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혁과의 일이 있은 후 지은과 현의 만남이 소원해졌다. 지은이 고의적으로 현을 피하고 있었다. 봄 학기가 개강하고 현이 지은이 근무하는 조교 사무실을 찾았다. 일주일동안 현이 수 없이 전화를 해 봤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 시간이 10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현이 노크를 하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현이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당겼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한다는 음성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현이 다른 번호를 눌렀다.
“이상우씨 핸드폰 아닌가요?”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현이 물었다.
“네. 맞는데요. 누구시죠?”
“네. 저는 상우 군대 친구입니다.”
“잠시만요. 자기야 전화 받어.”
상우의 애인인 듯 핸드폰 저 편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네. 이상우입니다.”
“상우야. 나 현이.”
“필승. 안녕하십니까?” 상우가 장난치듯 현에게 말했다.
“복학했지? 지금 어딘데?”
“복학? 당연히 했지. 지금 애인이랑 데이트하는데.”
“혹시 지은이 소식 들은 거 있어?”
“어라? 지은이 소식은 내가 더 궁금하다. 잠시만.” 애인이 부르는지 상우가 말을 잠시 끊었다.
“말해라. 잠깐 있어보라니까.”상우가 애인에게 말하는 듯 전화기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미안하다. 현아! 지은이에게 무슨 일 있니?”
“연락이 안 되어서...... 지은이 집 주소 가르쳐 주라.”
“응 잠시만. 내가 문자로 날려줄게.”
“알았어.” 현이 핸드폰 종료 버튼누르고 조교 사무실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가슴이 옥죄어왔다.
그날 뒤로 지은이 외출을 할 수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 통 씩 걸려오는 현의 전화를 볼 때 마다 고통스러웠다. 개강을 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학교에도 갈 수 없었다.
학교에 간다면 현이 분명히 찾아 올 테고 현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오늘부터 아예 전화기를 꺼 두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부모님 얼굴조차 볼 수 없었기에 방안에 틀어박혀 꼼짝을 안하고 있었다. 아침에도 지은의 어머님이 애타게 지은을 찾았지만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지은의 어머니가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왔지만 침대에 엎드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은의 어머니가 지은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지은이 탈 진을 해 쓰러져 있었다.
“지은아! 지은아! 정신 차려” 지은의 어머님이 지은의 뺨을 손으로 두드렸다.
지은의 어머니가 119에 신고를 했고 구급차가 이내 도착을 했다. 지은의 어머니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준혁이 변호사 사무실에 앉아 지은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도무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주일동안 변호사 업무를 중단하다시피했다. 준혁에게 송사를 맡긴 많은 고객들이 다른 변호사를 찾아갔고, 준혁의 일을 도와주던 사무장도 오늘 사표를 내었다. 텅 빈 사무실에 앉아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준혁이 일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에는 좀 더 공부를 하겠노라 말씀을 드렸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시는 부모님이 준혁의 결정에 동의를 하셨다.
'똑똑’
“준혁아! 안에 있니?” 지은의 담당교수로 있는 준혁의 사촌형이 들어왔다.
준혁이 아무런 대답도 없이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뭐 하길래. 대답도 없어?”
준혁이 그제 서야 얼굴을 들었다. 준혁의 두 눈이 벌겋게 충혈 되어있었고 눈물자국으로 얼굴이 엉망이었다.
"혀...엉. 나 어쩌면 좋아.” 준혁이 눈물을 흘리며 사촌형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무슨 일이야?”놀라며 준혁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내가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준혁이 눈물을 삼키며 말을 했다.
“그래. 무슨 일인지 묻지 않을게. 실컷 울어.”
한참을 울었다. 준혁과 지은의 담당교수인 사촌형이 접견실에 앉아 있었다.
준혁이 사촌형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사촌형도 커피 잔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형! 내가 잠시 미쳤었나봐. 지은씨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준혁이 다시 눈물을 보였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구나? 지은이도 개강하고 일주일이 넘도록 학교에 나오지 않는 다. 연락도 되지 않고.”
“형!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내가 내가.” 준혁이 괴로운 듯 이마로 접견실 탁자를 찧었다.
“준혁아! 이러지 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을게. 정신 차려.” 사촌형이 준혁의 행동을 말렸다.
