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마다 황홀해서 죽는다

푸른바다200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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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마다 황홀해서 죽는다!


  우리집 뒷산에 아주 잘 생긴 암자가 있다. 풍수를 모르는 문외한이라도 이 암자를 찾으면  야!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참 잘생긴 암자다. 절집이야 다 고만고만하다 하드라도 절집 뒤를 둘러싸고 있는 병풍 같은 기암의 절벽이 너무 아름답다. 시골로 이사 하고 주변 산책길을 탐색하는 중에 발견한 너무 아름다운 암자이다. 암자 아래로 상수리 숲이 비탈을 타고 쏟아지듯 촘촘히 자라고 있다. 암자로 오르는 오솔길에는 초입부터 청설모 마중을 나와 곰살맞게 반긴다. 비탈진 산줄기를 따라 하늘거리는 들풀 무리를 쫒아 가면 하늘과 맞닿는 곳에 염원처럼 우뚝한 기암의 천애바위 절벽 우뚝한 모습이 우람하다. 그 아래 기와 참 곱게 얹힌 암자가 소박하게 다소곳 앉아 있다. 암자에 오르는 길은 30분쯤 이어진다. 사색에 잠기며 걸을 수 있는 한적한 오솔길에 지천으로 쌓여있는 솔가리 밟는 재미도 여간하지 않다. 오붓한 오솔길을 걸으며 상수리나무의 훤칠한 자태와 짙은 솔숲 그늘은 머릿속을 맑게 비워 준다. 그 아늑한 오솔길에 취해 야질야질 걸어가면 얕은 길섶 아래로 도랑물 흐르는 소리 시원한 물내음 난다. 그야말로 속세의 시름피해 들어가는 듯 아질히 높고도 평화롭다. 산자락 헤집어 돌아도 오솔길은 곱다랗게 이어진다. 오솔길 걸어가며 꼭꼭 여며둔 내 사랑 수줍게 꺼내보기도 한다. 암자에 올라 숨을 고른다. 티 없이 마음 맑아져 순정에 차 있다. 청솔가리 바람 품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그렇게 고소한 소리가 더 없다. 대숲에 이는 바람 새콤그리며 산자락 타고 앞산아래 마을 따사로움 비켜간다. 복사꽃 망울 터지는 모습 그대로 가슴 따뜻한 정답고 고마운 풍경이다. 아직은 일거리 없어 편한 누렁소 음매 소리 참 한가롭다. 들판에 염소가족 풀 뜯는 소리도 맛있게 들린다. 눈 멀리 동해 푸른 만경창파 하늘과 맞닿아 길고 긴 쪽빛 공간에서 예나 지금이나 전생인 듯 현생인 듯 들려주는 삶의 비밀을 속삭이고 있다. 고기무리 따라 소실점으로 사라져가는 어선의 행적 아스라하다. 천천히 머무러며 산 아래 풍경 놓치지 않기 위해 혹시 잊을새라 눈에 새곰새곰 저며 둔다. 푸드득 철없이 하늘 나르는 멧꿩 소리에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일도 사랑도 아슴아슴 다 잊고 싶어진다. 내 눈에 잡히는 모든 풍경의 경이로움에 나는 아침마다 황홀해서 죽는다. 나는 아침마다 황홀해서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