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끔찍히도 사랑했던 누군가의 남편.

민이200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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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봤을 때

17살 무렵.

학교를 일찍 들어간 난 고.2였다.

처음 본 순간 느낌이 왔다는 말

전혀 믿어본 적 없지만

그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서 만큼은

이 언어가 아깝지 않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그는

유부남이었고

절제도 잘하는 사람이었다.

유부남인 것을 알면서도

나와 19살 차이가 나는 것을 알면서도

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혼자 가슴앓이를 하고

온갖 잡다한 시와 글을 써대면서

그에 대한 내 열정을 불태우고 있던 어느 날

내가 쓴 편지에 대한 그의 답장이 왔다.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답장.

'상담하고 싶을 때 전화하거라.'

아이들은 부러워했다.

아무도 그의 전화는 커녕 답장을 받아보지 못했다면서.

 

사실 고등학교 때 난 약간 또라이 기질이 있었다.

꿈이 '예술가"였으니

더 이상 무슨 보충설명이 필요할까.

 

그렇게 그와 '밖'에서 만났다.

그는 또라이 기질이 있던 사람을 좋아했나보다.

 

우린 그 첫 번째 만남에서

4시간 동안 한 커피숍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날 이후

아무도 몰랐던

그와 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 일년여쯤 그를 만났던 것 같다.

그가 가끔 날 찾아온 것으로 난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그가 날 찾아올 때만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난 1년 동안 가슴앓이를 하며

아무에게도 그와 만나고 있음을 말 할 수 없었다.

 

항상 좋은 말만 하고 다시 차를 돌려 뒷모습을 보이던 그가

쑥쓰러워하며 내 손을 꼭 쥐던 날.

그 이후 난 그를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다.

 

그의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가끔씩 나를 찾아오는 그에 대한 원망이

나로 하여금 그와의 관계를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었다.

 

"더이상 오지 마세요..."

 

그렇게 수능을 보고

대학에 들어가

난 가끔씩 그를 생각하며

평범한 대학생활을 했다.

 

며칠 전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그가 생각 났다.

그의 이름 세글자를 치니

몇 개의 사이트가 나왔다.

 

그가 지금 무슨 일을 할까.

어떻게 변했을까,

가슴 졸이며

조심스럽게 클릭을 하자

그의 모습이 보였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그.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나의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고

눈은 붉어졌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는데

그를 보는 순간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그리움, 서러움, 안타까움이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내 마음을 심하게 못질한다.

 

남친의 얼굴을 보며

그를 잊어야지 생각하지만

곧 밀려드는 그리움은

나의 이성을 통째로 흔들어놓는다.

 

그는 늙었고

난 젊다.

난 이제 미성년자도 아니고

그는 더욱 부유해졌다.

 

난 지금 그가 있는 곳에 찾아갈 수 있고

그도 언제든지 날 만날 수 있다.

 

정말 불륜이 되버릴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정말 가고 싶은데

그의 얼굴을 아니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정말 '바람'이 날까봐..

내 인생이 바람날까 망설인다.

 

그를 영원히 마음 속에 품고 지내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하..모르겠다.

 

다만 내가 확신하는 것은

그의 사진을 보자마자

내 마음속에서 외쳤던 한 마디.

'사랑해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