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당시 저는 24살이었고 그 사람은 25살.. 저는 졸업하자마자 운좋게 바로 취직을 했구요.
그 사람은 군대 다녀와서 복학한거라 아직 학생이었지요.
그 사람... 얼굴은 정말 잘생겼어요..
게다가 무엇보다 맘에 들던건 정의롭고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란거..
아직 사귀기 전에. 같이 길을 걷다가 우연히 골목길에서 어떤 여자가 추행을 당하는걸 보았던 적이 있어요. 전 무서워서 그냥 빨리 가자고 했는데..
그 사람은 당당히 앞으로 나서더군요.. 그러면서 저한테는 "먼저가. 내일 만나자." 한 마디 말만 던지더군요..
근데 그 사람 키가 좀 작았어요.. 한 170 됐나?
그런데 추행하던 남자는 술까지 먹었고, 덩치도 180은 족히 넘어보이는 거구였지요. 그 사람이 추행하던 사람에게 다가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남자로서 부끄럽지도 않냐고.. 호통을 치더군요.. 그 술취한 남자는 넌 뭐야 하면서 그 사람을 마구 때렸어요. 그 사람은 반격도 하지 않고, 피하거니 맞거니 하면서 당하던 여자한테 빨리 도망가라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그 여잔 정신이 없어 보이는 상태였는데.. 여튼 제 쪽으로 마구 달려와서 제가 그 여자 데리고 파출소까지 도망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한참 뒤 경찰하고 다시 현장에 돌아왔는데.. 그 사람 그 때까지도 맞고 있었어요.. 그 땐 속으로 생각했죠.. 무슨 남자가 저리 약하냐.. 한대도 못 때리고 저게 뭐야.. 뭐 그런 생각이 앞섰어요.
그런데... 같이 파출소 가서 조서 꾸미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그 사람 정말 한 차례도 그 취한한테 손 안댔기에 망정이지.. 같이 싸웠으면 그 사람도 같이 피 볼뻔 했다고 경찰 아저씨가 말해주더라구요..
그 사람.. 법학과 다니던 학생이었거든요.. 제대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였는데 고시 공부 한다고 하던 중이라 그런 사건에 휘말리면 좋지 않데요.. 그래서 그냥 맞기만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겁 안났냐고.. 저 사람 오빠보다 덩치가 배는 큰데.. 맞기만 할꺼면서 어떻게 덤빌 용기가 났냐고..
그랬더니 그 사람 얻어터져서 퉁퉁 부은 얼굴로 바보같이 웃으며 말하대요..
자기도 사실은 운동 많이 했다고 태권도도 했고, 검도도 해봤다고..
솔직히 반격할 생각을 안하고 덤빈거라 겁이 났지만.. 그래도 믿는 구석도 있었다고..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정말 저를 송두리째 그 사람한테 빠지게 만들었어요..
"지금 나는 힘 없는 고시생에 불과하지만.. 지금 힘이 없다고 해서 눈 앞에 불의 앞에 침묵한다면 나중에 힘이 생긴다고 해도 그 힘 앞에 부끄러울꺼야..."
저 정말 그 사람이 위대하게 보였어요.. 얻어맞아서 퉁퉁 부은 얼굴로 바보같이 웃는게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 정말 홀딱 반하게 되었지요..
잡설이 길었는데요.. 여튼 그 날 이후로 제가 끈질기게 그 사람 쫓아다녔어요.. 솔직히 저 자존심 세서 남자한테 먼저 사귀자고 한적 없는데요.. 그 땐 정말 그 사람 놓치면 평생 후회할것 같아서 대놓고 사귀고 싶다고 계속 말했어요..
그 사람은 고시 공부 해야 된다고... 연애할 겨를이 없다고.. 그러면서 자길 좋아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만 했어요.. 그 모습도 어찌나 멋있던지.. 여튼 저의 끈질긴 구애 끝에 결국 그 사람이랑 사귀게 되었어요..
처음엔 정말 행복했어요.. 주말에 잠깐씩밖에 만나지 못하고.. 데이트 다운 데이트도 한달에 한번 정도.. 그리고 그 사람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집안에 어려워서 늘 금전적으로 쪼들렸지만... 그래도 정말 많이 행복했어요..
