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루(赤淚) : 붉은색 이야기 - #2

고품격로맨틱200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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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예요-”

차를 주차시키고 내리면서 말은 건내는 아연-

“와아- 멋진데요? 시리우스라- 뜻이 있는 거겠죠?”
"글쎄요, 여기 사장한테 물어보세요- 사장이 알겠죠?“

규민의 물음에 아연은 미소지으며 대답해준 후 앞장서서 들어간다.
여느 재즈 바 와는 달리 밝은 조명과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그곳에서 재즈밴드가 한창 연주중이었다.

“재즈, 좋아하세요?”

아연의 물음에 규민은 살짝 미소짓는다.

“잘을 몰라도 듣는 거 좋아해요-”
“저기 앉을까요?”

아연은 바를 가리킨다. 바 안에는 바텐더와 한 여자가 이야기 중 이었다.

“세진아~!”

아연은 규민과 함께 바에 앉으며 여자를 살짝 부른다.
세진은 살짝 웃어주고는 이야기를 멈춘다.

“오늘 마감 때나 올 것 같더니? 가볍게 마티니 한 잔 하시겠어요?”

세진은 규민에게 마티니를 권한다.
“아니예요, 근무 중 이거든요-”

규민이 정중하게 거절하자 세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인터뷰가 일찍 끝나서 식사하러 왔어-”
“아아, 이분이 오늘 인터뷰한다는 특공대, 그분?”

세진이 미소 지으며 말을 건내자 규민도 살짝 미소 짓는다. 마침 생각난 듯 말을 꺼내는 규민

“들어오다 보니까 바 이름이 시리우스던데- 아연씨는 뜻을 가르쳐 달래도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무슨 의미가 있는 거겠죠?“

규민의 물음에 세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연다.

“시리우스는 별 이름이예요.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데요, 뭐 한국이랑 중국에선 천랑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구요. 스스로 빛을 내죠- 그냥 예뻐서 지었어요- 별 뜻 없어요.”

뭔가 말을 하려다 마는 세진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네이비 색 트렌치 코트를 팔에 걸친다.

“그럼 식사하시고 가세요- 저는 볼 일이 있어서요-
맛있게 먹고가-“
“어디가는데?”

아연의 물음에 세진은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고는 규민에게 살짝 목례하고 밖으로 나간다.

 

 

빨간 우체통이 서있는 아담한 집 앞에 멈춰진 세진의 차.
상현은 아직은 쌀쌀한 듯 옷깃을 여미며 내리는 그녀를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어제저녁 꿈자리가 좋다 했더니 오늘 세진이 만나려고 그랬나보다“
“그 느끼한 멘트 아직 못 버렸어?“
“하하 쌀쌀맞긴. 여전한 거 같아서 보기는 좋네-“

세진의 핀잔에도 넉살좋게 웃어버리는 상현이다.

“커피 줄까?“
“응, 여전하네. 조명도 인테리어도-“
“난 익숙한 게 좋아, 무언가 변화를 주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
“지겹지 않아?“
“지루한일을 하는 게 내 직업이잖냐“

등 돌리고 있는 상현의 웃음이 마치 보이는 듯 살짝 웃어주는 세진.

“근데 오늘 여긴 왠일이야? 한가해서 들린 건 물론 아닐테고“
“쓸만한 물건이 있나 싶어서 그냥 구경 차-“
“하하 난 혹시나 했지, 화원이랑 바는 어때?“
“가끔 얌체처럼 빠져나가는 아연이 때문에 오픈이 좀 오래 걸리는 거 말곤 괜찮아,
 화원도 좋고“

쇼파 위에 놓인 잡지책을 의미 없이 뒤적이며 대답하는 세진.

“아연인 여전히 발랄해 ? 어째 도통 안보이냐-"
“요즘엔 한층 더 발랄 해 졌어“
“하하, 안 봐도 눈에 선하네 그래“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늘어놓으며 상현은 세진 앞에 커피 잔을 내려놓는다.
 
 
 
 

 

“어머머, 진짜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기심을 잔뜩 보이고 있는 아연.
규민의 군 시절 얘기를 듣던 중이였다.

“그렇게 기합 받고 나서도 그 맛을 못 잊어서 그날 저녁에 또 저질렀다니까요“

까르르 넘어가는 아연에게 규민은 의외라는 듯 말을 건넨다.

“보통 여자 분들은 남자들 군 시절 얘기 안 좋아하지 않나요?“
“여자도 여자 나름이죠, 전 굉장히 재밌게 들리는걸요?“
“하하, 아연씨도 참 독특 하시네요“
“독특이라고 할꺼까지야 뭐“

어깨를 으쓱이는 아연.

“그럼 군복무 끝내고 바로 이쪽 일을 시작하신 거예요?“
“바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는 게 아마 맞겠죠?“
“아아 -“

고개를 끄덕이고는 습관처럼 메모하는 아연이 문득 놀라서 다이어리를 옆쪽으로 밀어둔다.