“형! 나 유학 가. 지은씨에게 못된 짓 하고 도망치는 거야.”
사촌형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사무실 벽을 한숨을 쉬며 바라보았다. 준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봉투하나를 들고 나왔다.
“이거 지은씨 만나면 전해줄래. 아마도 내가 주었다고 말하면 갈기갈기 찢어버릴지도 모르지만, 꼭 읽어달라고 전해줘. 이걸로 지은씨에게 사죄가 될지 모르지만 말이야.”
준혁이 사촌형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알았다. 몸 추슬러라. 야간에 강의가 있어서.” 사촌형이 사무실을 나갔다.
사촌형의 말을 되새기면서 눈물이 흘렀다. 지은을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픈 듯 소파에 축 늘어져 천장을 바라보았다.
현이 지은의 집이 있는 골목을 걷고 있었다. 멀리서 상우가 가르쳐 준 듯한 이층 양옥집이 보였다. 부자동네라 그런지 집들의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현이 지은의 집 앞에 도착하여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지은의 어머니인 듯 여자 목소리가 인터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지은이 집이죠? 저는 김현이라고 합니다.”
“뭐?” 짧은 물음 뒤에 인터폰을 끊는 듯 한 소리가 들렸다.
현이 다시 초인종을 누르려고 손을 뻗었다가 그만두었다. 누가 밖으로 나오는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어느새 지은의 어머니가 밖으로 나오셨다. 몇 개월 전에 자선바자회에서 봤기에 한눈에 지은의 어머니를 알아 볼 수 있었다.
“네가 김현이니?” 섬뜩할 정도로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현에게 물었다.
“네. 안녕하....” 인사를 하려다 현이 뺨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무슨 영문인지 지은의 어머니가 현이 인사도 하기 전에 뺨을 때렸다.
“네가 어떻게 했길래. 우리 지은이가 병원에 입원을 하니?”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노여운 목소리였다.
“병원에요?” 현이 놀라며 물었다.
“나쁜 녀석. 그렇게 안 봤더니...... 부모 없는 자식이라 티가 나는구나.”
“어머니. 어느 병원입니까?”현이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지은의 어머니 옷깃을 붙잡고 물었다.
“어머니? 네가 언제 봤다고 어머니야. 좋은말로 할 때 그만 돌아가.”
지은의 어머니가 대문을 세게 닫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현이 멍하니 닫혀 진 대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지은이가 병원에 있다는 소리에 발걸음을 움직일 힘조차 몸에 남아 있지 않았다.
현의 어머니가 지은의 어머니 전화를 받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지은의 어머니 말에 가시가 돋아있었다.
"왜? 근본도 없는 아이를 데려다 키우세요?” 뜬금없이 지은의 어머니가 막말을 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현이 아직 안 들어왔나요?”
"무슨 일인지 얘기하세요.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듣고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현이에 대해서 제가 정여사보다 더 많이 압니다. 근본이 없다니요. 누가 뭐라고 해도 현이는 제 아들이에요. 말씀 삼가세요.”
"현이라는 애 들어오면 물어보세요. 그 애가 우리 지은이에게 어떻게 했는지. 우리 지은이 지금 병원에 있어요.”
“일단 현이 들어오면 자초지종부터 들어보고 뒤에 얘기하시죠?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현이 걱정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새벽에 학원 에 다녀와서는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었다. 그냥 일본어 능력시험 때문에 그런가보다 생각을 했었다.
마침 현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왼쪽 뺨에 손자국이 나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현아! 얼굴이 왜 이래.” 어머니가 현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집에 오다가 어떤 사람과 부딪혔어요. 괜찮아요.” 거짓말을 하듯 현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구나. 엄마에게 말 해보렴.”
“아무 일 아니에요. 저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시큰둥하게 말하며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잠시만. 나랑 이야기 좀 하자.” 방으로 들어갈려던 현을 잡았다.