그런데.. 저는 직장인이고.. 그 남잔 학생인데다가... 게다가 가난한 고시생이잖아요..
그 당시엔 그 사람한테 섭섭한게 정말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변했던것 같아요.. 그 사람은 늘 변함없이 절 사랑해주었는데...
문제의 발단은 저희 회사 과장님 때문이었어요.. 그분이랑 저랑 집이 가까웠는데.. 그분이 매일 출퇴근 할때 자기 차로 태워다 주셨거든요.. 나이 차이는 저랑 9살이나 나서... 전 그냥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빤 그걸 좀 신경 쓰여 하더라구요..
그런데... 오빤 워낙 점잖은 사람이라 대놓고 뭐라고 하지도 않아요..
기껏한다는 말이..
"난 널 믿지만.. 그 남잔 믿을수 없으니깐 늘 조심해.." 정도..
그땐 그런 말도 신경질 났어요.. 왜 좀더 나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걸까 불만이 쌓였구요.. 나중엔 그 사람의 후줄근한 옷차림... 데이트 할때 맨날 돈에 쪼들리는거... 자주 만나지 못하는거..
내가 막 화내고 그래도 그냥 웃으면서 "오빠가 잘못했어.." 하고 넘어가는거..
내가 분명히 잘못한거 알고 있고.. 솔직히 사과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은데도... 화도 안내고 그냥 먼저 사과해버리는 오빠가 너무 짜증났어요..
결국.. 나중엔 그 오빠 걱정대로.. 그 과장님이랑 점점 가깝게 되었고... 술자리도 같이 하게 되고.. 몰래 데이트도 하게 되는 사이가 되었어요..
그 땐 정말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자꾸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일단 과장님은 돈도 있고 차도 집도 있었고... 얼굴은 오빠보다 좀 딸렸지만 일단 키가 컸구요.. 무엇보다 매일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결국엔 점점 거짓말이 늘게 되었고.. 결국엔 제가 오빨 차버렸어요..
오빤.. 이별 순간까지 절 많이 잡았어요..
지금까지 이 조용하고 늘 차분하던 오빠한테 이런 열정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절 많이 잡았어요.. 그 때 솔직히 맘이 좀 흔들리긴 했지만... 그 당시 마음이 이미 반쯤은 과장님한테 넘어가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좀 모질게 해서 결국 이별을 했지요..
이별하고 나서 과장님이랑 한 5개월 정도 사귀었는데.. 과장님이랑도 결국엔 제가 먼저 끝냈어요.. 처음엔 자꾸 오빠랑 비교를 하게 되면서 오빠에 대한 반발감 때문에 그 사람이 좋았는데요... 나중에 알면 알수록 그 오빠보다 나이만 더 먹었고 덩치만 컸지 완전히 애더라구요.. 오빤 정말 어른스러웠는데..
무엇보다 과장님이 너무 성에 집착한다고 할까.. 그게 너무 싫었어요..
오빤 혼전 순결 주의자라서.. 저한테 그런거 요구 안 했거든요..
그리고 가벼운 스킨쉽을 할때도.. 뭐랄까... 저를 존중해주고 아껴주고 있단 느낌... 그런게 정말 많이 느껴졌었는데..
과장님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과장님이 스킨쉽을 하면 이건 뭐랄까.. 제 몸만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이 자꾸 들어서 나중엔 징그럽게 느껴지더라구요...
그 과장님과도 끝내고 나자.. 정말 미치도록 그 오빠가 그리웠어요.. 그래서 연락을 다시 할까 말까 정말 무진장 망설이다가... 자존심 한번 접고 다시 연락했는데요..
그 오빤.. 의외로 절 다시 받아주지 않더군요... 그 오빠 성격으로 봐선 말없이 다시 받아줄줄 알았는데..
그 오빤 공부하느라 겨를이 없고.. 그래서 이제 날 다시 받아줄 여유가 없데요.. 그리고 날 누구보다 사랑했고... 나로 인해 아팠던 상처까지도 사랑했지만... 제가 떠나는날 우리 사랑은 죽었데요.. 상처입은 사랑은 언젠가 다시 상처가 아물지만... 죽은 사랑은 되살릴수 없는거래요.. 그렇게 말하는 오빠가 정말 너무 미웠어요..
