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Pariticles] # 8 지옥의 열쇠

양광운2003.03.12
조회212

- < 악몽 : 말을 배우기 전의 아기는 전생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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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 응애 ~"

아기가 기운차게 울었다.


"어휴, 우리 아들놈 쉬야 하셨나?"

나는 보던 책을 내려놓고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울고 있는 아기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출산하는 날부터 바로 박사과정 논문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면서, 도서관에 파묻

혀 살았다.

애기에게 소홀한 그녀가 때론 많이 야속했지만, 그래도 집에서 이 놈 보는 재미에 난 시

간가는 줄 몰랐다. 바쁘신 마누라님 덕분에 기저귀 갈아 주는 것부터 유축기로 뽑아낸 애

기 우유 먹이는 것까지 모두 다 내 몫이었지만 ……


그렇게 열심히 내가 정성을 쏟았지만, 우리 아들은 어째 나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

았다. 워낙 애기 때부터도 지 엄마만 오면 방글방글 웃고, 내가 좀 안아 줄려고 하면 미

간을 찌푸리 던 아이는 돌이 지나고 걸음마를 할 무렵부터는 엄마 뒤만 졸졸 쫓아 다니려

고 했다.

'저놈 ... 키워준 아빠의 노력도 모르고 ...... '

조금은 서운한 했다. 하지만, 그나마 공부 한다고 애기한테 소홀한 애 엄마에게 아이가

애정을 가지는 모습은 어떤 면에선 참 흐뭇하게 느껴졌다.


그날은 삶는 듯 더운 여름이었다. 그녀는 논문 마무리를 지으러 밤에도 학교 도서관에 나

가야 한다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었다. 우리의 아이는 잠에서 깨자 마자 이런 엄마의

치마를 붙잡고 칭얼거렸다.


"마마, 아부셩 ... 아푸셩 "

아직 말이 서툰 아이는 알아듣지 못할 이상한 말을 옹알거리며 지 엄마 뒤를 힘겨운 듯

뒤뚱거리며 쫓아 다니고 있었다.

"여보, 애 좀 마루로 데려가요......"

걸리적 거리는 애기가 짜증이 나는지 그녀는 나에게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정말 냉정하기도 하군 ……’

자기 일이라면 너무나도 차갑고 냉정한 그녀였다.


내가 아이를 번쩍 안고 "꺄르르~"하며 마루로 데려가자, 아이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더

니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본 그녀가 마지못해 아이를 건네 받아 품에 안았다. 그러자 아이는 언제 그랬

냐는 듯 다시 방글 방글 웃고 있었다.



- 아야...... 하지 맛!



아이를 건네 받은 그녀가 내지른 소리에 거실로 가고 있던 나는 다시 뒤돌아 섰다.


"왜? 무슨 일인데?"

화가 난 표정의 그녀는 짜증난 말투로 투정 부리듯 말했다.

"자꾸 애가 손가락을 깨물잖아 ...... "

아이는 이빨이 날 무렵부터 엄마 손가락을 잡고 자주 깨물곤 했다. 하지만, 자기 배로 낳

은 아이이건만 그녀의 지나친 과민반응에 나 역시 조금 화가 났다. 차라리 그녀를 빨리

도서관으로 보내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았다.

"자 애는 나한테 주고 얼른 도서관으로 가라 … 도서관 문 닫기 전에 ... "

애한테 화내는 모습이 싫었던 나로선 다시 애를 빼앗듯이 품에 안고 그녀를 재촉했다.

그래도 엄마이자 주부로서의 정신은 살아 있었던 것인지 그녀는 집 밖을 나서면서 나에

게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해 대기 시작했다.

"알았어, 출출하면 냉장고에 피자랑 이것저것 사놨으니까 먹고 ... 애기는 자기 전까지

되도록 아무것도 먹이지 말고 ......"

결국 그렇게 떠밀듯이 그녀를 보내고 나선 나는 비스듬히 누워 아기를 옆에 누이고 티브

이를 보기 시작했다.




- 아야 얏!




아기가 또 손을 깨물었나 보다. 아기는 내 결혼 반지가 신기 한지 그걸 만지작 거리다 손

가락을 ‘콱’하고 깨물어 버렸다. 이제 이빨들이 제법 나서 그런지 깨물면 상당히 아파

왔다.


나는 장난스러운 마음에 아이를 잡고 내심 무서운 표정을 억지로 지어 보이며 야단을 쳤

다.


"너 아빠가 그러지 말랬지. 자꾸 이러면 때찌한다."

아이는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내가 애써 지어 낸 인상의 분위기를 보고 분위기를

파악 한 것인지 울상을 지으며 얼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어이쿠 … 울면 달래기 힘든데 …’


애 엄마가 없을 때는 울음을 달래기 어려운 걸 알고 있었던 나였기 때문에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자자.. 그러니까 아빠 손을 깨물면 안되지요 ......"

여전히 속상한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린 아이의 얼굴은 마치 어른의 화가 난 인상과 별 다

를 바가 없었다.



‘애도 어른이나 다른 게 하나도 없네 ……’

나는 애나 어른이나 다를 게 별로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 감동하여 애기의 그런 모습을 빤

히 쳐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아주 짧은 순간에 나와 눈이

맞은 아이의 얼굴에선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얼굴은 마치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아직 2살 밖에 되지 않은 나

의 아기는 나를 향해 아주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성인의 목소리를 흘려내기 시작했다.