“죄송합니다. 저 피곤해요.”엄마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현아! 엄마한테 다 털어놔봐. 현아! 미안하다. 내가 간섭이 너무 심했지. 요즘 들어 신경도 많이 못 써주고.”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사진(#15)
준혁과의 일이 있은 후 지은과 현의 만남이 소원해졌다. 지은이 고의적으로 현을 피하고 있었다. 봄 학기가 개강하고 현이 지은이 근무하는 조교 사무실을 찾았다. 일주일동안 현이 수 없이 전화를 해 봤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 시간이 10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현이 노크를 하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현이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당겼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한다는 음성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현이 다른 번호를 눌렀다.
“이상우씨 핸드폰 아닌가요?”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현이 물었다.
“네. 맞는데요. 누구시죠?”
“네. 저는 상우 군대 친구입니다.”
“잠시만요. 자기야 전화 받어.”
상우의 애인인 듯 핸드폰 저 편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네. 이상우입니다.”
“상우야. 나 현이.”
“필승. 안녕하십니까?” 상우가 장난치듯 현에게 말했다.
“복학했지? 지금 어딘데?”
“복학? 당연히 했지. 지금 애인이랑 데이트하는데.”
“혹시 지은이 소식 들은 거 있어?”
“어라? 지은이 소식은 내가 더 궁금하다. 잠시만.” 애인이 부르는지 상우가 말을 잠시 끊었다.
“말해라. 잠깐 있어보라니까.”상우가 애인에게 말하는 듯 전화기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미안하다. 현아! 지은이에게 무슨 일 있니?”
“연락이 안 되어서...... 지은이 집 주소 가르쳐 주라.”
“응 잠시만. 내가 문자로 날려줄게.”
“알았어.” 현이 핸드폰 종료 버튼누르고 조교 사무실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가슴이 옥죄어왔다.
그날 뒤로 지은이 외출을 할 수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 통 씩 걸려오는 현의 전화를 볼 때 마다 고통스러웠다. 개강을 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학교에도 갈 수 없었다.
학교에 간다면 현이 분명히 찾아 올 테고 현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오늘부터 아예 전화기를 꺼 두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부모님 얼굴조차 볼 수 없었기에 방안에 틀어박혀 꼼짝을 안하고 있었다. 아침에도 지은의 어머님이 애타게 지은을 찾았지만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지은의 어머니가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왔지만 침대에 엎드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은의 어머니가 지은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지은이 탈 진을 해 쓰러져 있었다.
“지은아! 지은아! 정신 차려” 지은의 어머님이 지은의 뺨을 손으로 두드렸다.
지은의 어머니가 119에 신고를 했고 구급차가 이내 도착을 했다. 지은의 어머니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준혁이 변호사 사무실에 앉아 지은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도무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주일동안 변호사 업무를 중단하다시피했다. 준혁에게 송사를 맡긴 많은 고객들이 다른 변호사를 찾아갔고, 준혁의 일을 도와주던 사무장도 오늘 사표를 내었다. 텅 빈 사무실에 앉아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준혁이 일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에는 좀 더 공부를 하겠노라 말씀을 드렸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시는 부모님이 준혁의 결정에 동의를 하셨다.
'똑똑’
“준혁아! 안에 있니?” 지은의 담당교수로 있는 준혁의 사촌형이 들어왔다.
준혁이 아무런 대답도 없이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뭐 하길래. 대답도 없어?”
준혁이 그제 서야 얼굴을 들었다. 준혁의 두 눈이 벌겋게 충혈 되어있었고 눈물자국으로 얼굴이 엉망이었다.
"혀...엉. 나 어쩌면 좋아.” 준혁이 눈물을 흘리며 사촌형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무슨 일이야?”놀라며 준혁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내가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준혁이 눈물을 삼키며 말을 했다.
“그래. 무슨 일인지 묻지 않을게. 실컷 울어.”
한참을 울었다. 준혁과 지은의 담당교수인 사촌형이 접견실에 앉아 있었다.
준혁이 사촌형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사촌형도 커피 잔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형! 내가 잠시 미쳤었나봐. 지은씨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준혁이 다시 눈물을 보였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구나? 지은이도 개강하고 일주일이 넘도록 학교에 나오지 않는 다. 연락도 되지 않고.”
“형!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내가 내가.” 준혁이 괴로운 듯 이마로 접견실 탁자를 찧었다.
“준혁아! 이러지 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을게. 정신 차려.” 사촌형이 준혁의 행동을 말렸다.
