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7세 황제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 약간의 피곤함을 느끼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있었다. 황제가 잠을 자고 있을 때는 어느 누구도 황제의 침실로 접근할 수 없으며 또한 침실 주위로 어떠한 소음도 발생해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황제의 침실이 있는 곳은 언제나 황제의 직속기사단인 근위기사단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어서 웬만한 실력과 담력이 아니고서는 어느 누구도 황제의 침실로 접근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런 황제의 침실로 한 명의 인물이 급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탁 탁 탁
급하게 달려오던 인물은 곧 근위기사들에게 제지를 당했지만 상대가 제국의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쇼트랭후작이기에 홀대할 수는 없었다.
“ 무슨 일입니까? 이 시간에는 출입이 통제되는 것을 모르시지는 않으실텐데요. ”
굵고 힘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근위 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컨스백작이었다. 우람한 체격에 검은색 망토를 두른 컨스백작은 크로노7세 황제가 직접 무술을 가르친 기사들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인물로 제국내에 루엔을 제외하고는 적수가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
“ 아주 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네. 폐하께서는 주무시고 계시는가? ”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급한 어조로 말하는 사람이 평소에 자신이 알고 있던 쇼트랭후작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쇼트랭의 모습은 다급함과 초조함으로 인해 불안해 보였던 것이다.
컨스백작은 쇼트랭후작의 얼굴과 행동에서 상황이 무척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을 유지하던 쇼트랭의 얼굴이 아니었기에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 잠시만 기다리십시요. 폐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
“ 빨리 말씀드리게. 루엔 공작 전하의 일이라고 말씀드리면 될 걸세. ”
“ 알겠습니다. ”
말을 마친 컨스백작이 복도의 중앙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간 후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나왔다.
“ 들어오시랍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
컨스백작의 안내로 문을 열고 들어간 쇼트랭후작은 황제의 침실로 가는 동안 근위기사 4명씩 지키고 서 있는 3개의 문을 지났고 4번째 문을 통과할 때에는 자신만이 문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컨스백작도 더 이상은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4번째 방은 아무도 없는 컴컴한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무언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온 몸에 돋아나는 소름을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기괴한 느낌이 전해졌고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있을 뿐이었다.
희미하게나마 정면에 있는 문쪽에서 빛이 새어져 나와 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어떤 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조심스럽게 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나의 화려한 침상이 눈에 들어왔고 그곳에 크로노7세인 황제가 자신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다.
“ 쇼트랭 무슨 일인가? ”
상당히 기분이 않좋은 목소리임을 쇼트랭은 직감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현 황제인 크로노7세는 무슨 이유인지 밤 중에 자신을 알현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쇼트랭 후작 역시 밤중에 황제를 알현한 것이 근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쇼트랭은 황제에게 예를 취하고는 바로 고했다.
“ 폐하. 죄송합니다. 중요한 사안이라 결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부디 용서하시기를.... ”
“ 무슨 일인지 말해보라. ”
황제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어둡고 음침했지만 쇼트랭은 개의치 않고 황제에게 바로 사안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 니온으로 출정을 떠난 루.. 루엔 공작의 일이옵니다. ”
“ 루엔? 루엔이 어쨌다고 그런 것인가? ”
황제의 어투는 관심이 없다는 듯 건조한 대답만 하고 있었다.
황제의 대답에 쇼트랭은 약간은 당황했지만 황제의 앞이라 어떻게 나타내지는 못하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 그... 그것이 루엔공작이 이끌고 가던 함대가 마넬라산맥을 이동중에 저...전멸을 당했다고 합니다. ”
쇼트랭의 말에 지금까지 무심한 황제의 눈빛이 약간 흔들리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내 변하고는 강렬함을 발산하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 지금 전멸이라고 했나? ”
황제가 내뿜는 강렬함에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이 전해져 왔지만 쇼트랭은 침을 삼키며 대답을 했다.
“ 그렇습니다. 폐하. 전함으로부터 송신된 마지막 전언에 의하면 마넬라 산맥에서 드래곤과 충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격을 받고 있다고 긴급한 메시지를 전하던 중 비명소리와 함께 그만 교신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정보원을 그곳으로 보냈는데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하고 퍼시픽 후작의 전함만이 불타버린 채 추락한 것만 확인이 됐다고 합니다. ”
“ 루엔은 어떻게 됐나? ”
“ 그... 그것이 생사를 아직..... ”
“ 그래? ........ ”
황제는 무엇인가 생각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한 침묵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쇼트랭은 황제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시간이 몇 십년이 지나가는 듯 길게만 느껴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황제가 입을 열었다.
“ 대신들을 불러들이라. 지금 당장 비상회의를 소집하라. ”
“ 알겠습니다 폐하. 지금 즉시 대신들을 소집하겠습니다. ”
“ 그리고..... ”
“ 네 폐하. ”
“ 아.. 아니다. 나가보라. ”
“ 알겠사옵니다 폐하. ”
대답을 마친 쇼트랭이 방을 나가자 황제의 표정이 험상굳게 변하며
“ 망할놈의 붉은지렁이가 내 계획을 망치고 있구나. 아스모데(asmode) ”
황제가 허공에 대고 부르자 천장에서 사악한 음성이 들려왔다.
“ 말 씀 하 십 시 요 . ”
“ 지금 즉시 발라파르(vallafar)와 니바스(nibas)를 데리고 마넬라에 있는 붉은 지렁이의 머리를 가져오라. ”
“ 알 겠 습 니 다. ”
말을 마친 아스모데의 음성이 들리지 않자 황제는 곧이어 사악한 웃음 소리를 내며 말했다.
“ 크 크 크 크 뭐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테니까. 카 카 카 카 ”
황제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리며 온 방안을 뒤덮었다. 황궁이 온통 암흑의 기운으로 뒤덮이듯이 말이다.
저녁이 다 되서야 크론에 도착한 린과 크루터, 에스텔은 일단 시내에 있는 여관에다 짐을 풀고 식사를 했고, 린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 방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잠그고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린이 방으로 들어가서는 나오지 않자 에스텔은 크루터를 조용히 불러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에스텔의 질문에 크루터가 처음에는 말을 안하고 머뭇거리자 약간의 힘이 들어간 손으로 이뻐해주는(?) 동작을 취하자 바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되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에스텔은 크루터의 말을 듣고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그러한 마법이 있다는 것에 상당한 흥미를 느꼈고, 크루터가 겪었던 이상한 부분에서는 자신이 언젠가 한 번은 들었던 마법결계 부분이라는 점에 린의 출신이 더욱 궁금해져버렸다.
