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의 피가 보고 싶으셨던 할머니..

sky2006.09.05
조회3,088

초등학교 2학년..

심심했던 저는 같은 동네사는 친구집에 가서 놀다 올 생각에,

이제 조금은 익숙한 어른용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친구집엘 갔드랬죠..^^

 

친구집은 절이었어요~

나중에 어느정도 자라서 안 사실이지만

그 절은 비구니 스님들만 기거하시는 곳이었고..

친구는 절에서 데려다 키운 아이었어요..

비구니 스님들이시니 당연히 여자아이 였구요..^^

 

전 그땐 스님들 중 가장 나이가 많으신 주지스님이 이아이의 할머니인줄로만 알았답니다.

친구가 그렇게 얘기했었거든요..^^;;

 

암튼 절이다보니

구조가 좀 특이했나봐요..

입구엔 작은 개울이 하나 지나고 있구요.

그위엔 난간도 없는 다리같은게 있었어요..

거길 지나면 가파른 언덕처럼 올라가는 식의...

그렇게 올라가면 그 절이 위치한곳은 작은 산이 되는거구요~

 

친구집에가서 방이 많다보니

이방 저방 친구를 찾아다니다 없다는걸 알곤

그 개울이 있는 다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세워둔채로 페달을 굴리며 친구를 기다렸어요~~

 

그러다 갑자기 잘 있던 자전거가 개울쪽으로 넘어져 버렸고..

자전거와 전 함께 물속으로 빠져버렸어요..

빠지면서 브레이크 손잡이 부분이 머리를 강타한...ㅠㅠ

엄청나게 많은 피들이 쏟아졌답니다...

 

그당시엔 너무 놀라 그냥 울고만 있었어요~~

몇분이나 흘렀는지 마침 지나가던 대학생 오빠가 절 보구 꺼내줬구요~

집이어디냐 물으며 머리를 지혈시켜 주는데 친구가 왔구요~

친구가 빨리 저희 엄마께 알려서...죽지 않을만큼 맞고 치료하고..

꽤 추울때였는데 찬물로 막 씻기시더군요...ㅠㅠ

 

위험하게 그런곳에서 놀다 다쳤다구....ㅠㅠ

어찌나 때리시던지.....ㅠㅠ

 

암튼 그 일이 있구서 얼마후~

그 절 앞 공터에 엄마 아빠 두분이서 대자리였나?

암튼 그런걸 좀 널어두고 말리시려고 가져가셔서 한참 널어두고 있는데..

갑자기 웬 할머니가 오셔서 자리에 주저 앉으시곤

 

"애미 왔다고도 안하냐? ㅠㅠ"

"왔는데 왔다고도 안해?"

 

이러시면서 대성통곡을 하시더랍니다.

 

깜짝 놀란 엄만 뭐가 이상하셨는지 무조건 저희 아빠께

어머님 오셨냐구, 말해보라구 하셨구...

아빠가 "어머님 오셨어요?"

하시자 이 할머님이 ...

눈물을 뚝뚝 흘리시고 아빠를 막 쓰다듬으시며

 

"울아들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얼마나 고생이 많았어.."

"내가 너 힘들게 사는게 너무 안쓰러워 한번 쓰다듬은게 탈이 났구나.....

몇월 며칠 서쪽방향으로 가서 약 세첩만 다려먹거라 그럼 된다.."

"내가 내 핏줄이 보고싶어서 내 손주 피가 보고싶어서 다쳤다"

"토끼같은 새끼들 내가 안아다 줬다"

 

이러셨답니다.

저희 친할머니가 그분께 빙의가 되신거였다구 해요..

그 할머님은 무당이셨구요..물론 저흰 전혀 알지도 못하고 처음 뵙는 분이셨어요.

 

이 일이 있고난 며칠후 엄마가 마침 저희집에 오신 외할머니께 이 얘길 쭉 했더니~

할머니도 아빠 허리 아픈게 걱정돼 서쪽방향 어느 한의원이 잘듣는단 말을 하려고 오신거라고

내일 당장 약 지으러 가시겠다고 가셨구요~

정말로 딱 세첩쯤 다려 드시곤 허리아픈게 슬슬낫더래요~~^^

 

할머니께선 아빠가 초등학교 3학년 무렵엔가 돌아가셨구요..

저희 아빤 그 당시 허리를 다치셔서 거의 거동도 잘 못하고 많이 힘들어 하실때였대요..

제가 다친것도 자손의 피가 보고싶으셨던 할머니가 그러셨던거구....

저와 제 동생도 할머니가 점지해 주신거라는....^^

 

엄마도 저도 한번도 뵌적 없는 저희 친할머니가.....

얼마나 돌아가셔서도 자식들 고생하는게 맘이 아프셨을지...

고생하는 자식 안쓰러워 한번 쓰다듬은게 탈이나 더 힘들게 됐다는게 얼마나 괴로우셨음

그렇게라도 오셔서 알려주셨던 건지....

 

좀 더 자란후에 이 얘길 자세히 듣고선 참 눈물이 났었답니다. ^^;;

 

결론이 너무 썰렁하네요....^^;;

 

아...이 후 동네에서 오다 가다 그 무당할머님을 보게되면..

어떤 날은 전혀 절 알아보시지 못하구요..

또 어떤날은 아주 인자하게 웃으시며 주머니에 든 사탕이라도 한알씩

꼭 꺼내주시고 그러셨답니다..

 

그럼 그땐 왠지 모르게

그때 만큼은 꼭 저희 친할머니가 아니실까 하는 그런생각이 들더라구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