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아저씨의 생각

푸른바다2003.03.05
조회180

농부 아저씨의 생각


공주 살 때 이야기 입니다.

방문리라는 곳에 살았는데 그 골짜기는 단 세 가구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집과 우리 옆집 그리고 건축업으로 재산을 불렸다는 부산사람이 별장처럼 거창하게 집을 지어 이사 온 이웃, 이렇게 세 가구가 살고 있는 골짜기 였습니다.

그리고 아래위로 약 500m 쯤 떨어진 곳에 문동골이라는 마을이 있고 다른 방문리가 있는 한적한 동네였습니다.

1km 쯤 떨어진 마을 입구에는 간판이 “주막집”이라고 삐뚤빼뚤하게 막 글씨로 쓰인 붉은 양철 대포집이 정말 운치 있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내 단골집이지요. 대포집은 혼자 사시는 칠순도 훌쩍 넘은 반 봉사인 할머니가 사셨는데 참 인정 많은 분이라 오고가며 막걸리 한잔에 불콰하게 취해서 집으로 가곤 하였습니다.


우리집 옆에 길로 내려앉은 산자락에 아주 호화롭게 치장한 가족 산소가 있는데 옆집 아저씨는 그 산소 때문에 무척 불만이 많았습니다. 무슨 불만이냐고요?  

우리집과 담을 같이한 옆집 아저씨는 순박한 농부입니다. 평생을 농사일로 살아오신 분인데 동네 이장 일을 오랫동안 할 만큼 유식한 분이기도 합니다.


아저씨의 불만은 아름다운 동산에 묘지가 조성되면서부터입니다.

내가 봐도 짜증날 만큼 산소의 조경을 심심하면 바꾸는 공사를 벌렸습니다.

잔디를 심었다. 캐어냈다. 아니면 코스모스를 온 동산에 심었다. 캐었다. 철쭉을 심었다가. 회양목을 심었다가. 수십 그루 아름드리 소나무를 죄다 베어버리기도 하고, 하여간 내가 봐도 오두방정을 다 떨었습니다. 산소 올라가는 길을 시멘트로 만들었다가 이듬해는 대리석으로 꾸미고…….

하여간 졸부들의 근본적으로 천박한 천민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자기산소를 꾸미거나 말거나 탓할 이유는 없는데 아저씨의 불만은 눈만 뜨면 그 유별난 산소를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데 있었습니다.


도화선은 명절날 친정에 다니러 온 여동생의 한마디가 그간 아저씨의 쌓인 감정에 불을 지르는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오빠, 우리집은 남들이 볼 때 저 집 산소 지키는 산지기집 같다.”

내가 봐도 그랬습니다. 아저씨네 집은 방향이 그 산소를 바라보며 있고, 불과 2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너무 호화로운 산소인지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산지기집이라 오해할 만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벼르고 있던 아저씨는 우여곡절 끝에 그 집을 산소주인에게 팔았습니다. 그 과정이야 한 편의 드라마이지만 지면관계로 다 못 씁니다.

아저씨는 예쁘게 새집을 짓고 이사를 했습니다. 단층 슬라브로 지은 해맑은 집이었습니다. 그 골짜기가 모두 아저씨네 논이며 밭이니 마음 드는 곳에 집만 올리면 그만이었지요.


내가 장기출타 후에 집에 돌아오니 못 보던 테라칸 자동차가 아저씨네 마당에 서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아저씨네 집에 마실을 갔습니다.

“아저씨, 새 자동차 사셨나봅니다.”

“김씨, 내가 말이야, 죽기 전에 그랜저 그놈 한번은 타고 죽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집 팔아 목돈 생긴 김에 그랜저 사러갔지.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랜저에서 낫이며 곡괭이며 농약이며 쇠스랑이 나오면 보는 사람들이 뭐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테라칸으로 한대 샀는데 그 돈이 그 돈이여”

아저씨의 말씀은 그랜저가 타고 싶었는데 매일 김매랴 논 갈랴 다니는 고급차에서 농기구가 나오면 하이힐 신고 콩밭 매는꼴이라 흉잡힌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궁리 끝에 테라칸으로 샀는데 그랜저 값이나 같은 돈이라는 뜻이었고, 남들이 볼 때는 그래져보다는 덜 고급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같은 값어치의 고급 자동차이니 깔보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아내와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하기야 생각해 보십시오. 매일 농사지으려 다니는 그랜저에서 온갖 농기구가 쏟아져 나온다면 자동차가 망신인지 사람이 망신인지 모르겠다는 아저씨의 말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 미소가 집니다.


   

                                                       03, 03, 05  부산에서 농부 아저씨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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