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기전 준비한 소주와 북어포를 꺼내놓고선 큰절을 올렸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한없이 두 분이 그리웠다.
항상 해 준게 없다고 미안해 하셨는데, 돌아가실때도 현이만 찾는다며 다른 손자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며 장례식날 큰어머니가 노골적으로 현이를 나무라셨다. 서러웠다. 할아버지가 너무 그리웠다. 자주 외박을 나왔어야 하는데 그렇게 정정하시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실 줄.
한참을 산소옆에 있다 서산너머로 해가 넘어갈 즈음 산을 내려왔다.
백부님집으로 향했다. 산소로 오는길에 백부님집이 있지만 그냥 지나쳤기에 겸연쩍은 마음도 있었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침 큰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오시다 현과 눈이 마주쳤다. 현이 인사를 했다.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현이 한발 다가서며 말했다.
"어쩐일이냐?" 불청객이 왔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전역하고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큰아버님 계십니까?" 익숙한 말투였기에 신경쓰지 않으며 물었다.
"지금 출타중이신데, 언제 오실지 모른다." 마당에 널린 고추를 담으며 말했다.
전혀 반갑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고추를 다 담을 때까지 현이가 마당에 서 있었다.
아무도 없는듯 고추 자루를 들고 창고로 들어가시기에 현이 나머지 두 자루를 양손으로 번쩍들고
뒤따랐다.
"언제 오실지도 모르는데, 자고.....?" 여전히 퉁명스럽게 말꼬리를 흐렸다.
"아닙니다. 올라가야죠. 다음에 내려오겠습니다." 현이 인사를 하고선 대문을 나섰다.
김현과 재회를 하지 못한 지은이 며칠째 학교도 가지 않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때 늦은 후회속에 자책하며 아무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처음 본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한심했고
생명의 은인이라 고맙게 생각하면 그 뿐인데도 연민의 감정에 사로잡혀 아무일도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담당 교수님께는 몸이 아파서 며칠 쉰다고 했건만 거짓말을 하는 자신을 더 이상 용서 할 수가 없었다. 컴퓨터를 켰다. 저장되어있는 김현의 사진을 모두 지울 셈 이였다.
보이지 않으면 잊을 수 있을것 같았다. 정신없이 삭제를 했다. 머리속이 텅빈듯 멍해졌다.
시계를 보니 저녁 8시였다. 다이어리를 뒤져보니 내일 일출을 담기위한 출사가 밤 9시 출발계획이
잡혀있었다. 여전히 왼쪽 발목엔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이삼일 후면 풀기에 걷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부모님은 미국에 있는 막내삼촌댁에 가시고 일하는 아줌마는 일을 마치고 집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제 겨우 9월 초순인데 밤 공기가 제법 가을티를 내고 있었다. 두터운 겨울옷을 입어서 그런지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학교로 출발하며 전화를 해서 그런지 교수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이제 괜찮은거니? 걱정 많이 했잖아." 지은이 주차를 하자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네. 걱정끼쳐서 죄송합니다." 지은이 인사를 하며 답했다.
"얼른 가자. 일진이 먼저 출발했다. 지금쯤 거의 도착할 시간이 됐겠다." 교수가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보며 말했다.
"네." 지은이 카메라가방을 뒷자리에 실으며 짧막히 대답했다.
모든것을 잊겠노라, 이제 다시 시작하겠노라 다짐하며 차는 멀어져 갔다.
막상 큰아버지댁에서 나오자 갈곳이 없었다. 시간이 밤 10시를 넘었고, 읍내에서 하루밤을 지내고
서울로 가야했다. 이미 시외 터미널엔 차가 끊겼다. 할아버지가 살던 집으로 가야했다.
예전에 현이 어릴적 큰아버지께서 읍내로 나와 살려고 집을 장만하셨다. 그런데 돌아가신 할머니가
읍내에 큰아버지 집을 보시곤 너무 맘에 들어하셔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읍내로 나오시고
큰아버지께선 시골에 계시면서 농사를 짓기로 하셨다. 돌아가실때도 특별히 병치레 없으셔서
읍내집에서 장례를 치뤘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할아버진 큰아버지댁에 가시지 않고
읍내집에서 홀로 사셨고 생을 마감하셨기에 집이 비워져 있을거라는 생각에 발길을 옮겼다.