“ 그러니까 분명히 린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날이 샐 때까지 이상한 곳을 헤메다가 아침이 되서야 린을 만났다 이말이지? ”
“ 네 그렇습니다. 밤이 새도록 헤매다가는 아침이 되서야 찾을 수가 있었다니까요. ”
“ 그래? 그것참 희안하네. ”
드래곤인 자신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에스텔은 상당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한 번 자신도 시도를 해 볼까(?) 하는 마음에 린의 방으로 올라가볼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렇게 성급하게 생각할 것도 아니기에 지금은 그냥 있기로 하고 다음 기회에 도전하기로 생각을 돌렸다.
새벽의 어둠을 헤치고 태양이 뜨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 린은 아직도 꿈나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두 사람을 깨워서 서둘러 크로노스의 마법사들이 모두 모여 있는 마법의회로 가자고 조르고 있었다.
“ 빨리 일어나란 말야.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이렇게 잠만 자고 있는 거야?”
“ 야! 넌 어제 일찍 잠을 자서 그렇지만 난 어제 늦게 자서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니란 말야. 우 씨~ ”
린이 깨우자마자 눈을 비비고 재빠르게 일어나는 크루터와는 달리 에스텔은 아직까지는 잠을 더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이기에 무지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 그럼 넌 가지마. 크루터와 나만 갔다 올 테니까. ”
린의 매정한 한 마디에 에스텔은 심한 갈등을 하고 있었다. 과연 지금 린을 따라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심신을 위해서 계속 잠을 자야 할 것인가를.....
하지만 잠 보다는 린에 대한 궁금함이 먼저기에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고는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 우 씨 ~ ”
여관에서 나온 세 사람은 여관 주인에게 물어 알게 된 마법의회 의사당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새벽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다니는 사람이 몇 없을 정도로 한산했지만,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가게를 여는 사람까지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린은 이런 도시에서 살지 않아서 그런지 그러한 모습들이 신기하게만 보였다. 밤과 낮에는 알 수가 없었던 신비한 기운마저 감도는 새벽의 모습에서 사람들의 생동감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크로노스 마법 의사당
이곳은 크로노스의 모든 마법사들의 집합소라고 해야 어울릴 것이다.
크로노스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마법사들이 이곳으로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곳의 특징은 마법사들이 이곳에 모여서 크고 작은 사항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의회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결정하는 것과는 다른 마법사의 자질이나 등급을 평가하고, 사용하지 말아야 할 마법에 대해서 규제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마법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연구까지 이곳 의회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제국에서 일할 마법사들을 훈련시키고 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배출된 마법사들은 초급에서 상급까지 그 등급이 모두 달랐지만 그 실력은 초급자라고 해도 다른 국가의 초급 마법사와는 조금은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전쟁에 필요한 부분을 많이 배우고 사용한다는 점이다. 크로노스가 전쟁을 많이 하기에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약도 있는데 꼭 제국 내에서 활동을 해야만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제국을 벗어나게 되면 의회에 신고를 해야만 하고 의회에서 승인을 얻었을 경우에만 다른 국가로 여행이나 업무를 처리하러 갈 수가 있었다.
만약 이것을 어기는 마법사는 의회에서 파견된 마법집행관에게 마법력을 모두 잃게 되고 제국에서 쫓겨나는 엄청난 형벌을 받게 된다.
아침 일찍 마법 의사당을 찾은 린은 의사당 입구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마법의사당의 숨 막히는 강렬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에스텔이야 별것 아니라고 느꼈지만 린은 놀라고 있었다. 모든 구조물이 돌로 되어 있었지만 하나 하나가 마치 마법력을 주입시켜 그 힘을 발산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높게 솟아오른 기둥들이 마법진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졌음을 린은 자신의 집에서 무수히 보았던 마법책들을 떠올리며 알게 되었다.
“ 우~ 와 이곳이 마법사들이 있는 곳이야? ”
“ 그렇습니다. 린님. 이곳이 크로노스의 모든 마법사들이 있는 곳입니다. ”
“ 대단한데. ”
“ 대단하긴 뭐가 대단해. 별것 아닌 것들이 겉만 번지르 해서는..... ”
아침부터 짜증이 난 에스텔은 뭐든 마음에 들지가 않았던 것이다. 드래곤인 자신에 비하면 한 없이 약가기만 한 호비트들이 ‘ 기껏 지어놓아 봤자 별거 있겠어? ‘ 하는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 어디 그럼 들어가 볼까? ”
“ 어!.... ”
자신은 무시한 채 크루터와 함께 린이 안으로 들어가 버리자 에스텔은 궁시렁 궁시렁 거리며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 이것들이 정말.... 젠장.... 내가 이게 뭐야..... ”
의사당 안으로 들어간 세 사람은 제일 먼저 자신들을 제지하는 한 중년의 마법사를 만났다. 줄무늬의 녹색 망토를 입고 있었는데, 이곳의 입구를 관장하는 마법사인 듯 했다.
“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
말하는 투로 보아서는 린과 크루터의 행색이 별로여서 깔보는 것 같은 억양이었다.
“ 이곳에 있는 최고의 마법사를 만나고 싶은데 지금 만날 수 있나? ”
“ 네? ”
어려보이고 누추한 옷차림의 상대가 자신에게 대뜸 하대를 하자 이 마법사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혹시나 해서 자신도 하대는 하지 못하고 대답을 했다.
“ 최고의 마법사를 찾으신다구요? 무슨 일이신데 그러십니까? ”
“ 당신이 이곳에서 최고야? 아님 최고를 불러와. ”
막무가내인 린의 행동에 크루터는 어떻게 옆에서 말려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늘 그러했기에....
마법사는 상대가 자신은 무시한 채 최고의 마법사만 찾자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꾹 참으며 다시 한 번 말을 건넸다.
“ 최고의 마법사를 만나시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 괜찮으십니까? ”
의미모를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상대 마법사의 말에 린은 가볍게 대답을 했다.
“ 돈을 내야하나? 얼마나 내야 하는데? ”
린의 말에 마법사는 손가락을 펴 보이며 말을 했다.
“ 500 골드입니다. ”
“ 뭐라구요? 500골드? ”
옆에서 듣고 있던 크루터의 입이 벌어졌다.
이시대의 화폐는 귀금속이나 보석, 그리고 구리, 은과 금으로 만든 동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1실버가 4인 가족이 한 달간 먹을 수 있는 양식을 살 수 있는 돈이고, 100실버가 1골드이니까 500골드면 엄청난 돈이었다.
“ 그렇습니다. 500골드는 내셔야 최고의 마법사를 만나실 수가 있습니다. ”
“ 아니 그럼 그 밑에 있는 마법사는 얼마를 내야 합니까? ”
크루터가 다시 묻자
“ 그 밑에 있는 마법사는 300골드,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200골드, 100골드.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100골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만날 수가 있습니다. ”
“ 허~ 참. ”
크루터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린을 바라보자, 린은 화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뭐라고 하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까다로운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보석을 꺼내 마법사를 보여주며 말을 했다.
