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루(赤淚) : 붉은색 이야기 - #6

고품격로맨틱2006.09.26
조회298

 

“무슨일이야-“

이마에 땀방울까지 매달고 온 규민은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호현을 향해 급하게 묻는다.
 
“오전에 익명으로부터 메일이 한통 왔는데 ,그게 -“
“어디 -“
“자리를 비웠을때 도착했나봐“

허리를 숙여 모니터와 눈높이를 맞춘 규민은 재빠르게 메일을 읽어내려간다.
 
 
휴게실 -
 
 
“그러니까 치영의 다음목적이 ,유영재단 이사장 심현문 이란거지 ?“
“응, 수연여고를 담당하는 재단이야“
“수연여고? 학교? 학교 이사장이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들의 표적이 되는거지?“
“이사장이 여학생들을 좀 못살게 구나봐“
“그게 다야?“
 
궁금해하는 규민에게 노란색 파일을 건네주고는 말을 이어간다.
 

“알아보니까 문제가 많더라“

“불법찬조금징수에 공금횡령 ,외환자금 불법유출까지. 여기까지만해도 표적대상이구만“
 
하나하나 읽어가던 규민은 결국 파일을 덮어버리고 만다.
 
“근데 그메일 - 누가 보낸걸까.“
“글쎄, 아이피추적은 해봤어?“
“피씨방이라 사람알아내는게 힘들대. 메일주소도 가짜 주민등록 번호라 알아내기 힘들고“
“거참 답답하네. 살인이 일어날껄 알면서도 이렇게 잠자코 있어야 하니,- 팀장님은 ?“
“팀장님은 조서실에서 심현문 조사중“
“여기에서 조사받는 동안엔 무사하겠군“
“그렇게 되면 다행이지 -“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던 호현이 손을 깍지껴서 앞으로 쭉 내민다.
 
 
 


 
 어둠속에서 다시 한번 그림자는 자신의 일을 진행시킨다.
마치 그림자는 어둠속에서 독립되지 않은 존재처럼 형태가 없다.
그의 어슴프레 보이는 실루엣 많이 그가 자신의 목표를 향해 찾아가는 것 만을 보여줄 뿐.
딸깍하고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정죄의식을 치르는 그는 잔인하게도 작은 공간에
붉은 잔상이 가득하도록 할 때까지 영혼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의식이 끝남과 함께 영혼의 손을 잡아주고는 다시 어둠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무슨일이야?!”

다급하게 달려온 대장의 커진 목소리가 화가 머리 끝까지 차 올랐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일 처리를 왜 이따위로 하는 거야?! 어? !뻔히 눈뜨고 당해?!”

심현문이 있던 취조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게 흘러 섣불리 들어가지도 못 하게 되어있었다.
마침 급하게 뛰어온 호현과 규민. 취조실 앞에서 있던 다른 팀원들에게 어떻게 된 건지 묻지만
그들은 말이 없다.

“뭐야? 이건 또-”

한 여자 순경이 대장에게 쪽지를 가져다 준다.

“사건 현장, 사체 손에 검은 비단과 함께- 이 쪽지가......”

쪽지를 읽은 대장은 미간이 좁아지며 쪽지를 규민에게 넘겨준다.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을 향하는 벌을 거스르려 하지 말라?”
소리 내어 읽던 호현의 얼굴도- 말없이 읽던 규민도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손호현, 이규민-! 별 다른 낌새 못 챘었어?”

호현과 규민이 말이 없자 보다 못한 팀장이 둘을 옹호하고 나선다.

“대장님, 처음부터 힘들거란 거 알고 시작한 거 아닙니까?”

팀장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지 대장은 화를 삯인다.

“미안하네- 그래도 어떻게 경찰청 안에서 눈 뜨고 당한단 말인가?”

발걸음을 옮기며 꺼낸 대장의 말에 호현과 규민은 묵묵히 인사만 할 뿐 이다.
대장을 따라 나서는 팀장은 힘내라 는 듯 호현과 규민의 어깨를 한 번씩 토닥여준다.

 

 

“휴- 정말 어떻게 호랑이 굴 안에서 눈 뜨고 당하냐?”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 걸어가던 호현이 한 숨 쉬며 말하자
규민은 다시 한 번 손에 쥐어진 쪽지를 본다.