터미널에서 10여분을 걸었을까, 어릴적 친구들과 뛰어놀던 골목길이 나왔다.
문득 골목대장이었던 창수가 보고 싶었다. 어릴적 몸이 약했던 현이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혼내주던 창수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갑자기 '피식' 웃었다.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녔는데,
반에서 항상 뒤에서 등수를 헤아리곤 했다. 수능을 얼마 앞두고 현이에게 와선 무릎을 꿇고
창수가 한말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웬일인지 집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아무도 살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왔는데.......
"뉘시오?" 낯선사람이 현의 등뒤에서 물었다.
"저 여기 몇달전에 돌아가신 제 할아버지가 사셨는데....." 현이 돌아서며 대답했다.
읍내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요." 낯선사람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집이 팔린건가요?" 현이 궁금한듯 물었다.
"아니외다." 현이 앞을 지나 대문앞으로 다가서며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된거지 알 수 있을까요?" 현이 사내가 지날 수 있도록 비켜서며 말했다.
"근데 누군데 그런걸 묻습니까? 처음보는 얼굴인데." 사내가 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자물쇠를
열었다.
"여기 사셨던 할아버지의 손자입니다. 오늘 전역하고 왔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내를
붙잡으려는 듯 다급히 말했다.
"아. 난 왠 군인이 집앞에 있나 했네. 여기 세들어 사는 사람이요. 됐소." 사내가 대문을 닫고 들어갔다.
당연한 일인듯 했다. 집을 비워두긴 아까운 일이었다. 다행히도 팔지 않았기에 현이의 추억은
고스란히 남아 있을 듯 했다. 다시 터미널근처로 나왔다. 그냥 여관으로 가야했다.
"저 혹시.......김....현.." 여관을 찾던 현이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맞구나. 뭐야. 외박 나온거야." 목소리에 반가움이 잔뜩 베여있었다.
"오. 창수구나." 반가움에 창수의 손을 덥썩 잡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다. 어 너 제대했구나." 현이 손에 쥐어진 모자에 달린 예비군 마크를 보고 말했다.
"그래. 오늘 전역했다. 그동안 잘 지냈지?" 창수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어 나야 늘 그렇지. 밥 먹었냐?"
"어 뭐 그냥." 현이 말을 얼버무렸다.
"가자." 창수가 현의 군복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어딜?" 창수에게 끌려가며 대답했다.
"어디긴 임마. 우리 부모님한테 인사드리러 가야지." 기분이 좋은 듯 연신 웃으며 말했다.
"알았다." 창수옆에 나란히 걸으며 대답했다.
창수의 집은 터미널 앞에서 식당을 했다. 지금도 창수는 배달을 하고 오는길 이었을 것이다.
수능때 현은 창수의 집에서 숙식을 했다. 창수 부모님의 부탁으로 창수에게 과외를 해 주었다.
현이 전교 일등을 한번도 놓친적이 없었기에, 어릴적부터 단짝친구였기에, 수능을 앞두고 창수가
무릎까지 꿇으면서 약속 한 것이 있기에 가능한 일 이었다.
둘은 무사히 수능을 마쳤고, 현은 서울대 전자공학부에 과수석으로 창수는 지방대 지질학과에
합격했다. 합격자 발표 날 창수 부모님이 현의 합격에 더 기뻐하셨고 현에게 창수 부모님은
친부모님과 마찬가지였다.
밤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하늘처럼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모든 잡념을 버리고 싶었다.
일진이 먼저 도착해서 미리 예약한 콘도에 여장을 풀었고 자정이 넘어서 지은이 도착했다.
며칠째 식사를 걸러 그런지 바다냄새가 역하게 느껴졌지만 잠이 올거 같지 않아 모래사장을 거닐었
다. 눈앞이 뿌예지는게 서러움에 눈물이 흘렀다.
멀리 어선 몇 척이 불을 환하게 켜두고 야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식당 안은 조용했다. 워낙 시골이라 여름철과 가을철에 물놀이 온 손님 혹은 단풍구경 온 관광객 말고는 평상시엔 조용한 곳이었다. 창수가 문을 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엄마 나와 보세요."