“ 이것으로 안 되나? ”
순간 마법사는 주머니에서 나온 보석들의 광채에 눈이 부셔 아무 말도 못하고 보석과 린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뒤에서 쳐다보고 있던 에스텔 역시 린의 주머니에서 나온 보석을 보며 약간은 놀라고 있었다. 자신도 보석을 모으는 것이 한때는 취미였을 정도로 보석을 많이 모았지만 지금 린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은 상당히 귀한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었던 것이다.
보석 하나가 성을 하나 살 수 있을 정도로 크고 귀한 것들이었기에 마법사는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을 했다.
“ 그... 그것은... 아닙니다. ”
“ 그럼 이것으로 내면 되겠네. 빨리 만날 수가 없을까? ”
린의 말에 잠시 멍하니 보석을 바라보던 마법사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 아~. 잠시 기다리십시요. 제가 곧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마법사의 어투가 겸손하게 바뀐 것으로 보아 크루터는 어느 곳이나 보석의 힘이 사람의 기준을 바꾼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서둘러서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갔던 그 마법사가 다시 돌아온 것은 차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 안으로 들어가십시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
갑자기 변한 상대의 태도에 크루터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린이 알면 그리 좋은 상황이 되지 않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에스텔 역시 ' 호비트들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안내로 어느 크고 화려한 방으로 간 린과 크루터, 에스텔은 그곳의 중앙에 앉아 있는 나이가 지긋한 염소수염을 기른 마법사를 만날 수가 있었다.
“ 이곳 의사당에서 원로원의 최고 수장이신 코드리타님이십니다. ”
중년 마법사가 소개한 코드리타는 크로노스 제국의 최고 대 마법사인 카라얀공작의 사제였다. 크로노스의 모든 마법사를 관장하는 그는 외모에서 풍기듯이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카라얀이 크로노스의 공작이 되어 막강한 힘을 갖게 되자 그 배경으로 인해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법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11써클정도의 마법을 구사할 정도로 마법력이 강했고, 경험 또한 풍부하여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의 마법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사악한 마법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 정통마법을 하는 다른 마법사와는 조금 다른 점이었다.
“ 그래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했나? ”
에스텔이 듣기에 상대의 목소리가 얇고 높은 톤이라 그리 듣기 좋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아무소리 안하고 그냥 듣기만 했다. 그러면서 살며시 상대의 수준을 보기위해 스켄(scan)을 펼쳤다.
< 마법력 1000 > < 전투력 300 >
‘ 아니 이거 뭐야. 별거 아니잖아. ’
에스텔의 스켄으로 본 상대는 자신이 생각해도 한 참이나 낮은 마법사였던 것이다. 그런 놈이 이곳의 수장이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노릇이었다.
“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마법에 대해서 물어볼 것이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있나? ”
어린 린의 입에서 자신을 존경하는 어떠한 말도 없이 대뜸 반말을 들은 노드리타는 이른 아침부터 찾아 온 이 무례한 놈들에게 기분이 엄청 상했지만 상대가 귀한 보석을 많이 가지고 있단 말이 떠올라 참기로 했다.
“ 어떤 마법인데 그런가? ”
“ 그게 말이야.....”
린은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해가 떠있는 낮에는 내 본모습으로 있는데 말이야 해가 진 밤만 되면 꼬마 여자아이로 변해버린단 말이야. 그리고 그것이 내가 20살이 될 때까지 안 풀린다고 했거든? 혹시 이런 마법에 대해서 알고 있나? ”
“ 밤만 되면 변한다고? ”
린의 말에 코드리타는 처음 듣는 이 희안한 마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희안한 마법은 자신도 처음 듣는 것이기에 모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에스텔은 ‘ 그럼 그렇지 ’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도 처음 듣는 마법인데 자신보다 몇 단계는 낮은 이 마법사가 알고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 그런 마법은 처음 듣는군. 그럼 그걸 시전한 사람이 있을텐데 그게 누군가? ”
코드리타의 말에 린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 나하고 살고 있던 영감탱이가 그렇게 했는데 지금은 죽었어. ”
“ 영감탱이? 그가 누군가? ”
자신의 질문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한 코드리타가 자신에게 이것저것 묻자 약간은 짜증이 난 린은 바로 쏘아 부쳤다.
“ 아 그건 알거 없고. 내가 물은 것에 대해 알아 몰라? ”
린이 짜증을 내며 말을 하자 코드리타는 약간은 황당한 마음이 들었지만 가볍게 기침을 하고는
“ 험. 험. 내가 듣기로 그런 마법은 처음 들어보는군. 하지만 마법을 시전하면 풀 수도 있지.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
“ 풀 수가 있다고? ”
코드리타가 자신의 마법을 풀 수가 있다고 하자 린은 들뜬 음성으로 말을했다.
에스텔 역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 마법을 풀 수가 있다는 말에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 어떻게 하면 풀 수가 있지? 말해봐 어서 ”
린이 서두르며 말을 하자 코드리타는 의미모를 웃음을 지으며 말을 했다.
“ 흐 흐 흐. 그것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지. 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가가 비싸서 말이야. ”
“ 얼마나 필요한데. 말해봐.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안되나? ”
린이 말을 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석을 주머니에서 꺼내보였다. 코드리타는 중년 마법사에게 들었던 보석을 실제 눈으로 보게 되자 보석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 그 정도면 대가가 될 것도 같은데 말이야. ”
“ 그래? 그럼 이걸 다 줄 테니까 내가 걸린 이 마법 좀 풀어줘. ”
린은 자신이 꺼낸 보석을 내밀며 코드리타에게 주려하자 지금까지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에스텔이 앞으로 나서며 말을 했다.
“ 잠깐! 그 방법에 대해서 물어봐도 될까? ”
코드리타는 자신의 앞에 황금색의 긴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자 느끼한 시선으로 에스텔을 쳐다봤다.
그런 상대의 시선에 에스텔은 바로 한 방 날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마음속으로 꾹 참으며 코드리타의 대답을 기다렸다.
“ 흐흐흐. 어디서 이런 귀한 분이 오셨나? 정말 하늘에서 내려오신 천사 같으신 분이시군. 실례가 안 된다면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느끼한 상대의 웃음에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지만 에스텔은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복수하기로 생각하고는....
“ 에스텔이라고 한다. 이제 대답을 해봐. 어떻게 그 마법을 풀 수가 있지? ”
에스텔의 질문에 코드리타는
“ 성격도 급하시지. 뭐가 그리 급하다고 그리 서두르시는 건가. 그것에 대해서 말하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을 ...... ”
“ 그러니까 뭐냐고 내가 걸린 마법을 풀 수 있는 방법이. ”
린이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소리를 질러 버렸다.
“ 혹시 레이포니에르에 대해서 알고 있나? ”
“ 레이포니에르? ”
코드리타의 말에 에스텔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크게 내었다.