“형! 나 유학 가. 지은씨에게 못된 짓 하고 도망치는 거야.”
사촌형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사무실 벽을 한숨을 쉬며 바라보았다. 준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봉투하나를 들고 나왔다.
“이거 지은씨 만나면 전해줄래. 아마도 내가 주었다고 말하면 갈기갈기 찢어버릴지도 모르지만, 꼭 읽어달라고 전해줘. 이걸로 지은씨에게 사죄가 될지 모르지만 말이야.”
준혁이 사촌형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알았다. 몸 추슬러라. 야간에 강의가 있어서.” 사촌형이 사무실을 나갔다.
사촌형의 말을 되새기면서 눈물이 흘렀다. 지은을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픈 듯 소파에 축 늘어져 천장을 바라보았다.
현이 지은의 집이 있는 골목을 걷고 있었다. 멀리서 상우가 가르쳐 준 듯한 이층 양옥집이 보였다. 부자동네라 그런지 집들의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현이 지은의 집 앞에 도착하여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지은의 어머니인 듯 여자 목소리가 인터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지은이 집이죠? 저는 김현이라고 합니다.”
“뭐?” 짧은 물음 뒤에 인터폰을 끊는 듯 한 소리가 들렸다.
현이 다시 초인종을 누르려고 손을 뻗었다가 그만두었다. 누가 밖으로 나오는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어느새 지은의 어머니가 밖으로 나오셨다. 몇 개월 전에 자선바자회에서 봤기에 한눈에 지은의 어머니를 알아 볼 수 있었다.
“네가 김현이니?” 섬뜩할 정도로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현에게 물었다.
“네. 안녕하....” 인사를 하려다 현이 뺨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무슨 영문인지 지은의 어머니가 현이 인사도 하기 전에 뺨을 때렸다.
“네가 어떻게 했길래. 우리 지은이가 병원에 입원을 하니?”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노여운 목소리였다.
“병원에요?” 현이 놀라며 물었다.
“나쁜 녀석. 그렇게 안 봤더니...... 부모 없는 자식이라 티가 나는구나.”
“어머니. 어느 병원입니까?”현이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지은의 어머니 옷깃을 붙잡고 물었다.
“어머니? 네가 언제 봤다고 어머니야. 좋은말로 할 때 그만 돌아가.”
지은의 어머니가 대문을 세게 닫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현이 멍하니 닫혀 진 대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지은이가 병원에 있다는 소리에 발걸음을 움직일 힘조차 몸에 남아 있지 않았다.
현의 어머니가 지은의 어머니 전화를 받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지은의 어머니 말에 가시가 돋아있었다.
"왜? 근본도 없는 아이를 데려다 키우세요?” 뜬금없이 지은의 어머니가 막말을 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현이 아직 안 들어왔나요?”
"무슨 일인지 얘기하세요.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듣고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현이에 대해서 제가 정여사보다 더 많이 압니다. 근본이 없다니요. 누가 뭐라고 해도 현이는 제 아들이에요. 말씀 삼가세요.”
"현이라는 애 들어오면 물어보세요. 그 애가 우리 지은이에게 어떻게 했는지. 우리 지은이 지금 병원에 있어요.”
“일단 현이 들어오면 자초지종부터 들어보고 뒤에 얘기하시죠?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현이 걱정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새벽에 학원 에 다녀와서는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었다. 그냥 일본어 능력시험 때문에 그런가보다 생각을 했었다.
마침 현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왼쪽 뺨에 손자국이 나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현아! 얼굴이 왜 이래.” 어머니가 현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집에 오다가 어떤 사람과 부딪혔어요. 괜찮아요.” 거짓말을 하듯 현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구나. 엄마에게 말 해보렴.”
“아무 일 아니에요. 저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시큰둥하게 말하며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잠시만. 나랑 이야기 좀 하자.” 방으로 들어갈려던 현을 잡았다.
“죄송합니다. 저 피곤해요.”엄마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현아! 엄마한테 다 털어놔봐. 현아! 미안하다. 내가 간섭이 너무 심했지. 요즘 들어 신경도 많이 못 써주고.”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니에요. 어머니! 제가 더 죄송합니다. 말씀드릴게요.” 현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현이 체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