"왜이리 호들갑이야. 무슨 구경이라도 났냐?" 주방에서 나오시던 창수어머니가 나무라듯 말했다.
"어머니 그간 안녕하셨어요?" 현이 인사를 하며 말했다.
"어머나 이게 누구야. 현이구나. 어째 제대했냐?" 앞치마에 손을 닦으시며 물으셨다.
"네. 어머니 절 받으세요." 현이 식당바닥에서 큰절을 올렸다.
"이럴게 아니고 이층으로 올라가자. 창수야 정리해라." 창수어머니가 앞치마를 풀으시며 말했다.
"네 문닫고 금방 올라갈께요. 현아 엄마 따라 올라가." 창수가 셔터문을 내릴 준비를 하며 말했다.
창수아버지는 안계셨다. 건너마을에 문상가셨고, 창수 여동생인 영미는 자고 있었다.
"고생많았지? 그동안 왜 자주 오지 않았니? 네 할아버지 돌아가시곤 처음이제." 현의 손을 잡고
놓치 않으셨다.
"네. 죄송합니다. 어머니."
"큰집엔 다녀왔냐?"
"네."
"너 앞에 두고 이런말하기 뭐하다만, 너두 이제 알껀 알아야제."
"엄마, 얘기하지마요." 어느새 올라왔는지 창수가 들어오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시간도 늦고하니 낼 얘기하자. 씻고 자야겠다." 피곤한듯 하품을 하며 말했다.
"가자. 내 방에 한잔해야지." 술을 마시자는듯 손짓을 하며 창수가 말했다.
어릴적 이야기부터 군대얘기로 새벽녘이 다되어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현은 새벽 6시에 일어났고, 아직 잠들어 있는 창수와 달리 일어나신 창수부모님께 인사만 드리고 서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제밤에 얘기 하시려다 만 창수어머니의 말씀이 자꾸만 머리속에 맴돌았다.
성공없이 절대로 이곳에 다시 내려오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사진(#3)
김현이 전역을 하고 제일먼저 찾은곳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였다.
산을 오르기전 준비한 소주와 북어포를 꺼내놓고선 큰절을 올렸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한없이 두 분이 그리웠다. 항상 해 준게 없다고 미안해 하셨는데, 돌아가실때도 현이만 찾는다며 다른 손자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며 장례식날 큰어머니가 노골적으로 현이를 나무라셨다. 서러웠다. 할아버지가 너무 그리웠다. 자주 외박을 나왔어야 하는데 그렇게 정정하시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실 줄. 한참을 산소옆에 있다 서산너머로 해가 넘어갈 즈음 산을 내려왔다. 백부님집으로 향했다. 산소로 오는길에 백부님집이 있지만 그냥 지나쳤기에 겸연쩍은 마음도 있었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침 큰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오시다 현과 눈이 마주쳤다. 현이 인사를 했다.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현이 한발 다가서며 말했다. "어쩐일이냐?" 불청객이 왔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전역하고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큰아버님 계십니까?" 익숙한 말투였기에 신경쓰지 않으며 물었다. "지금 출타중이신데, 언제 오실지 모른다." 마당에 널린 고추를 담으며 말했다. 전혀 반갑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고추를 다 담을 때까지 현이가 마당에 서 있었다. 아무도 없는듯 고추 자루를 들고 창고로 들어가시기에 현이 나머지 두 자루를 양손으로 번쩍들고 뒤따랐다. "언제 오실지도 모르는데, 자고.....?" 여전히 퉁명스럽게 말꼬리를 흐렸다. "아닙니다. 올라가야죠. 다음에 내려오겠습니다." 현이 인사를 하고선 대문을 나섰다. 김현과 재회를 하지 못한 지은이 며칠째 학교도 가지 않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때 늦은 후회속에 자책하며 아무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처음 본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한심했고 생명의 은인이라 고맙게 생각하면 그 뿐인데도 연민의 감정에 사로잡혀 아무일도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담당 교수님께는 몸이 아파서 며칠 쉰다고 했건만 거짓말을 하는 자신을 더 이상 용서 할 수가 없었다. 