영문도 모르는 크루터와 린은 그런 에스텔을 쳐다보았고, 에스텔은 코드리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씨~익 하고 웃으며 이내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 레이포니에르를 당신이 가지고 있나? ”
“ 호~ 레이포니에르를 알고 있군. 당신도 마법사인가? ”
“ 마법을 조금 아는 정도일 뿐 당신처럼 대단한 마법사는 아니지. ”
“ 그런데도 레이포니에르를 알고 있다니 대단하군. 그럼 레이포니에르의 위력도 알고 있겠구만. "
" 대충은 알고 있지. 내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군. 레이포니에르를 가지고 있냐고 물었는데? “
“ 흐 흐 흐. 레이포니에르를 내가 가지고 있다면 이곳에서 내가 이러고 있겠나? 레이포니에르는 나에게 없다. 하지만 레이포니에르가 있는 곳은 내가 알고 있지. ”
“ 레이포니에르가 있는 곳? ”
에스텔의 말에 코드리타는 웃기만 했다.
“ 흐 흐 흐 "
“ 레이포니에르가 뭐야? ”
린은 둘만의 대화에서 아무런 말도 이해가 가지 않자 에스텔의 어깨를 치며 물었다.
“ 린! 레이포니에르가 뭔지 몰라? ”
에스텔의 질문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만 깜박이는 린을 보며 에스텔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마법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린의 능력에 사로잡혀 에스텔 역시 궁금해서 따라왔는데 지금 린의 모습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마법사와 별반 다른 모습이 아니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 마법의 지팡이 레이포니에르를 모른단 말이야? ”
“ 마법의 지팡이? ”
“ 그래. 마법의 지팡이 말이야. ”
린은 에스텔의 말에 자신이 지금까지 보았던 마법서에도 안 나온 마법의 지팡이 이야기에 고개만 갸웃거릴 뿐 잘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 레이포니에르를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오직 전설로만 전해오는 이야기이니 일반 사람들은 모를 수 밖에. "
코드리타의 말에 에스텔은 고개를 돌리며 다시 한 번 질문을 했다.
“ 레이포니에르가 있는 곳을 안다고 했는데 그곳이 어디지? ”
에스텔이 묻자 코드리타는
“ 흐 흐 흐. 당신은 꽤나 어려운 질문을 하는군. 내가 그것을 가르쳐 줄 것 같은가? ”
“ 그렇다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가르쳐 줄 것도 아니면서 말이야. ”
“ 그럼 전설도 알겠구만. 레이포니에르의 전설말이야. ”
“ 전설도 알고 있지. 하지만 레이포니에르가 토트(thot)신에 의해서 세상에 묻혀 버렸다고만 알고 있는데 그것이 이 세상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 ”
에스텔의 말에 코드리타는 크게 놀라며 말을 했다.
“ 호~ 꽤 많은 것을 알고 있군.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나 이외에 또 있다는 것이 놀랍구만. 당신 말대로야 새삼 당신의 정체가 궁금하군. 혹시 적국의 첩자가 아닌가? ”
코드리타의 말에 에스텔은 자신이 너무 많은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었다. 되돌릴 수 없다면 그냥 밀어붙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는 강공으로 나가기로 결정하고는 코드리타에게 말을 했다.
“ 내가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조사해보면 알잖아. ”
에스텔의 당당한 말에 코드리타는 의아했지만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에 에스텔을 스켄해 보았다.
“ 헉. 이건..... ”
‘ 입을 함부로 열지 마라. 이곳을 통째로 날려버리기 전에 ’
에스텔의 에스프(esp)가 코드리타의 뇌를 울리며 전해왔다.
코드리타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드래곤 앞에서 이러고 있었다는 것이 자신의 명을 단축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져 왔다.
“ ....... ”
코드리타가 아무 말도 못하고 눈만 크게 뜨며 에스텔을 쳐다보자 중년의 마법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냥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 그래 그 레이포니에르가 어디 있나? ”
에스텔이 먼저 말을 하자 코드리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지금까지의 느끼하고 거만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질문에 충실히 대답하는 시종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 저도 잘은 모릅니다. 단지 얼마 전에 레이포니에르가 있는 곳의 위치만 표시해 있는 지도를 한 장 얻었습니다. ”
“ 지도? ”
“ 네...... ”
갑자기 돌변한 코드리타의 행동에 린은 단지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크루터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어 살며시 웃기만 할 뿐이었다.
“ 어떤 지도인가? ”
“ 그것이..... ”
코드리타는 잠시 뜸을 들이며 말하기를 꺼리다가 에스텔의 강렬한 눈빛을 보더니 곧바로 대답을 했다.
“ 가...가죽으로 된 한 장의 지도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한 쪽만 나온 반쪽짜리 지도인 것 같습니다. ”
“ 그래? 그걸 어디서 얻었지? ”
“ 우연하게 얻게 되었습니다. 제가 우연한 기회에 한 권의 오래된 마법서를 얻게 되었는데, 그 안에 지도가 있었습니다. ”
“ 그런데 그 지도가 어째서 레이포니에르가 있는 지도라는 건가? ”
“ 그것은 그 지도안에 한 줄의 문장이 있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
“ 한 줄의 문장? 그것이 뭔가? ”
“ 그것이....... 저도 그냥 얻은 것이 아니라서....... ”
“ 뭣이라? ”
코드리타의 말에 에스텔의 인상이 험상궂게 변하며 코드리타를 쏘아보자 코드리타의 온몸은 마치 수십개의 바늘이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 듯 했다.
“ 네. 제가 지금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잠시만...... ”
에스텔의 인상에 바로 모습을 바꾸며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지금 자신이 우긴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코드리타는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이 드래곤에게 이 수도가 박살이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그의 머릿속에는 들어있었다.
코드리타는 방 한쪽에 빽빽이 꽂혀있는 책들 가운데에서 한 쪽 구석에 꽂혀있는 두꺼운 책을 뽑아들고는 다시 에스텔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책의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고는 그 안에서 한 장의 가죽으로 된 물건을 꺼내어 에스텔에게 내밀었다.
“ 여기 있습니다. 한 번 보시지요. ”
코드리타가 내민 가죽으로 된 물건은 크기가 어른 손바닥보다는 조금 큰 정도에 그림이 새겨진 지도였다. 한 눈에 보아도 전체적인 모습은 아니었고, 무언가 모자란 듯한 그림이었다.
그리고 밑쪽에 한 줄의 글이 써 있었는데 그 내용은 ‘ 악신들이 세상에 다시 나타날 때 레이포니에르를 가진 ’ 이었다.
이 내용은 신들의 전쟁 당시에 지혜의 신인 토트(thot)가 레이포니에르로 악신들을 모두 봉인시키고는 자신의 레이포니에르를 세상 깊숙한 곳에 묻어버리고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겼던 그 문장이었다.
