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Mile] 게토문화와 프리스타일에 관하여...

박성준200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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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ILE

    미국의 슬럼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주로 취하는 소재는 마약과 총기범죄 등이다. 특히 흑인들의 게토지역은 영화 속에서 범죄와 빈곤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단골고객이다. 공업도시 디트로이트의 슬럼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8MILE은 총포소리 대신 강한 리듬비트가 울리고, 피 튀기는 싸움판이 벌어지는 어두운 뒷골목대신에 긴장감 넘치는 랲배틀이 벌어지는 지하 클럽이 등장한다. 에미넴이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한편의 '인간극장'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신파적이기 보다 인간적이어서 보기 좋았던 영화였다.

    예전에 세계최고라 불리는 흑인 댄서가 이야기한 말이 기억난다. "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음악과 춤을 느끼기 위해서는 게토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세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대충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래핑이라는 우리에겐 다소 낯선 부분을 다룬 영화다. 더욱이 게토문화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공유가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는 슬럼지역의 더럽고 칙칙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랲은 무겁고 끈적인다. 티비에서 나와서 손가락 짓을 해가며 "에이~요~"하고 노래부르던 속사정 모르는 천진한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들의 음악과 몸짓에 담겨있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음성과 그들의 몸이 표현하는 동작은 껍데기일 뿐이다.
    흑인 음악은 펑키하고 흥겹지만 그들만의 고단한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 비트박스가 생겨난 이유에 대해서 아는가? 악기를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흑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들의 유일한 악기였다." 그 흑인 댄서는 그렇게 진지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 흑인 댄서는 자신의 과거를 말해준다. 한때 GANG집단에 몸담고 있었다며 자신의 배를 가리키며 두발의 총에 맞는 자국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은 춤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춤과 음악이 그를 그 속에서 빠져나오게 했다고 말한다. 그 덩치 큰 흑인남자는 마흔이 훌쩍 넘은 아저씨다. 영화 8MILE도 그런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폭력이 난무하기 보다 랲을 통한 배틀이 존재한다. 배틀은 실제다. 아니 주먹질이 오가는 싸움판보다 오히려 더 살벌하고 치열하다. 그러나 룰이 존재한다. 그리고 다수가 지켜보는 속에서 승자가 결정된다. 그들에게 랩은 더 이상 말장난이 아니다.

    에미넴의 랩은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자서전적이면서 자학적이기까지 하다. 가지지 못하고 교육받지 못하고 화목한 가정조차 없는 자신을, 게다가 흑인들 속에서 백인이라는 이유로 역차별까지 받아야하는 자신을 아프지만 눈물나도록 가슴이 쓰라리지만 그렇게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은 "아직 우리는 살아있다. 그리고 한번의 기회는 남아있다."라는 상징적인 메시지처럼 들린다.

    "춤이든 랲이든 프리스타일(Freestyle)로 행해질 때 그것은 생명력을 얻는다. 짜여진 루틴이나 음악과 무관한 댄스나 랲은 생명력을 상실한다. 그래서 나는 몇몇의 짜여진 가사를 읊는 랲가수를 싫어한다." 흑인 댄서가 말해준 프리스타일, 게토문화에 대해 문뜩 떠오르게 하는 8MIL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