것만 수리하려면 오만 원은 들겠는데,”
오만 원이라는 소리에 나는 또 웃었다. 마침 쓰레기를 담으며 오락가락하던 환경미화원도 이 소리를 듣고 씩 웃었다. 할머니 대신에 내가 사정하며 나섰다.
“할머니가 폐지를 모으면 얼마 버는 줄 아세요? 1키로에 30원이거든요. 열심히 10키로 만들어 봐야 300원 벌어요. 100키로면 3000원인데, 할머니가 모아야 얼마나 모으겠어요? 하루 종일 애써야 50키로 정도 모을까, 그러면 하루 벌이가 1500원이거든요. 이를 어쩌죠?”
삼십대 운전자는 내 설명을 듣더니 입을 딱 벌렸다. 환경미화원이 리어카를 손으로 쓱쓱 밀어보더니, 천원어치도 안 되겠네, 하고 씩 웃었다. 운전자는 도저히 말이 통할 동네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채고 비실비실 뒤로 물러났다. 할머니와 환경미화원, 나는 또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무게도 안 나가는 게 덩치만 크니, 쯧, 할머니 내가 리어카 끌어다 줄 테니 쫓아오세요.”
내가 리어카를 끌고 고물상으로 성큼성큼 가자 할머니는 종종 걸음으로 쫓아오기 시작했다. 고물상에 도착하여 뒤돌아보니 할머니가 멀리서 오시는데, 어느 틈엔지 벌써 신문지 몇 장과 떨어진 포스터를 꼬깃꼬깃 쥐고 오시는 것이었다.
“하하, 또 어느새 신문지와 포스터는 주워 오시는 거예요?”
햇살에 번쩍이는 이마의 땀을 수건으로 훔치며 오던 할머니는 조글조글한 입술을 헤 벌렸다. 그러다가 신문지 사이에 껴져 있던 포스터 용지가 바닥에 떨어지더니 아스팔트에 날렸다. 얼른 뛰어가서 포스터 용지를 발로 밟고는 주워들었다.
“아휴, 이 무게가 얼마나 나갈까? 일원도 아니고 일전이나 받겠나? 그것도 못 받겠네요.”
그나마 할머니는 거듭 고맙다고 말한다. 틀니마저 없어 홀쭉한 입을 벌리며 웃는 할머니의 표정이 아름답다. 가난의 바다에 시원한 가을바람이 스친다.
글 / 은하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