신들의 전쟁 - 마법의 지팡이 레이포니에르 (leiponier)
크로노스제국 크로노7세 황제의 침실
크로노7세 황제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 약간의 피곤함을 느끼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있었다. 황제가 잠을 자고 있을 때는 어느 누구도 황제의 침실로 접근할 수 없으며 또한 침실 주위로 어떠한 소음도 발생해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황제의 침실이 있는 곳은 언제나 황제의 직속기사단인 근위기사단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어서 웬만한 실력과 담력이 아니고서는 어느 누구도 황제의 침실로 접근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런 황제의 침실로 한 명의 인물이 급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탁 탁 탁
급하게 달려오던 인물은 곧 근위기사들에게 제지를 당했지만 상대가 제국의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쇼트랭후작이기에 홀대할 수는 없었다.
“ 무슨 일입니까? 이 시간에는 출입이 통제되는 것을 모르시지는 않으실텐데요. ”
굵고 힘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근위 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컨스백작이었다. 우람한 체격에 검은색 망토를 두른 컨스백작은 크로노7세 황제가 직접 무술을 가르친 기사들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인물로 제국내에 루엔을 제외하고는 적수가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
“ 아주 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네. 폐하께서는 주무시고 계시는가? ”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급한 어조로 말하는 사람이 평소에 자신이 알고 있던 쇼트랭후작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쇼트랭의 모습은 다급함과 초조함으로 인해 불안해 보였던 것이다.
컨스백작은 쇼트랭후작의 얼굴과 행동에서 상황이 무척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을 유지하던 쇼트랭의 얼굴이 아니었기에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 잠시만 기다리십시요. 폐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
“ 빨리 말씀드리게. 루엔 공작 전하의 일이라고 말씀드리면 될 걸세. ”
“ 알겠습니다. ”
말을 마친 컨스백작이 복도의 중앙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간 후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나왔다.
“ 들어오시랍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
컨스백작의 안내로 문을 열고 들어간 쇼트랭후작은 황제의 침실로 가는 동안 근위기사 4명씩 지키고 서 있는 3개의 문을 지났고 4번째 문을 통과할 때에는 자신만이 문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컨스백작도 더 이상은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4번째 방은 아무도 없는 컴컴한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무언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온 몸에 돋아나는 소름을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기괴한 느낌이 전해졌고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있을 뿐이었다.
희미하게나마 정면에 있는 문쪽에서 빛이 새어져 나와 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어떤 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조심스럽게 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나의 화려한 침상이 눈에 들어왔고 그곳에 크로노7세인 황제가 자신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다.
“ 쇼트랭 무슨 일인가? ”
상당히 기분이 않좋은 목소리임을 쇼트랭은 직감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현 황제인 크로노7세는 무슨 이유인지 밤 중에 자신을 알현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쇼트랭 후작 역시 밤중에 황제를 알현한 것이 근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쇼트랭은 황제에게 예를 취하고는 바로 고했다.
“ 폐하. 죄송합니다. 중요한 사안이라 결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부디 용서하시기를.... ”
“ 무슨 일인지 말해보라. ”
황제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어둡고 음침했지만 쇼트랭은 개의치 않고 황제에게 바로 사안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 니온으로 출정을 떠난 루.. 루엔 공작의 일이옵니다. ”
“ 루엔? 루엔이 어쨌다고 그런 것인가? ”
황제의 어투는 관심이 없다는 듯 건조한 대답만 하고 있었다.
황제의 대답에 쇼트랭은 약간은 당황했지만 황제의 앞이라 어떻게 나타내지는 못하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 그... 그것이 루엔공작이 이끌고 가던 함대가 마넬라산맥을 이동중에 저...전멸을 당했다고 합니다. ”
쇼트랭의 말에 지금까지 무심한 황제의 눈빛이 약간 흔들리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내 변하고는 강렬함을 발산하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 지금 전멸이라고 했나? ”
황제가 내뿜는 강렬함에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이 전해져 왔지만 쇼트랭은 침을 삼키며 대답을 했다.
“ 그렇습니다. 폐하. 전함으로부터 송신된 마지막 전언에 의하면 마넬라 산맥에서 드래곤과 충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격을 받고 있다고 긴급한 메시지를 전하던 중 비명소리와 함께 그만 교신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정보원을 그곳으로 보냈는데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하고 퍼시픽 후작의 전함만이 불타버린 채 추락한 것만 확인이 됐다고 합니다. ”
“ 루엔은 어떻게 됐나? ”
“ 그... 그것이 생사를 아직..... ”
“ 그래? ........ ”
황제는 무엇인가 생각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한 침묵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쇼트랭은 황제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시간이 몇 십년이 지나가는 듯 길게만 느껴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황제가 입을 열었다.
“ 대신들을 불러들이라. 지금 당장 비상회의를 소집하라. ”
“ 알겠습니다 폐하. 지금 즉시 대신들을 소집하겠습니다. ”
“ 그리고..... ”
“ 네 폐하. ”
“ 아.. 아니다. 나가보라. ”
“ 알겠사옵니다 폐하. ”
대답을 마친 쇼트랭이 방을 나가자 황제의 표정이 험상굳게 변하며
“ 망할놈의 붉은지렁이가 내 계획을 망치고 있구나. 아스모데(asmode) ”
황제가 허공에 대고 부르자 천장에서 사악한 음성이 들려왔다.
“ 말 씀 하 십 시 요 . ”
“ 지금 즉시 발라파르(vallafar)와 니바스(nibas)를 데리고 마넬라에 있는 붉은 지렁이의 머리를 가져오라. ”
“ 알 겠 습 니 다. ”
말을 마친 아스모데의 음성이 들리지 않자 황제는 곧이어 사악한 웃음 소리를 내며 말했다.
“ 크 크 크 크 뭐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테니까. 카 카 카 카 ”
황제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리며 온 방안을 뒤덮었다. 황궁이 온통 암흑의 기운으로 뒤덮이듯이 말이다.
저녁이 다 되서야 크론에 도착한 린과 크루터, 에스텔은 일단 시내에 있는 여관에다 짐을 풀고 식사를 했고, 린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 방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잠그고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린이 방으로 들어가서는 나오지 않자 에스텔은 크루터를 조용히 불러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에스텔의 질문에 크루터가 처음에는 말을 안하고 머뭇거리자 약간의 힘이 들어간 손으로 이뻐해주는(?) 동작을 취하자 바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되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에스텔은 크루터의 말을 듣고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그러한 마법이 있다는 것에 상당한 흥미를 느꼈고, 크루터가 겪었던 이상한 부분에서는 자신이 언젠가 한 번은 들었던 마법결계 부분이라는 점에 린의 출신이 더욱 궁금해져버렸다.
