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라는거,,이런건 줄 알았음 시작도 안하는건데..

김현주2006.09.19
조회519

예전에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그러셨어..

20대에 진한 연애 한번 못해보면 그게 제일 서글픈거라고..

연애를 통해서 얻어지는 행복 같은거...꼭 느껴봐야 한다고..

순진했던 난 스무살 대학생활의 핑크빛 사랑을 꿈꾸기도 했지..

드라마에서, 선생님들 첫사랑 얘기에서, 외국 소설 속에서

"사랑" 이라는 이거..어찌나 찬란하던지....

 

대학 4학년때 우린 첨 만났어

친구소개로...

소개팅같은게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때 난 소개팅으로 만남을 가진다는건 다분히 의도성있는 것 같아

좀 싫었거든...

우린 자연스럽게 친해졌지...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왜 그렇게 웃기고 특이하던지..

니가 내 이름만 불러도 나는 계속 웃음이 나오더라..

넌........내가 웃는게 보기 좋다고 했잖아...

이거...캔디에서 테리우스가 했던 완전 진부한 말임에도..

일주일간 그 말땜에 잘 못자고..

 

니가 첨으로 나에게 데이트 신청 하던 날..

그 문자 받고 침대 위에서

믿지도 않는 하나님에게 기도도 드렸었는데..

너무너무 좋았거든..

우리가 같이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한다는게..

다른 연인들처럼 그럴 수 있다는게 너무 행복하고 좋았어 나는..

그 날 봤던 하류인생... 영화관에서 내가 웃으면

내 눈치 살피고 곁눈질 하던거..다 알지만 모른척 했었어..우습지만.

 

니가 나에게 사귀자고 넌지시 건넨 그 날

여자는 튕겨야 제맛이라는 내 지론....싹 잊고

넙죽 예스...해버린거....

소심한 너..맘 다칠까봐 걱정되서 그랬어..

 

그러군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녔지..

나 연애한다.....친구들 만나도 니 얘기....

가족들 앞에서도 니 얘기...

사람들 반응 안좋은거 알면서도

너에 관한 얘긴 나한테 모두 화젯거리였거든...

 

우리는 "연애"를 했어...

밤마다 전화기를 놓지 못하고 이불 속에 숨어서

동생 들을까 소곤소곤...사랑한다고 보고싶다고....

정신차려보면 새벽 3시....

같이 공부를 하고 이틀 안보면 서운하고..

같이 밥을 먹고 영화 평론가처럼 이것저것 다 보러다니고..

커피도 마시고...커플석에 앉아 술도 마시고...

서점에 가서 잡지 한권 독파하기도 하고...

손도 잡고...얼굴도 만지고...팔짱도 끼고...

아프면 걱정해주고 시험 잘치면 축하해주고...

그런 사소한 것들....

 

왜 그땐 몰랐지..?

그 빛나던 날들 속에 있을 땐...지금같은 결말도 있을거란거..

 

점점 늘어가는 욕심과 실망감과... 자존심...집착...

예전과 많이 다른 널 보면서..그리고 날 보면서..

우리한테 과연 저런 날이 있기나 했을까...

우리가 행복한 적이 있었었나...이젠

꿈처럼 느껴지는 날들..

서로 맘에 상처 내고 짓밟고 할퀴고.....

그러군 항상 서로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그렇게 근근히 이어져있는 우리.....

 

너..이번에 멀리 가잖아..

자신없으면 기다리지 말라고 무덤덤히 얘기하는 널 보면서

너 사귀고 처음으로 울었던거 같아..

그건 널 사랑하는데 니가 변해서 우는게 아니야...

 

드디어 올게 왔구나..

우리가 뭘했건 몇년을 보냈건 어떤 마음을 가졌었건....

저물어 가는 마음 앞에선 어쩔 수 없다는거 그게 슬펐어..

첨으로 돌아 갈 수 없다는게 서글펐어..

사랑은..마음 고쳐먹는다고 되는게 아니잖아..

서서히..물들듯이 이렇게 서서히 퇴색되는거겠지..

 

니가 여기서 떠나면 나도 보내줄게..

이 이상은 맘 다치기 싫어...

이해하는것도 용서구하는 것도 이제 신물 나...

다친 내 마음이 불쌍해..

너만 상처 받은거 아니야...

나도,,정말.많이 힘들었어..

 

열일곱에 믿었던 사랑이라는 환상들..

소설들, 드라마들, 사랑에 관한 모든 얘기들...

후회된다..

이렇게 힘들거란거 알았으면..언젠가 끝이 있단거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을텐데.....

 

다시 사랑하기가 정말...겁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