물론 제가 잘못한게 많지만...그 오빠 다시 절 받아줄주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니깐.. 갑자기 배신감 느끼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마음 독하게 먹고 그 오빨 완전히 잊었어요..
솔직히 가난한 고시생인데다가 합격 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동아들인데...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상대론 좀 아니다 싶었거든요..
그 오빤 아직 결혼 생각할 나이가 아니지만... 여잔 다르잖아요... 한살 한살 먹는게 완전 다르고... 친구들 중엔 결혼한 애들도 많은데.. 여튼 뭐 그런 생각들 하면서 마음을 접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4년이 흘렀는데요.. 그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다니던 회사... 반 강제로 그만두게 되면서.. 하루 아침에 백조가 되었구요..
아버지가 건축 회사 하셨어서 집은 꽤 유복한 편이었는데.. 2년 전쯤 부도가 나는 바람에... 집이 정말 많이 기울었어요.. 엄마는 우울증이 생기셨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버진 지병이던 당뇨가 심해지셔서 병원비가 꽤 많이 들었어요...
그 사이 전 나이도 꽤 많이 차서... 다시 취직하기도 힘들어졌고.. 그러는 사이에 생활비며 병원비며 자꾸 돈이 나가다보니.. 빚도 좀 생겼어요.. 많진 않아요... 한 700 정도.. 그동안 원래 있던 재산들 처분하며 어떻게든 버텼는데.. 슬슬 한계가 온거지요..
얼마전엔 돈 빌린 캐피탈에서 사람이 다녀갔어요.. 인상 험학한 아저씨들이 와서 반 협박 하면서 빨리 돈 갚으라고 윽박질르고 갔지요.. 정말 갑자기 왜 이렇게 된걸까..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아주 참담한 기분이었는데요..
그 날 이후..
며칠전.. 전에 그 오빠가 절 찾아왔어요.. 전 정말 놀랐죠... 심장이 멎는줄 알았어요.. 예전에 그 후줄근 했던 모습은 간데 없고... 정장을 빼입었는데... 본 바탕이 잘 생기고.. 키는 좀 작아도 몸이 군살없이 아주 다부져서 그런지 정말 멋지게 보이더군요...
어색하고 당황스런 기분으로 마주했는데... 그 오빠 갑자기 봉투를 말없이 내밀더군요..
원체 말이 없는 사람이라... 묻지 않고 그냥 열어봤어요. 그랫더니... 수표가 들어있더군요..
1700만원이었습니다...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이게 뭐냐 고 물었더니.. 그 오빠..
"그걸로 빚 갚고, 남은 돈으로 뭐라도 좀 해봐." 라고 말하더군요..
고마운 마음보다 당황한 마음이 앞서서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오빠 다시 말하길..
"오해하지마.. 너 뒤 캐고 다닌것도 아니고.. 더이상 널 사랑하는것도 아냐. 네 친구였던 ㅇㅇ 를 우연히 만났고... 걔한테 니 소식 들었어.. 이건 내 자존심 때문에 주는 돈이야. 난 한때나마 내가 사랑했던 여자가 빚에 쪼들리고.. 빚쟁이들한테 협박이나 당하는거.. 꼴보기 싫어.. 그거 꼴보기 싫고.. 그래서 주는 돈이야... 그리고 나머지 천만원은 너한테 감사하는 의미로 주는거야. 내 젊은 시절 공부하는데 전부 쏟느라 남들같은 로맨스도 없고 청춘도 없었는데... 너에 대한 기억... 그게 내 유일한 청춘이야. 그거에 대한 보답이야. 유용하게 쓰길 바래.. 이제 다신 볼일 없을꺼야"
이렇게 말하고 휙 돌아서 가버리더라구요..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정말 심장이 터질것 같았어요..
그 오빠 차버렸던게 정말 너무 후회되고.. 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그 때 겨를이 없어서... 고시 공부하던거 합격했는지는 못 물어봤는데...
이런 거금 선뜻 내어주는거 보면 뭐가 되긴 된것 같아요..
그 오빠 집안 사정이야 원래 잘 아는바라.. 돈 없단건 잘 아는 사실이고...
사실 시험 합격하고 뭐 그런거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오빠 놓친게 너무 후회되고...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릴 수 만 있다면... 아니 시간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러고 싶어요..
4년전 헤어진 남자가 돈을 줬어요
예전에..