컴퓨터를 켰다. 저장되어있는 김현의 사진을 모두 지울 셈 이였다. 보이지 않으면 잊을 수 있을것 같았다. 정신없이 삭제를 했다. 머리속이 텅빈듯 멍해졌다. 시계를 보니 저녁 8시였다. 다이어리를 뒤져보니 내일 일출을 담기위한 출사가 밤 9시 출발계획이 잡혀있었다. 여전히 왼쪽 발목엔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이삼일 후면 풀기에 걷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부모님은 미국에 있는 막내삼촌댁에 가시고 일하는 아줌마는 일을 마치고 집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제 겨우 9월 초순인데 밤 공기가 제법 가을티를 내고 있었다. 두터운 겨울옷을 입어서 그런지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학교로 출발하며 전화를 해서 그런지 교수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이제 괜찮은거니? 걱정 많이 했잖아." 지은이 주차를 하자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네. 걱정끼쳐서 죄송합니다." 지은이 인사를 하며 답했다. "얼른 가자. 일진이 먼저 출발했다. 지금쯤 거의 도착할 시간이 됐겠다." 교수가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보며 말했다. "네." 지은이 카메라가방을 뒷자리에 실으며 짧막히 대답했다. 모든것을 잊겠노라, 이제 다시 시작하겠노라 다짐하며 차는 멀어져 갔다. 막상 큰아버지댁에서 나오자 갈곳이 없었다. 시간이 밤 10시를 넘었고, 읍내에서 하루밤을 지내고 서울로 가야했다. 이미 시외 터미널엔 차가 끊겼다. 할아버지가 살던 집으로 가야했다. 예전에 현이 어릴적 큰아버지께서 읍내로 나와 살려고 집을 장만하셨다. 그런데 돌아가신 할머니가 읍내에 큰아버지 집을 보시곤 너무 맘에 들어하셔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읍내로 나오시고 큰아버지께선 시골에 계시면서 농사를 짓기로 하셨다. 돌아가실때도 특별히 병치레 없으셔서 읍내집에서 장례를 치뤘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할아버진 큰아버지댁에 가시지 않고 읍내집에서 홀로 사셨고 생을 마감하셨기에 집이 비워져 있을거라는 생각에 발길을 옮겼다. 터미널에서 10여분을 걸었을까, 어릴적 친구들과 뛰어놀던 골목길이 나왔다. 문득 골목대장이었던 창수가 보고 싶었다. 어릴적 몸이 약했던 현이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혼내주던 창수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갑자기 '피식' 웃었다.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녔는데, 반에서 항상 뒤에서 등수를 헤아리곤 했다. 수능을 얼마 앞두고 현이에게 와선 무릎을 꿇고 창수가 한말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웬일인지 집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아무도 살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왔는데....... "뉘시오?" 낯선사람이 현의 등뒤에서 물었다. "저 여기 몇달전에 돌아가신 제 할아버지가 사셨는데....." 현이 돌아서며 대답했다. 읍내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요." 낯선사람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집이 팔린건가요?" 현이 궁금한듯 물었다. "아니외다." 현이 앞을 지나 대문앞으로 다가서며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된거지 알 수 있을까요?" 현이 사내가 지날 수 있도록 비켜서며 말했다. "근데 누군데 그런걸 묻습니까? 처음보는 얼굴인데." 사내가 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자물쇠를 열었다. "여기 사셨던 할아버지의 손자입니다. 오늘 전역하고 왔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내를 붙잡으려는 듯 다급히 말했다. "아. 난 왠 군인이 집앞에 있나 했네. 