“ 그러니까 분명히 린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날이 샐 때까지 이상한 곳을 헤메다가 아침이 되서야 린을 만났다 이말이지? ”
“ 네 그렇습니다. 밤이 새도록 헤매다가는 아침이 되서야 찾을 수가 있었다니까요. ”
“ 그래? 그것참 희안하네. ”
드래곤인 자신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에스텔은 상당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한 번 자신도 시도를 해 볼까(?) 하는 마음에 린의 방으로 올라가볼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렇게 성급하게 생각할 것도 아니기에 지금은 그냥 있기로 하고 다음 기회에 도전하기로 생각을 돌렸다.
새벽의 어둠을 헤치고 태양이 뜨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 린은 아직도 꿈나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두 사람을 깨워서 서둘러 크로노스의 마법사들이 모두 모여 있는 마법의회로 가자고 조르고 있었다.
“ 빨리 일어나란 말야.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이렇게 잠만 자고 있는 거야?”
“ 야! 넌 어제 일찍 잠을 자서 그렇지만 난 어제 늦게 자서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니란 말야. 우 씨~ ”
린이 깨우자마자 눈을 비비고 재빠르게 일어나는 크루터와는 달리 에스텔은 아직까지는 잠을 더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이기에 무지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 그럼 넌 가지마. 크루터와 나만 갔다 올 테니까. ”
린의 매정한 한 마디에 에스텔은 심한 갈등을 하고 있었다. 과연 지금 린을 따라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심신을 위해서 계속 잠을 자야 할 것인가를.....
하지만 잠 보다는 린에 대한 궁금함이 먼저기에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고는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 우 씨 ~ ”
여관에서 나온 세 사람은 여관 주인에게 물어 알게 된 마법의회 의사당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새벽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다니는 사람이 몇 없을 정도로 한산했지만,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가게를 여는 사람까지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린은 이런 도시에서 살지 않아서 그런지 그러한 모습들이 신기하게만 보였다. 밤과 낮에는 알 수가 없었던 신비한 기운마저 감도는 새벽의 모습에서 사람들의 생동감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크로노스 마법 의사당
이곳은 크로노스의 모든 마법사들의 집합소라고 해야 어울릴 것이다.
크로노스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마법사들이 이곳으로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곳의 특징은 마법사들이 이곳에 모여서 크고 작은 사항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의회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결정하는 것과는 다른 마법사의 자질이나 등급을 평가하고, 사용하지 말아야 할 마법에 대해서 규제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마법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연구까지 이곳 의회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제국에서 일할 마법사들을 훈련시키고 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배출된 마법사들은 초급에서 상급까지 그 등급이 모두 달랐지만 그 실력은 초급자라고 해도 다른 국가의 초급 마법사와는 조금은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전쟁에 필요한 부분을 많이 배우고 사용한다는 점이다. 크로노스가 전쟁을 많이 하기에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약도 있는데 꼭 제국 내에서 활동을 해야만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제국을 벗어나게 되면 의회에 신고를 해야만 하고 의회에서 승인을 얻었을 경우에만 다른 국가로 여행이나 업무를 처리하러 갈 수가 있었다.
만약 이것을 어기는 마법사는 의회에서 파견된 마법집행관에게 마법력을 모두 잃게 되고 제국에서 쫓겨나는 엄청난 형벌을 받게 된다.
아침 일찍 마법 의사당을 찾은 린은 의사당 입구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마법의사당의 숨 막히는 강렬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에스텔이야 별것 아니라고 느꼈지만 린은 놀라고 있었다. 모든 구조물이 돌로 되어 있었지만 하나 하나가 마치 마법력을 주입시켜 그 힘을 발산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높게 솟아오른 기둥들이 마법진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졌음을 린은 자신의 집에서 무수히 보았던 마법책들을 떠올리며 알게 되었다.
“ 우~ 와 이곳이 마법사들이 있는 곳이야? ”
“ 그렇습니다. 린님. 이곳이 크로노스의 모든 마법사들이 있는 곳입니다. ”
“ 대단한데. ”
“ 대단하긴 뭐가 대단해. 별것 아닌 것들이 겉만 번지르 해서는..... ”
아침부터 짜증이 난 에스텔은 뭐든 마음에 들지가 않았던 것이다. 드래곤인 자신에 비하면 한 없이 약가기만 한 호비트들이 ‘ 기껏 지어놓아 봤자 별거 있겠어? ‘ 하는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 어디 그럼 들어가 볼까? ”
“ 어!.... ”
자신은 무시한 채 크루터와 함께 린이 안으로 들어가 버리자 에스텔은 궁시렁 궁시렁 거리며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 이것들이 정말.... 젠장.... 내가 이게 뭐야..... ”
의사당 안으로 들어간 세 사람은 제일 먼저 자신들을 제지하는 한 중년의 마법사를 만났다. 줄무늬의 녹색 망토를 입고 있었는데, 이곳의 입구를 관장하는 마법사인 듯 했다.
“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
말하는 투로 보아서는 린과 크루터의 행색이 별로여서 깔보는 것 같은 억양이었다.
“ 이곳에 있는 최고의 마법사를 만나고 싶은데 지금 만날 수 있나? ”
“ 네? ”
어려보이고 누추한 옷차림의 상대가 자신에게 대뜸 하대를 하자 이 마법사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혹시나 해서 자신도 하대는 하지 못하고 대답을 했다.
“ 최고의 마법사를 찾으신다구요? 무슨 일이신데 그러십니까? ”
“ 당신이 이곳에서 최고야? 아님 최고를 불러와. ”
막무가내인 린의 행동에 크루터는 어떻게 옆에서 말려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늘 그러했기에....
마법사는 상대가 자신은 무시한 채 최고의 마법사만 찾자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꾹 참으며 다시 한 번 말을 건넸다.
“ 최고의 마법사를 만나시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 괜찮으십니까? ”
의미모를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상대 마법사의 말에 린은 가볍게 대답을 했다.
“ 돈을 내야하나? 얼마나 내야 하는데? ”
린의 말에 마법사는 손가락을 펴 보이며 말을 했다.
“ 500 골드입니다. ”
“ 뭐라구요? 500골드? ”
옆에서 듣고 있던 크루터의 입이 벌어졌다.
이시대의 화폐는 귀금속이나 보석, 그리고 구리, 은과 금으로 만든 동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1실버가 4인 가족이 한 달간 먹을 수 있는 양식을 살 수 있는 돈이고, 100실버가 1골드이니까 500골드면 엄청난 돈이었다.
“ 그렇습니다. 500골드는 내셔야 최고의 마법사를 만나실 수가 있습니다. ”
“ 아니 그럼 그 밑에 있는 마법사는 얼마를 내야 합니까? ”
크루터가 다시 묻자
“ 그 밑에 있는 마법사는 300골드,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200골드, 100골드.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100골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만날 수가 있습니다. ”
“ 허~ 참. ”
크루터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린을 바라보자, 린은 화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뭐라고 하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까다로운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보석을 꺼내 마법사를 보여주며 말을 했다.
