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5)

창작 東200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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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호텔 커피숍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힐끔 힐끔 쳐다보았다.

 어깨에 닿은 까만 생머리에 오늘 날씨에 적절한 흰색 원피스 퍼플레이스 자켓이 유행을 선도하는 

도시 여성의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누구도 섣불리 말을 걸지 못할 만큼 도도하게 보였지만 한눈에 사랑에 빠져버릴 듯한 미모이기도 했다.

 창밖 풍경이 보고 싶어 창가 자리에 앉았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기위해 메뉴판을 지은이 앉은 테이블에 놓았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웨이터가 허리를 굽히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있다가 주문 할께요." 지은이 웨이터를 살짝 쳐다보며 말했다.

 웨이터가 알았다는듯  잔에 물을 붓고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지은이 시계를 보았다. 약속시간이 조금 지나고 있었다.

 거리에는 청소부들이 열심히 단풍잎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지은이 창밖 가을 풍경에 몰입되어있을 때 한 갈색계통의 정장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저 박지은씨?" 남자가 미소 띤 얼굴을 하며 말했다.

 "네"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남자의 미소에 답하듯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최준혁입니다." 남자가 지은의 곁으로 와 지은이 앉게 편하게끔 의자를 바로 잡아주곤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감사합니다." 지은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준혁이 자리에 앉자 웨이터가 다가왔다. 준혁이 지은에게 눈짓으로 뭘 주문할 건지 묻고 있었다.

 지은이 커피라 얘기하자 준혁이 웨이터를 불러 커피 두잔을 주문했다.

 "사촌형한테 듣던대로 미인이십니다." 준혁이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듯 조금 큰 목소리로 얘기했다.

 "과찬이에요." 지은이 보조개를 지으며 웃었다.

 웨이터가 다가와 커피를 테이블에 놓을 즘 대화가 잠시 끊겼다.

 지은이 커피 향을 음미하면서 한모금 마시자 준혁도 따라 마셨다.

 "요즘 바쁘시죠?" 지은이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일이 많습니다만 지은씨 만날 시간을 충분합니다." 준혁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준혁은 서울지검 강력계 검사였다.

 얼마전 서울에서 폭력배간 이권다툼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준혁이 담당 검사였다.

 연일 뉴스와 신문 언론매체에서 사건을 크게 다루고 있었고 세간이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전공이 서양미술이라던데 사진은 부전공인가요?" 준혁이 눈빛을 마주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림보다 사진이 많은것을 담을 수 있고 순간의 추억이나 기억까지도 담을 수 있어서 매료된거예요." 지은이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이 택배마감시간에 쫓겨 황급히 차를 몰고 있었다. 지점으로 들어가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공단에  보낼 물건이 있다는 전화였다. 새벽 늦게까지  공부한 탓인지 졸리는 듯 하품을 했다. 

 현이 다니는 지점에서 가장 많은 택배 물건이 나오는 회사였다.

 "안녕하세요. 물건 받으러 왔습니다." 현이 미소지으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경리 직원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주소지가 적인 용지를 박스에 붙이고 있었다.

 현이 송장에 주소를 옮겨 적으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박스에 피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피" 경리 아가씨가 화들짝 놀라며 손가락으로 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현이 코를 틀어쥐며 말했다.

 "아저씨 이게 뭐예요?" 현의 코피가 주소가 적힌 용지에 묻자 아가씨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현이 연신고개를 굽실거리며 손은 여전히 코를 감싸쥔채 말했다.

 여전히 화가 덜 풀렸다는 듯 혼잣말을 하며 새로이 주소 용지를 출력하고 있었다.

 현이 어쩔 줄 몰라 출입구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인데 이리 소란스러우니?" 사장실이라 명패가 붙은 사무실에서 정장을 입은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문을 열며 말했다. 온화한 얼굴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코피를 쏟는 바람에...... " 현이 휴지로 코피를 닦으며 말했다.

 "이런. 괜찮아요?" 남자가 현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괜찮습니다." 현이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이번에 새로 온 모양이군. 못 보던 얼굴인데......" 사내가 택배 지점에 대해 잘 안다는 말투로 현을 바라봤다.

 "네. 온지 며칠 되지 않았습니다." 현이 송장에 주소를 적으면서 말했다.

 사무실에 전화가 오자 정확히 전화벨이 세번 울리길 기다렸다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 전화 왔습니다.” 경리가 남자에게 말했다.

 2~3여분을 통화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남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미스 박. 저기 김 부장한테 전화해봐. 일본 바이어들이 지금 근처까지 왔다고 하거든

 얼른 회사로 오라고 해.” 사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경리가 새로 출력한 주소 용지를 현에게 주었다. 현이 얼른 송장을 기록하고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택배 차에 물건을 싣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검정색 세단이 회사 마당으로

 들어왔다. 정장차림의 두 명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한명은 머리카락이 하얗고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었고, 또 다른 한명은 아주 젊어보였다.

 현이 택배 차에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가려고 할 즈음 젊어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일본인들이었다. 방금 전에 사무실에서 들었던 일본 바이어들이 분명했다.

 “여기가 텔릭스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현이 군 복무중에, 일본어학과를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온 후임병이 있었다. 상병때 부터 전역할 때까지 거의 1년 가까이 스파르타식으로 교육을 받았기에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전역후  후임병의 적극 추천으로 일본어 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일본에서 온 켄테크 회사의 임원진입니다.”

“사무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현이 앞장서며 말했다.

 노크를 하고 사무실로 현이 들어서자 경리 아가씨와 사장이 동시에 쳐다봤다.

“저, 일본에서 오신 분들이라기에 모시고 왔습니다.”

“아 이거 큰일이네. 김 부장 아직 연락 안돼?”사장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아직.” 경리아가씨가 전화버튼을 누르며 대답했다.






 지은이 준혁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에서 부모님이 저녁 9시 뉴스를 보고  계셨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일찍 왔구나?” 뉴스를 보시며 아버지가 말했다.

 “저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지은아, 얘기 좀하고 올라가렴.” 이층으로 올라가려던 지은이 어머니가 부르며 말했다.

“어땠니?” 어머니가 궁금한 듯 물으셨다.

“엄마 나 피곤한데, 낼 얘기하면 안 될까?”

 “그래. 그럼 내일 약속은?”

“내일도 만날께.” 지은이 이층으로 올라가며 힘없이 말했다.

 죄스러운 마음이었다. 준혁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을 해버렸고, 내일 만날 사람에게도 같은 말을 해야한다. 부모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기에 피곤하다며 얼른 이층으로 올라와 버렸다.

 컴퓨터를 켰다. 현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어디에 무엇을 하고 있기에 볼 수 없는지

  원망스러웠다.

  며칠 후면 만나게 될 그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