“아, 죄송해요- 직업인지라“
“하하 괜찮아요. 몸에 베인 건 어쩔 수 없죠. 음- 아연씨는 어쩌다 칼럼니스트가 됐어요?“
“난 인터뷰는 사절인데.. 게다가 규민씨와 전 오늘 첫 만남이잖아요.
 전 신비주의자라구요“

익살맞게 장난 섞인 눈웃음으로 대신해버리고는 ,

“요즘은 특공대에서 어떤 일 처리하고 계세요?“
“저도 이제 인터뷰 사절입니다, 더구나 아연씨와 난 오늘 첫 만남이잖아요.“

아연의 질문에 아연과 똑같은 대답을 하는 규민.

 

 

 

따지고자 하는 마음에 한걸음에 화원까지 와버린 호현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과 함께
입술까지 삐죽이고 있었다.

“원래 화원은 이렇게 일찍 문 닫는 건가?“

뛰어온 길을 다시 뒤돌아 걸으며 ,오로지 따지려는 목적으로 여기까지 와버린
자신이 웃긴 듯 입 꼬리에 웃음이 걸린다.

“나는 원래 지는 게 싫으니까. 다음번엔 진짜 안 진다, 아자아자!"

여기까지 와버린 자신을 스스로합리화 시키며 다음번을 기약하는 호현이다.
 
 
 
 

 

“쓸 만한 물건은 찾았어?“

상현의 물음에 세진은 고개만 젓다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한다.

“물건이 오래 되서 별로야“
“하하, 그 날카로운 지적- 내가 외국에 안 나간지 꽤 됐거든“
“어쩐지. 대신 오늘은 이거, 나 줘-“

궁금해하는 상현의 시야사이로 구름모양의 자그마한 화분을 보이는 세진.

“하하 니가 좋아할 꺼 같앴어, 그거 -“
“오늘은 물건대신이야, 다음번엔 제대로 채워놔 상현씨- “
“예, 본부대로 따릅죠“

시원스레 웃어주는 상현.

“가봐야겠다“
“벌써?“
“응, 바 너무 오래 비워 두는 거 싫어-“

 


우체통 옆 주차되어있는 차문을 손수 열어주던 상현은,
“그럼- 3일 후에 다시 들리던가 해, 내일 물건하러 가니까-“
“응, 그땐 아연이랑 같이올께“
“그래, 조심해서 가- 이상한사람이 잡아가면 어쩌냐“

상현의 말에 그럴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듯 손을 가볍게 흔들고 출발하는 세진.
 

 

 


“아연씨랑 조금더 얘기 나누고 싶지만 이만 가봐야겠네요“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자리 오래 비워두면 호현이 녀석 심술 내거든요“
“아, 그 동기분?“
“하하 예 - 혹 다음번에 우연히라도 마주치게 되면 아연씨가 했던 질문,
답해드리죠“
“너무 내 호기심을 자극하시면 귀찮아 질 수도 있다는 걸 아셔야 할 텐데-
그 말, 일부러라도 규민씨를 찾아오라는 말로 들리는데 , 맞죠?“

아연은 얼굴에서 웃음을 감추고는 규민을 바라본다.

“아마도“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서며 아연의 다이어리 위에다 명함을 놓아두는 규민.

“다음번엔 잃어버리지 말아요-“

규민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연.

“그러죠“
“그럼이만“

규민의 뒷모습이 유리창 사이에서 사라질 때 까지 바라보던 아연.
그리곤 고개를 돌려 명함을 집어 든다.

“이규민이라.. 어쩌면 필요할지도.“

 

“아직 안 갔네?”

눈을 감은 체 잠시 바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던 음악을 즐기던 아연을 지나치며
어깨를 살짝 치는 세진 때문에 아연은 눈을 뜬다.

“어 왔어? 일찍 왔네?”
“응, 줄게 없으시다네-”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한 손에 들고 있던 화분을 가리키는 세진-

“대신 요놈 뺏어왔어_”
“신나 보인다?”

바에 턱을 괴며 웃는 아연의 말에 세진은 뒤로 살짝 물러나며 얼굴을 살짝 찡그린다.
“또 무슨 말을 하려구? 됐어-사양이야”

손 사레를 치며 마티니를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뒤지는 세진을 보고 아연은 낮게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너는 상현이만 만나고 오면 왠지 들 떠 있잖어?
솔직히 아니라고 할 수 있어? 둘이 잘 어울린다니까 왜 이렇게 오랫동안 한 남자의 마음을 태우고 계실까아~“
“됐다구 했다아!”

가볍게 마티니 한잔을 마신 세진은 잔을 탁 소리가 내려놓으며 아연에게 말 한다

“치- 꼭 그러더라”

입을 삐죽거리며 일어나는 아연은 벗어두었던 자켓을 입으며 장난스럽게

“좋으면서~좋으면서~”
“유치해- 이아연, 너야 말로 그 사람한테 관심 있는 거 아냐? 그 이규민인가? 그 사람 말이야”
걱정스럽게 말을 꺼낸 세진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던 아연은 이내
“모르지,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장난스러운 말을 남긴 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세진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바를 나간다.

“저 자식, 또 마감 안 해주고 도망가네- ”

 

 


“어? 이제 오는 길이야?”

아파트 현관에서 규민은 이제야 집으로 걸어오고 있는 호현과 마주친다

“응-그렇게 됐어- 쌀쌀하다 일단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