“ 이것으로 안 되나? ”
순간 마법사는 주머니에서 나온 보석들의 광채에 눈이 부셔 아무 말도 못하고 보석과 린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뒤에서 쳐다보고 있던 에스텔 역시 린의 주머니에서 나온 보석을 보며 약간은 놀라고 있었다. 자신도 보석을 모으는 것이 한때는 취미였을 정도로 보석을 많이 모았지만 지금 린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은 상당히 귀한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었던 것이다.
보석 하나가 성을 하나 살 수 있을 정도로 크고 귀한 것들이었기에 마법사는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을 했다.
“ 그... 그것은... 아닙니다. ”
“ 그럼 이것으로 내면 되겠네. 빨리 만날 수가 없을까? ”
린의 말에 잠시 멍하니 보석을 바라보던 마법사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 아~. 잠시 기다리십시요. 제가 곧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마법사의 어투가 겸손하게 바뀐 것으로 보아 크루터는 어느 곳이나 보석의 힘이 사람의 기준을 바꾼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서둘러서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갔던 그 마법사가 다시 돌아온 것은 차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 안으로 들어가십시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
갑자기 변한 상대의 태도에 크루터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린이 알면 그리 좋은 상황이 되지 않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에스텔 역시 ' 호비트들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안내로 어느 크고 화려한 방으로 간 린과 크루터, 에스텔은 그곳의 중앙에 앉아 있는 나이가 지긋한 염소수염을 기른 마법사를 만날 수가 있었다.
“ 이곳 의사당에서 원로원의 최고 수장이신 코드리타님이십니다. ”
중년 마법사가 소개한 코드리타는 크로노스 제국의 최고 대 마법사인 카라얀공작의 사제였다. 크로노스의 모든 마법사를 관장하는 그는 외모에서 풍기듯이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카라얀이 크로노스의 공작이 되어 막강한 힘을 갖게 되자 그 배경으로 인해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법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11써클정도의 마법을 구사할 정도로 마법력이 강했고, 경험 또한 풍부하여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의 마법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사악한 마법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 정통마법을 하는 다른 마법사와는 조금 다른 점이었다.
“ 그래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했나? ”
에스텔이 듣기에 상대의 목소리가 얇고 높은 톤이라 그리 듣기 좋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아무소리 안하고 그냥 듣기만 했다. 그러면서 살며시 상대의 수준을 보기위해 스켄(scan)을 펼쳤다.
< 마법력 1000 > < 전투력 300 >
‘ 아니 이거 뭐야. 별거 아니잖아. ’
에스텔의 스켄으로 본 상대는 자신이 생각해도 한 참이나 낮은 마법사였던 것이다. 그런 놈이 이곳의 수장이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노릇이었다.
“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마법에 대해서 물어볼 것이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있나? ”
어린 린의 입에서 자신을 존경하는 어떠한 말도 없이 대뜸 반말을 들은 노드리타는 이른 아침부터 찾아 온 이 무례한 놈들에게 기분이 엄청 상했지만 상대가 귀한 보석을 많이 가지고 있단 말이 떠올라 참기로 했다.
“ 어떤 마법인데 그런가? ”
“ 그게 말이야.....”
린은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해가 떠있는 낮에는 내 본모습으로 있는데 말이야 해가 진 밤만 되면 꼬마 여자아이로 변해버린단 말이야. 그리고 그것이 내가 20살이 될 때까지 안 풀린다고 했거든? 혹시 이런 마법에 대해서 알고 있나? ”
“ 밤만 되면 변한다고? ”
린의 말에 코드리타는 처음 듣는 이 희안한 마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희안한 마법은 자신도 처음 듣는 것이기에 모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에스텔은 ‘ 그럼 그렇지 ’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도 처음 듣는 마법인데 자신보다 몇 단계는 낮은 이 마법사가 알고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 그런 마법은 처음 듣는군. 그럼 그걸 시전한 사람이 있을텐데 그게 누군가? ”
코드리타의 말에 린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 나하고 살고 있던 영감탱이가 그렇게 했는데 지금은 죽었어. ”
“ 영감탱이? 그가 누군가? ”
자신의 질문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한 코드리타가 자신에게 이것저것 묻자 약간은 짜증이 난 린은 바로 쏘아 부쳤다.
“ 아 그건 알거 없고. 내가 물은 것에 대해 알아 몰라? ”
린이 짜증을 내며 말을 하자 코드리타는 약간은 황당한 마음이 들었지만 가볍게 기침을 하고는
“ 험. 험. 내가 듣기로 그런 마법은 처음 들어보는군. 하지만 마법을 시전하면 풀 수도 있지.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
“ 풀 수가 있다고? ”
코드리타가 자신의 마법을 풀 수가 있다고 하자 린은 들뜬 음성으로 말을했다.
에스텔 역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 마법을 풀 수가 있다는 말에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 어떻게 하면 풀 수가 있지? 말해봐 어서 ”
린이 서두르며 말을 하자 코드리타는 의미모를 웃음을 지으며 말을 했다.
“ 흐 흐 흐. 그것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지. 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가가 비싸서 말이야. ”
“ 얼마나 필요한데. 말해봐.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안되나? ”
린이 말을 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석을 주머니에서 꺼내보였다. 코드리타는 중년 마법사에게 들었던 보석을 실제 눈으로 보게 되자 보석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 그 정도면 대가가 될 것도 같은데 말이야. ”
“ 그래? 그럼 이걸 다 줄 테니까 내가 걸린 이 마법 좀 풀어줘. ”
린은 자신이 꺼낸 보석을 내밀며 코드리타에게 주려하자 지금까지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에스텔이 앞으로 나서며 말을 했다.
“ 잠깐! 그 방법에 대해서 물어봐도 될까? ”
코드리타는 자신의 앞에 황금색의 긴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자 느끼한 시선으로 에스텔을 쳐다봤다.
그런 상대의 시선에 에스텔은 바로 한 방 날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마음속으로 꾹 참으며 코드리타의 대답을 기다렸다.
“ 흐흐흐. 어디서 이런 귀한 분이 오셨나? 정말 하늘에서 내려오신 천사 같으신 분이시군. 실례가 안 된다면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느끼한 상대의 웃음에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지만 에스텔은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복수하기로 생각하고는....
“ 에스텔이라고 한다. 이제 대답을 해봐. 어떻게 그 마법을 풀 수가 있지? ”
에스텔의 질문에 코드리타는
“ 성격도 급하시지. 뭐가 그리 급하다고 그리 서두르시는 건가. 그것에 대해서 말하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을 ...... ”
“ 그러니까 뭐냐고 내가 걸린 마법을 풀 수 있는 방법이. ”
린이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소리를 질러 버렸다.
“ 혹시 레이포니에르에 대해서 알고 있나? ”
“ 레이포니에르? ”
코드리타의 말에 에스텔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크게 내었다.