한 4년전쯤.. 사귀던 남자가 있어요.
그당시 저는 24살이었고 그 사람은 25살.. 저는 졸업하자마자 운좋게 바로 취직을 했구요.
그 사람은 군대 다녀와서 복학한거라 아직 학생이었지요.
그 사람... 얼굴은 정말 잘생겼어요..
게다가 무엇보다 맘에 들던건 정의롭고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란거..
아직 사귀기 전에. 같이 길을 걷다가 우연히 골목길에서 어떤 여자가 추행을 당하는걸 보았던 적이 있어요. 전 무서워서 그냥 빨리 가자고 했는데..
그 사람은 당당히 앞으로 나서더군요.. 그러면서 저한테는 "먼저가. 내일 만나자." 한 마디 말만 던지더군요..
근데 그 사람 키가 좀 작았어요.. 한 170 됐나?
그런데 추행하던 남자는 술까지 먹었고, 덩치도 180은 족히 넘어보이는 거구였지요. 그 사람이 추행하던 사람에게 다가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남자로서 부끄럽지도 않냐고.. 호통을 치더군요.. 그 술취한 남자는 넌 뭐야 하면서 그 사람을 마구 때렸어요. 그 사람은 반격도 하지 않고, 피하거니 맞거니 하면서 당하던 여자한테 빨리 도망가라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그 여잔 정신이 없어 보이는 상태였는데.. 여튼 제 쪽으로 마구 달려와서 제가 그 여자 데리고 파출소까지 도망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한참 뒤 경찰하고 다시 현장에 돌아왔는데.. 그 사람 그 때까지도 맞고 있었어요.. 그 땐 속으로 생각했죠.. 무슨 남자가 저리 약하냐.. 한대도 못 때리고 저게 뭐야.. 뭐 그런 생각이 앞섰어요.
그런데... 같이 파출소 가서 조서 꾸미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그 사람 정말 한 차례도 그 취한한테 손 안댔기에 망정이지.. 같이 싸웠으면 그 사람도 같이 피 볼뻔 했다고 경찰 아저씨가 말해주더라구요..
그 사람.. 법학과 다니던 학생이었거든요.. 제대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였는데 고시 공부 한다고 하던 중이라 그런 사건에 휘말리면 좋지 않데요.. 그래서 그냥 맞기만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겁 안났냐고.. 저 사람 오빠보다 덩치가 배는 큰데.. 맞기만 할꺼면서 어떻게 덤빌 용기가 났냐고..
그랬더니 그 사람 얻어터져서 퉁퉁 부은 얼굴로 바보같이 웃으며 말하대요..
자기도 사실은 운동 많이 했다고 태권도도 했고, 검도도 해봤다고..
솔직히 반격할 생각을 안하고 덤빈거라 겁이 났지만.. 그래도 믿는 구석도 있었다고..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정말 저를 송두리째 그 사람한테 빠지게 만들었어요..
"지금 나는 힘 없는 고시생에 불과하지만.. 지금 힘이 없다고 해서 눈 앞에 불의 앞에 침묵한다면 나중에 힘이 생긴다고 해도 그 힘 앞에 부끄러울꺼야..."
저 정말 그 사람이 위대하게 보였어요.. 얻어맞아서 퉁퉁 부은 얼굴로 바보같이 웃는게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 정말 홀딱 반하게 되었지요..
잡설이 길었는데요.. 여튼 그 날 이후로 제가 끈질기게 그 사람 쫓아다녔어요.. 솔직히 저 자존심 세서 남자한테 먼저 사귀자고 한적 없는데요.. 그 땐 정말 그 사람 놓치면 평생 후회할것 같아서 대놓고 사귀고 싶다고 계속 말했어요..
그 사람은 고시 공부 해야 된다고... 연애할 겨를이 없다고.. 그러면서 자길 좋아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만 했어요.. 그 모습도 어찌나 멋있던지.. 여튼 저의 끈질긴 구애 끝에 결국 그 사람이랑 사귀게 되었어요..
처음엔 정말 행복했어요.. 주말에 잠깐씩밖에 만나지 못하고.. 데이트 다운 데이트도 한달에 한번 정도.. 그리고 그 사람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집안에 어려워서 늘 금전적으로 쪼들렸지만... 그래도 정말 많이 행복했어요..