“벌을 받아야하는 사람에게 향하는 벌을 거스르지 말란 말 말이야.
혹시 선전 포고 같은 걸까?
우리 쪽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걸 알기라도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자꾸 들어-“

규민의 말을 듣고 있던 사이 어느새 방 앞에 도착하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호현이
문은 열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왠지 그런 느낌을 받았어-”
“그치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는 건 아는 사람이 없는데-”

규민이 의아해하며 호현에게 묻자 호현은 어깨를 으쓱 해 보일 뿐이다.

 

“별 일 없었어?”
꽃에 물을 주고 있던 세진의 옆에 선 아연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을 하며 묻지만,
세진은 묵묵히 물만 준다.

“응응? 별 일 없었냐고오~”
“시끄러, 별 일 있을 뻔 한 거 잘 알잖아- 이 배신자”

정색하는 세진의 말에 키득거리는 아연이다.

“그래도 뭐 그렇게 미리 귀뜸 해 줘봤자 눈 뜨고 당할 줄 알았어~
세진이 실력이 어디 보통 실력인가 뭐~“
“그걸 장난이랍시고 저지른거야?!
넌 내가 사지로 내몰려서 총 맞고 죽었으면 좋겠지?”

얼굴을 확 구긴체 하는 세진의 말에 아연은 약간 움찔 하지만 지지 않겠다는 듯,

“그러게 누가 그렇게 치사한 방법 쓰래?! 규민씨랑 간다고 맛난거 준비해 놓으랬지
누가 원이 준비해 놓으랬어?“

세진은 모른 척 다시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치사해,치사해~”

세진을 계속 쫓아다니며 치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아연을 애써 무시하지만
아연은 그만두지 않을 테세다.
하지만 단번에 아연을 어이없게 만드는 세진의 말.

“넌 비열해”

 

 


상현의 집 앞에 세진이 차를 주차시킬 때 까지만 해도
아연은 여전히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만 좀 해-
분명히 안된다고 했어. 두 번 말 하게 하지마-“

세진이 그렇게 아연에게 말하고 내릴 때면 여김없이 상현이 마중을 나와있다.
“이야, 오늘은 아연이도 왔구나-”

상현과 아연이 인사를 하는 동안 세진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상현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아연.

“쟤 좀 빨리 데리고 가-”
“응?”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얼굴에 미소를 띈 체 되 묻는 상현.

“세진이 좀 데려가라고, 지 연애 못한다고 나까지 연애 못하게 해-”
“하하,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튼-! 데려가라고- 히스테리가 장난 아니야”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는 투덜거리며 들어가는 아연의 뒷모습을 보고
상현은 실소를 터뜨리며 낮게 중얼거린다.

“여전해...너희 둘-”

 

 

“뭐? 경찰특공대? 거기다, 메일까지 보냈다고?”

세진의 말이 끝나자 상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경악한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삐죽거리고 있는 아연과
덤덤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는 세진을 번갈아보는 상현.

“야야, 너희 파트너 맞아? 이아연, 너 세진이 죽일려고 작정했던 거지?”
“그래도 죽지도 않을꺼 잖어, 뭐-!”

소심하게 소리치는 아연을 보며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상현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미쳐미쳐, 이아연 다워- 가끔 보면 복수의 수준이 완전~6세 같다니까_하하”

한참을 웃던 상현이 세진을 향해 입을 연다.

“왠만하면 이제는 오케이 해주지그래?”
“뭘?”
“아니,그 이규민이라는 사람 말야-”

얼굴에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상현의 말에 세진의 미간이 좁아진다.

“너두 미쳤니?”

세진의 표정을 살피던 아연이 재빠르게 말을 가로챈다.

“거봐-! 상현이도 그러래 잖어~ 니가 이상한거야-! 이감정도 없는, 무감정인간아-!
그러니까 상현이도 이렇게 버려두고-!”

“그 얘기가 지금 여기서 왜 나와-!
그리고 이건 그냥 간단히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애원하는 눈빛의 아연과, 계속 웃고만 있는 상현을 번갈아보던 세진은 한숨을 쉬며 양손을 들어,
항복하는 시늉을 한다.

“몰라~알아서 해-”
“와와-!!정말? 정말? 남아일언중천금이다-?!”
“여아일언중천금이겠지”

재차 확인 하는 듯 묻는 아연의 말에 한 숨 쉬며 되받는 세진의 말에도 아연은 마냥 신난 표정이다.
조용히 미소짓고 있던 상현의 표정이 바뀌며 진지해진다.

“이제는 일 얘기를 좀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