영문도 모르는 크루터와 린은 그런 에스텔을 쳐다보았고, 에스텔은 코드리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씨~익 하고 웃으며 이내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 레이포니에르를 당신이 가지고 있나? ”
“ 호~ 레이포니에르를 알고 있군. 당신도 마법사인가? ”
“ 마법을 조금 아는 정도일 뿐 당신처럼 대단한 마법사는 아니지. ”
“ 그런데도 레이포니에르를 알고 있다니 대단하군. 그럼 레이포니에르의 위력도 알고 있겠구만. "
" 대충은 알고 있지. 내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군. 레이포니에르를 가지고 있냐고 물었는데? “
“ 흐 흐 흐. 레이포니에르를 내가 가지고 있다면 이곳에서 내가 이러고 있겠나? 레이포니에르는 나에게 없다. 하지만 레이포니에르가 있는 곳은 내가 알고 있지. ”
“ 레이포니에르가 있는 곳? ”
에스텔의 말에 코드리타는 웃기만 했다.
“ 흐 흐 흐 "
“ 레이포니에르가 뭐야? ”
린은 둘만의 대화에서 아무런 말도 이해가 가지 않자 에스텔의 어깨를 치며 물었다.
“ 린! 레이포니에르가 뭔지 몰라? ”
에스텔의 질문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만 깜박이는 린을 보며 에스텔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마법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린의 능력에 사로잡혀 에스텔 역시 궁금해서 따라왔는데 지금 린의 모습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마법사와 별반 다른 모습이 아니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 마법의 지팡이 레이포니에르를 모른단 말이야? ”
“ 마법의 지팡이? ”
“ 그래. 마법의 지팡이 말이야. ”
린은 에스텔의 말에 자신이 지금까지 보았던 마법서에도 안 나온 마법의 지팡이 이야기에 고개만 갸웃거릴 뿐 잘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 레이포니에르를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오직 전설로만 전해오는 이야기이니 일반 사람들은 모를 수 밖에. "
코드리타의 말에 에스텔은 고개를 돌리며 다시 한 번 질문을 했다.
“ 레이포니에르가 있는 곳을 안다고 했는데 그곳이 어디지? ”
에스텔이 묻자 코드리타는
“ 흐 흐 흐. 당신은 꽤나 어려운 질문을 하는군. 내가 그것을 가르쳐 줄 것 같은가? ”
“ 그렇다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가르쳐 줄 것도 아니면서 말이야. ”
“ 그럼 전설도 알겠구만. 레이포니에르의 전설말이야. ”
“ 전설도 알고 있지. 하지만 레이포니에르가 토트(thot)신에 의해서 세상에 묻혀 버렸다고만 알고 있는데 그것이 이 세상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 ”
에스텔의 말에 코드리타는 크게 놀라며 말을 했다.
“ 호~ 꽤 많은 것을 알고 있군.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나 이외에 또 있다는 것이 놀랍구만. 당신 말대로야 새삼 당신의 정체가 궁금하군. 혹시 적국의 첩자가 아닌가? ”
코드리타의 말에 에스텔은 자신이 너무 많은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었다. 되돌릴 수 없다면 그냥 밀어붙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는 강공으로 나가기로 결정하고는 코드리타에게 말을 했다.
“ 내가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조사해보면 알잖아. ”
에스텔의 당당한 말에 코드리타는 의아했지만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에 에스텔을 스켄해 보았다.
“ 헉. 이건..... ”
‘ 입을 함부로 열지 마라. 이곳을 통째로 날려버리기 전에 ’
에스텔의 에스프(esp)가 코드리타의 뇌를 울리며 전해왔다.
코드리타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드래곤 앞에서 이러고 있었다는 것이 자신의 명을 단축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져 왔다.
“ ....... ”
코드리타가 아무 말도 못하고 눈만 크게 뜨며 에스텔을 쳐다보자 중년의 마법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냥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 그래 그 레이포니에르가 어디 있나? ”
에스텔이 먼저 말을 하자 코드리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지금까지의 느끼하고 거만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질문에 충실히 대답하는 시종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 저도 잘은 모릅니다. 단지 얼마 전에 레이포니에르가 있는 곳의 위치만 표시해 있는 지도를 한 장 얻었습니다. ”
“ 지도? ”
“ 네...... ”
갑자기 돌변한 코드리타의 행동에 린은 단지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크루터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어 살며시 웃기만 할 뿐이었다.
“ 어떤 지도인가? ”
“ 그것이..... ”
코드리타는 잠시 뜸을 들이며 말하기를 꺼리다가 에스텔의 강렬한 눈빛을 보더니 곧바로 대답을 했다.
“ 가...가죽으로 된 한 장의 지도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한 쪽만 나온 반쪽짜리 지도인 것 같습니다. ”
“ 그래? 그걸 어디서 얻었지? ”
“ 우연하게 얻게 되었습니다. 제가 우연한 기회에 한 권의 오래된 마법서를 얻게 되었는데, 그 안에 지도가 있었습니다. ”
“ 그런데 그 지도가 어째서 레이포니에르가 있는 지도라는 건가? ”
“ 그것은 그 지도안에 한 줄의 문장이 있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
“ 한 줄의 문장? 그것이 뭔가? ”
“ 그것이....... 저도 그냥 얻은 것이 아니라서....... ”
“ 뭣이라? ”
코드리타의 말에 에스텔의 인상이 험상궂게 변하며 코드리타를 쏘아보자 코드리타의 온몸은 마치 수십개의 바늘이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 듯 했다.
“ 네. 제가 지금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잠시만...... ”
에스텔의 인상에 바로 모습을 바꾸며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지금 자신이 우긴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코드리타는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이 드래곤에게 이 수도가 박살이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그의 머릿속에는 들어있었다.
코드리타는 방 한쪽에 빽빽이 꽂혀있는 책들 가운데에서 한 쪽 구석에 꽂혀있는 두꺼운 책을 뽑아들고는 다시 에스텔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책의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고는 그 안에서 한 장의 가죽으로 된 물건을 꺼내어 에스텔에게 내밀었다.
“ 여기 있습니다. 한 번 보시지요. ”
코드리타가 내민 가죽으로 된 물건은 크기가 어른 손바닥보다는 조금 큰 정도에 그림이 새겨진 지도였다. 한 눈에 보아도 전체적인 모습은 아니었고, 무언가 모자란 듯한 그림이었다.
그리고 밑쪽에 한 줄의 글이 써 있었는데 그 내용은 ‘ 악신들이 세상에 다시 나타날 때 레이포니에르를 가진 ’ 이었다.
이 내용은 신들의 전쟁 당시에 지혜의 신인 토트(thot)가 레이포니에르로 악신들을 모두 봉인시키고는 자신의 레이포니에르를 세상 깊숙한 곳에 묻어버리고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겼던 그 문장이었다.
전설로만 전해졌던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