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9)

창작 東2006.09.14
조회1,090

 "왜 전화가 안되는거야." 지은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화를 내고 있었다. 아침일찍 출사를 가기로 하고선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어제 저녁에 통화 했을때 고향친구를 만나 회포를 풀고 있다고 말을 했었지만, 처음보는 현의 모습에 화도나고 걱정도 되었다. 게다가 지난번 출사때 군부대 작전중이라 현과 지은이 처음 만났던 그곳에 못갔던게 지은을 더욱 화나게 만들고 있었다.

 

 

 

 

 

 어제 창수랑 만나 얘기를 하다보니 새벽녘이 넘어  집에 들어와 아침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현이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하니 지은에게서 여러통의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서둘러야 했다. 먼저 지은에게 전화를 한 뒤 약속장소를 현의 집앞으로 변경하고선 샤워를 하기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준혁이 중환자실에서 나와 수술실로 들어간지 1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수술실 복도에 준혁의 부모님과 최교수가 초조한듯 수술실을 응시하고 있었다.  담당의사를 만나고 온 준혁의 부모님 얼굴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백부님! 담당의사가 뭐라고 하시던가요?" 입술이 타는지 혀로 입술에 침을 바르며 말했다.

 "모르겠다. 설명을 듣다가 간호사들이 호출하는 바람에 급하게 나가버리더라. 얼굴을 봐선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던데......모르겠어." 나쁜 생각은 하기 싫다는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고개를 숙였다.

 "숙모님! 댁에 가셔서 준혁이 옷가지 챙겨서 나오세요. 수술하고 나오면 속옷이랑 필요할텐데." 충혈된 눈으로 수술실 출입문을 바라보던 숙모님이 가엾어 보여 최교수가 말했다.

 "아니다. 수술 끝나는거 보고 다녀올란다. 학교에 가봐야 하지 않니?"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괜찮습니다. 숙모님 그러지 마시고 집에 다녀오세요. 아직 수술실에서 나올려면 시간 많이 남았습니다." 최교수가 숙모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래요. 당신 집에 다녀와요. 김기사 대기 시켜놨어요." 준혁의 아버지가 무릎을 꿇어 준혁의 어머니와 얼굴을 마주하며 말했다.

 "가시죠. 제가 주차장까지 모셔 드릴께요." 자리에서 일어서는 준혁의 어머니를 부축하며 최교수가 말했다.

 "여긴 걱정말고 집에 가서 조금 쉬다 와요." 최교수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는 준혁의 어머니 등뒤를 대고 준혁의 아버지가 말했다.

 "흐흐흑" 준혁의 어머니가 설움에 받쳐 눈물을 흘리며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셨다.

 

 

 

 

 

 

 현과 지은이 탄 차가 어느 식당 앞에 섰다. 현이 군대 시절에 친할머니 이상으로 잘 해 주시던 할머니가 운영하셨던 '할매집'이었다. 현이 차에서 내려 허름해 보이는 문 앞에서 회상을 하듯 한참을 서 있었다. 지은이 차에서 내려 현의 옆으로 다가서자 현이 지은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전 생각 나나보네." 지은이 현의 미소에 답례하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잘 해주셨는데, 그 동안 연락을 못 드려서 죄송하네." 현이 문을 열어 지은에게 먼저 들어가라는 듯 손짓을 하며 말했다.

 "고마워." 지은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현이 지은을 따라 들어서자 저녁을 먹던 군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을 지은을 향했다. 어깨에 노란 견장을 하고 있는게 신병들이었다. 지은이 꼼짝 못하고 있자 현이 양손으로 지은의 어깨를 잡으며 제일 안쪽 빈자리에 앉혔다.

 "여기 잠깐 앉아 있어. 주방에서 할머니 뵙고 올테니까." 현이 지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어....응."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거기 군인 아저씨들 사람 너무 빤히 보지마세요. 놀라잖아요." 현이 돌아서며 밥을 먹던 군인들에게 가벼이 꾸짖듯 말하곤 주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어이쿠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국그릇이 놓여진 쟁반을 들고 나오던 군인이 현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쟁반을 높이 들곤 몸을 문쪽으로 바짝 붙이며 말했다.

 "아...네. 죄송합니다." 현이 문 앞에서 한발짝 물러서며 말했다.

 "야 이거 좀 받아." 국그릇을 들고 나오던 군인이 식탁에서 밥을 먹던 군인들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군인이 식당으로 나오자 현이 주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잠시만 말입니다. 혹시 김현 형 아니........?" 쟁반을 들고 주방에서 나오던 군인이 부엌으로 들어서던 현을 부르며 말했다.

 "네. 누구시죠?" 현이 의아한듯 군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 접니다. 민철." 민철이 손바닥으로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어. 민철이구나. 미안하다. 왠지 목소리가 낯설지 않더라니......, 얼굴이 까무잡잡해서 몰라봤네. 반갑다." 현이 민철을 덥썩 안으며 말했다.