그런데.. 저는 직장인이고.. 그 남잔 학생인데다가... 게다가 가난한 고시생이잖아요..
그 당시엔 그 사람한테 섭섭한게 정말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변했던것 같아요.. 그 사람은 늘 변함없이 절 사랑해주었는데...
문제의 발단은 저희 회사 과장님 때문이었어요.. 그분이랑 저랑 집이 가까웠는데.. 그분이 매일 출퇴근 할때 자기 차로 태워다 주셨거든요.. 나이 차이는 저랑 9살이나 나서... 전 그냥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빤 그걸 좀 신경 쓰여 하더라구요..
그런데... 오빤 워낙 점잖은 사람이라 대놓고 뭐라고 하지도 않아요..
기껏한다는 말이..
"난 널 믿지만.. 그 남잔 믿을수 없으니깐 늘 조심해.." 정도..
그땐 그런 말도 신경질 났어요.. 왜 좀더 나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걸까 불만이 쌓였구요.. 나중엔 그 사람의 후줄근한 옷차림... 데이트 할때 맨날 돈에 쪼들리는거... 자주 만나지 못하는거..
내가 막 화내고 그래도 그냥 웃으면서 "오빠가 잘못했어.." 하고 넘어가는거..
내가 분명히 잘못한거 알고 있고.. 솔직히 사과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은데도... 화도 안내고 그냥 먼저 사과해버리는 오빠가 너무 짜증났어요..
결국.. 나중엔 그 오빠 걱정대로.. 그 과장님이랑 점점 가깝게 되었고... 술자리도 같이 하게 되고.. 몰래 데이트도 하게 되는 사이가 되었어요..
그 땐 정말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자꾸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일단 과장님은 돈도 있고 차도 집도 있었고... 얼굴은 오빠보다 좀 딸렸지만 일단 키가 컸구요.. 무엇보다 매일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결국엔 점점 거짓말이 늘게 되었고.. 결국엔 제가 오빨 차버렸어요..
오빤.. 이별 순간까지 절 많이 잡았어요..
지금까지 이 조용하고 늘 차분하던 오빠한테 이런 열정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절 많이 잡았어요.. 그 때 솔직히 맘이 좀 흔들리긴 했지만... 그 당시 마음이 이미 반쯤은 과장님한테 넘어가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좀 모질게 해서 결국 이별을 했지요..
이별하고 나서 과장님이랑 한 5개월 정도 사귀었는데.. 과장님이랑도 결국엔 제가 먼저 끝냈어요.. 처음엔 자꾸 오빠랑 비교를 하게 되면서 오빠에 대한 반발감 때문에 그 사람이 좋았는데요... 나중에 알면 알수록 그 오빠보다 나이만 더 먹었고 덩치만 컸지 완전히 애더라구요.. 오빤 정말 어른스러웠는데..
무엇보다 과장님이 너무 성에 집착한다고 할까.. 그게 너무 싫었어요..
오빤 혼전 순결 주의자라서.. 저한테 그런거 요구 안 했거든요..
그리고 가벼운 스킨쉽을 할때도.. 뭐랄까... 저를 존중해주고 아껴주고 있단 느낌... 그런게 정말 많이 느껴졌었는데..
과장님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과장님이 스킨쉽을 하면 이건 뭐랄까.. 제 몸만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이 자꾸 들어서 나중엔 징그럽게 느껴지더라구요...
그 과장님과도 끝내고 나자.. 정말 미치도록 그 오빠가 그리웠어요.. 그래서 연락을 다시 할까 말까 정말 무진장 망설이다가... 자존심 한번 접고 다시 연락했는데요..
그 오빤.. 의외로 절 다시 받아주지 않더군요... 그 오빠 성격으로 봐선 말없이 다시 받아줄줄 알았는데..
그 오빤 공부하느라 겨를이 없고.. 그래서 이제 날 다시 받아줄 여유가 없데요.. 그리고 날 누구보다 사랑했고... 나로 인해 아팠던 상처까지도 사랑했지만... 제가 떠나는날 우리 사랑은 죽었데요.. 상처입은 사랑은 언젠가 다시 상처가 아물지만... 죽은 사랑은 되살릴수 없는거래요.. 그렇게 말하는 오빠가 정말 너무 미웠어요..