여기 세들어 사는 사람이요. 됐소." 사내가 대문을 닫고 들어갔다. 당연한 일인듯 했다. 집을 비워두긴 아까운 일이었다. 다행히도 팔지 않았기에 현이의 추억은 고스란히 남아 있을 듯 했다. 다시 터미널근처로 나왔다. 그냥 여관으로 가야했다. "저 혹시.......김....현.." 여관을 찾던 현이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맞구나. 뭐야. 외박 나온거야." 목소리에 반가움이 잔뜩 베여있었다. "오. 창수구나." 반가움에 창수의 손을 덥썩 잡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다. 어 너 제대했구나." 현이 손에 쥐어진 모자에 달린 예비군 마크를 보고 말했다. "그래. 오늘 전역했다. 그동안 잘 지냈지?" 창수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어 나야 늘 그렇지. 밥 먹었냐?" "어 뭐 그냥." 현이 말을 얼버무렸다. "가자." 창수가 현의 군복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어딜?" 창수에게 끌려가며 대답했다. "어디긴 임마. 우리 부모님한테 인사드리러 가야지." 기분이 좋은 듯 연신 웃으며 말했다. "알았다." 창수옆에 나란히 걸으며 대답했다. 창수의 집은 터미널 앞에서 식당을 했다. 지금도 창수는 배달을 하고 오는길 이었을 것이다. 수능때 현은 창수의 집에서 숙식을 했다. 창수 부모님의 부탁으로 창수에게 과외를 해 주었다. 현이 전교 일등을 한번도 놓친적이 없었기에, 어릴적부터 단짝친구였기에, 수능을 앞두고 창수가 무릎까지 꿇으면서 약속 한 것이 있기에 가능한 일 이었다. 둘은 무사히 수능을 마쳤고, 현은 서울대 전자공학부에 과수석으로 창수는 지방대 지질학과에 합격했다. 합격자 발표 날 창수 부모님이 현의 합격에 더 기뻐하셨고 현에게 창수 부모님은 친부모님과 마찬가지였다. 밤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하늘처럼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모든 잡념을 버리고 싶었다. 일진이 먼저 도착해서 미리 예약한 콘도에 여장을 풀었고 자정이 넘어서 지은이 도착했다. 며칠째 식사를 걸러 그런지 바다냄새가 역하게 느껴졌지만 잠이 올거 같지 않아 모래사장을 거닐었 다. 눈앞이 뿌예지는게 서러움에 눈물이 흘렀다. 멀리 어선 몇 척이 불을 환하게 켜두고 야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식당 안은 조용했다. 워낙 시골이라 여름철과 가을철에 물놀이 온 손님 혹은 단풍구경 온 관광객 말고는 평상시엔 조용한 곳이었다. 창수가 문을 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엄마 나와 보세요." "왜이리 호들갑이야. 무슨 구경이라도 났냐?" 주방에서 나오시던 창수어머니가 나무라듯 말했다. "어머니 그간 안녕하셨어요?" 현이 인사를 하며 말했다. "어머나 이게 누구야. 현이구나. 어째 제대했냐?" 앞치마에 손을 닦으시며 물으셨다. "네. 어머니 절 받으세요." 현이 식당바닥에서 큰절을 올렸다. "이럴게 아니고 이층으로 올라가자. 창수야 정리해라." 창수어머니가 앞치마를 풀으시며 말했다. "네 문닫고 금방 올라갈께요. 현아 엄마 따라 올라가." 창수가 셔터문을 내릴 준비를 하며 말했다. 창수아버지는 안계셨다. 건너마을에 문상가셨고, 창수 여동생인 영미는 자고 있었다. "고생많았지? 그동안 왜 자주 오지 않았니? 네 할아버지 돌아가시곤 처음이제." 현의 손을 잡고 놓치 않으셨다. "네. 죄송합니다. 어머니." "큰집엔 다녀왔냐?" "네." "너 앞에 두고 이런말하기 뭐하다만, 너두 이제 알껀 알아야제." "엄마, 얘기하지마요." 어느새 올라왔는지 창수가 들어오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시간도 늦고하니 낼 얘기하자. 씻고 자야겠다." 피곤한듯 하품을 하며 말했다. "가자. 내 방에 한잔해야지." 술을 마시자는듯 손짓을 하며 창수가 말했다. 어릴적 이야기부터 군대얘기로 새벽녘이 다되어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현은 새벽 6시에 일어났고, 아직 잠들어 있는 창수와 달리 일어나신 창수부모님께 인사만 드리고 서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제밤에 얘기 하시려다 만 창수어머니의 말씀이 자꾸만 머리속에 맴돌았다. 성공없이 절대로 이곳에 다시 내려오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