 "형. 진짜 오랜만입니다. 오늘 내려오길 잘했습니다. 왠지 내려오고 싶더니만......" 민철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가끔 면회라도 왔어야 하는데. 어때 군생활은 할만하고." 현이 민철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며 말했다.

 "뭐. 해 보셨으면서 새삼스럽게 그러십니까. 어 여기 이쁜 누나는 누구........?" 민철이 지은을 가르키며 물었다.

 "어...어. 민철아 인사해. 네 형수님이시다." 현이 장난끼어린 말로 지은을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형수님. 민철입니다." 민철이 깍듯이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도련님." 지은이 현과 민철의 농담을 받아 넘기며 미소를 지었다.

 "아 근데 할머니는?"  현이 부엌 안을 살피며 민철에게 말했다.

 "방에 잠깐 들어가셨습니다. 들어가보세요." 민철이 문앞에서 한발짝 물러서며 말했다.

 현이 부엌으로 들어가자 민철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지은이 앉아 있는 탁자 맞은편에 앉았다.

 

 

 

 

  지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거실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지은이 돌아오면 약혼 준비하구려." 지은의 아버지가 차 잔을 들며 말했다.

 "오늘 현이 아버님 만나서 약혼 얘기 하신건가요?" 지은의 어머니가 가정부 아주머니가 건네는 과일 쟁반을 받아 탁자에 놓으며 말했다.

 "약혼얘기만 했소. 그리고 내일 일본 출장이 있으니 준비하고." 지은의 어머니 시선을 외면한채 저녁 뉴스를 응시하며 말했다.

 "갑자기 일본은 왜 가시는건가요?" 의아한듯 지은의 어머니가 물었다.

 "김사장회사와 우리회사가 파너트 관계가 되어 일본 바이어 계약건 때문에 가오." 여전히 저녁 뉴스를 보며 말했다.

 "그럼 약혼준비는 현이 어머니랑 할께요." 지은의 어머니가 차를 한모금 마신후 말했다.

 "그렇게 하구려." 지은의 아버지가 대답을 하고선 방으로 들어갔다.

 

 

 

 

 

 준혁이 수술실로 들어간지 서너시간이 지났지만 시간은 아주 더디게 흐르고 있었다.

 수술실 문이 열렸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밝은 표정으로 나왔다.

 순간 준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준혁의 아버지가 수술실 밖으로 나오던 의사 앞으로 다가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우리 준혁이 괜찮은가요?" 준혁의 아버지가 초조해 하며 물었다.

 "네. 수술은 아주 성공적입니다. 이제 본인의 의지여하에 따라 회복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확신에 찬듯 의사가 힘을 주어 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준혁의 아버지가 몸을 굽신거리며 의사에게 연신 인사를 했다.

 "그럼. 전 이만." 의사가 복도를 따라 멀어져 가고 있었다.

 

 

 

 

 

 "할머니! 현입니다. 할머니 어디계시나요?" 현이 부엌을 지나 방문 앞에서 할머니를 찾았다.

 "누구...라..고?" 문을 열지 않은 채 할머니가 물었다.

 "김현입니다. 방안에 계시나요?" 현이 방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으며 말했다.

 "뭐? 김현이라고." 할머니가 놀라며 방문을 열었다.

 방문이 열리고 자그마한 체구에 하얗게 머리가 센 할머니가 나오셨다.

 현이 제자리에서 큰절을 하였다. 현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자주 찾아 뵈었어야 하는데......" 현이 울먹이며 말했다.

 "아니야. 일어서거라. 자식넘들도 안 오는걸." 할머니가 현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할머니의 목소리도 눈물에 젖어 들고 있었다.

 "건강하시죠?" 현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 나는 다 좋아. 너는 어떠니?" 할머니가 현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

 "학교에 복학하고 전역뒤에 여러가지 좋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랬구나. 저녁은 먹었니? 안먹었지. 식당으로 나가자." 할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현이 뒤를 따라 들어갔다.

 

 

 

 

 

 현의 어머니와 지은의 어머니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현과 지은이 출사에서 돌아오는데로 예복이며 예물등을 준비하기로 얘기를 마쳤고 일본에 출장간 현의 아버지와 지은의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다음 주말을 둘의 약혼일로 정하였다.

 "이 호텔은 음식이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아요." 지은의 어머니가 식사를 끝내며 말했다.

 "그러네요. 우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멋이 느껴지는데요." 현의 어머니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우리 지은이 이쁘게 봐주세요." 지은의 어머니가 현의 어머니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가 할 얘깁니다. 우리 현이 상처가 많은 아입니다. 많이 아껴주세요." 현의 어머니가 지은의 어머니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