물론 제가 잘못한게 많지만...그 오빠 다시 절 받아줄주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니깐.. 갑자기 배신감 느끼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마음 독하게 먹고 그 오빨 완전히 잊었어요..
솔직히 가난한 고시생인데다가 합격 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동아들인데...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상대론 좀 아니다 싶었거든요..
그 오빤 아직 결혼 생각할 나이가 아니지만... 여잔 다르잖아요... 한살 한살 먹는게 완전 다르고... 친구들 중엔 결혼한 애들도 많은데.. 여튼 뭐 그런 생각들 하면서 마음을 접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4년이 흘렀는데요.. 그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다니던 회사... 반 강제로 그만두게 되면서.. 하루 아침에 백조가 되었구요..
아버지가 건축 회사 하셨어서 집은 꽤 유복한 편이었는데.. 2년 전쯤 부도가 나는 바람에... 집이 정말 많이 기울었어요.. 엄마는 우울증이 생기셨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버진 지병이던 당뇨가 심해지셔서 병원비가 꽤 많이 들었어요...
그 사이 전 나이도 꽤 많이 차서... 다시 취직하기도 힘들어졌고.. 그러는 사이에 생활비며 병원비며 자꾸 돈이 나가다보니.. 빚도 좀 생겼어요.. 많진 않아요... 한 700 정도.. 그동안 원래 있던 재산들 처분하며 어떻게든 버텼는데.. 슬슬 한계가 온거지요..
얼마전엔 돈 빌린 캐피탈에서 사람이 다녀갔어요.. 인상 험학한 아저씨들이 와서 반 협박 하면서 빨리 돈 갚으라고 윽박질르고 갔지요.. 정말 갑자기 왜 이렇게 된걸까..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아주 참담한 기분이었는데요..
그 날 이후..
며칠전.. 전에 그 오빠가 절 찾아왔어요.. 전 정말 놀랐죠... 심장이 멎는줄 알았어요.. 예전에 그 후줄근 했던 모습은 간데 없고... 정장을 빼입었는데... 본 바탕이 잘 생기고.. 키는 좀 작아도 몸이 군살없이 아주 다부져서 그런지 정말 멋지게 보이더군요...
어색하고 당황스런 기분으로 마주했는데... 그 오빠 갑자기 봉투를 말없이 내밀더군요..
원체 말이 없는 사람이라... 묻지 않고 그냥 열어봤어요. 그랫더니... 수표가 들어있더군요..
1700만원이었습니다...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이게 뭐냐 고 물었더니.. 그 오빠..
"그걸로 빚 갚고, 남은 돈으로 뭐라도 좀 해봐." 라고 말하더군요..
고마운 마음보다 당황한 마음이 앞서서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오빠 다시 말하길..
"오해하지마.. 너 뒤 캐고 다닌것도 아니고.. 더이상 널 사랑하는것도 아냐. 네 친구였던 ㅇㅇ 를 우연히 만났고... 걔한테 니 소식 들었어.. 이건 내 자존심 때문에 주는 돈이야. 난 한때나마 내가 사랑했던 여자가 빚에 쪼들리고.. 빚쟁이들한테 협박이나 당하는거.. 꼴보기 싫어.. 그거 꼴보기 싫고.. 그래서 주는 돈이야... 그리고 나머지 천만원은 너한테 감사하는 의미로 주는거야. 내 젊은 시절 공부하는데 전부 쏟느라 남들같은 로맨스도 없고 청춘도 없었는데... 너에 대한 기억... 그게 내 유일한 청춘이야. 그거에 대한 보답이야. 유용하게 쓰길 바래.. 이제 다신 볼일 없을꺼야"
이렇게 말하고 휙 돌아서 가버리더라구요..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정말 심장이 터질것 같았어요..
그 오빠 차버렸던게 정말 너무 후회되고.. 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그 때 겨를이 없어서... 고시 공부하던거 합격했는지는 못 물어봤는데...
이런 거금 선뜻 내어주는거 보면 뭐가 되긴 된것 같아요..
그 오빠 집안 사정이야 원래 잘 아는바라.. 돈 없단건 잘 아는 사실이고...
사실 시험 합격하고 뭐 그런거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오빠 놓친게 너무 후회되고...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릴 수 만 있다면... 아니 시간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러고 싶어요..
아아.. 어쩌면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