“나는 네가 정말 싫다. 내 부인과 함께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네가 정말 싫다. 널

죽이고 싶다. 죽일 거다. 죽이고야 말겠다 ……”


아이의 입에서는 믿지 못할 말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

에 잘 걷지도 못 하던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는 얼굴이 점점 파리 해 지면서 나에게 다가

오고 있었다.

굳게 다물어진 아이의 입에는 붉은 피가 흐르는 나의 손가락이 결혼반지와 함께 물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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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몽(惡夢)의 열쇠를 찾아서 … > -




- 허어억 … 끄으윽 … 헉 ... !



한참을 꿈에서 헤매던 나는 흘러내리는 땀에 푹 절은 채 그렇게 잠에서 깼다. 그 사고가

있고 난지 일주일이 지난 날 이었다.


그 악몽의 시간 이후 일주일간은 난 거의 잠을 자지 못하거나, 잠을 잤다 하면 다양한 시

나리오로 날 괴롭히는 저주 받은 듯한 꿈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 하지만 … 하지만 … 그때 일도 꿈이었다면 ……’

그렇게 상상을 해 본 듯 이미 그 사건은 지나간 ‘현실’이었다.

괴로운 꿈과 일주일 전의 지옥의 현장이 머리 속에서 영 가시지 않았던 나는 담배를 한

대 물어 들고 베란다로 향했다.

‘그날 … 그날 윤정은 …’


일주일 전의 병원에서의 나의 상식을 뛰어넘은 그런 참혹한 장면이었다.

그녀가 들어갔던 분만 실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고 거기에 놀라서 뛰어 들어 갔던 나는

머리를 제외하고 온몸이 갈갈이 찢긴듯한 그녀의 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피로 범벅이 된 채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던 그 모습 그대로 굳어 있

었다. 그리고 여기 저기에 그녀의 살점으로 보이는 듯한 사방으로 튀어나간 그녀의 육체

의 흔적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분만 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내가 처음 본 것은 붉

은 피를 머금은 채 내 앞으로 굴러오고 있는 그녀의 육체에서 분리 된 듯한 한쪽 다리였

다.


그 참혹한 광경은 늘 피와 환자의 시체를 보아오던 의료진들에게도 낯선 광경이었는지 간

호사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고, 손에 우리의 아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녀의 피를 온 몸에 뒤집어 쓴 의사는 할 말을 잃은 듯 멍 한 표정으로 서 있었

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당시 들어 가 보았던 그녀의 참혹한 시체와 분만실의 공포스러운 풍경

이 꿈이었다면 좋겠다는 생각만을 한 채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의료사고부터 시작해서 모든 상황을 떠올려 보았지만 그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불

과 얼마 전까지 내게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줬던 그녀가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참혹한 시

체로 변해있다는 사실이었다.


출산을 담당했던 의사는 분만실의 참혹한 현장을 정리 한 뒤 나를 자신의 진료실로 불러

서 긴장한 표정으로 나에게 의미 없는 설명을 해댔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외과적 수술을 통해 아이가 나오려는 순간 부인의 봄은 마치 풍

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몸 속에 폭탄을 지닌 것이 아니라면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의사생활을 통틀어서, 아니 모든 산부인적인 출산의 케이스

에 비추어 봐도 그런 사건은 보고 된 바가 없습니다. 단지 그런 상황에서도 아기가 무사

하다는 것이 기적일 따름입니다."


그는 너무나도 나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했고, 아기가 살아난 것만 해도 기적이라는 투로

말했지만, 그가 말한 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나의 그녀에게 일어

난 것이었다. 난 그에게 그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어떻게 나의 부인에게만 일어

난 건지 따져서 싸우고 또 화내고 싶었지만, 이미 그녀가 죽은 이상 그것은 별로 의미 없

는 일이었다.


그렇게 의사의 변명 같은 말을 뒤로한 채 나는 일주일의 시간을 흘려 보냈다. 이 참혹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며, 신문기자며 나에게 인터뷰와 면담을 요청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윤

정이가 살아 날 것도 아니라는 마음에 난 어떤 말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그녀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던 지난 몇 일간 단지 경찰이 와서 의례

적인 질문을 한 것 외에는 그 악몽 같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나 이외의 다른 존재에게

는 점차 묻혀져 갔다. 물론, 언론사에서 이상한 사건이라며 흥미를 보이고 나에게 ‘의료

사고’를 운운하며 집요하게 취재를 요구 했지만 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데다

가 그다지 뚜렷한 사건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터였는지라 그녀에 대한 기사를 실제로

실어 보내지는 않았다.

그 지옥 같던 분만 실에서의 기억은 이제 지워버리고 싶어도 평생 나를 괴롭힐 것만 같았

다. 언제나 눈을 뜨면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녀의 고통스러워 보이는 얼굴과 온몸이 산산

이 찢겨져 나가 분만 실 안을 가득 채웠던 비릿한 피 냄새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 비릿

한 피 냄새는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 사건이 현장에서 대충 수습이 된 그 현장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나를 본 의사는 그 충

격을 고려해서 인지 아니면 내가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나에게 수면제를 몇 알 집어

주며 집에 가서 좀 쉴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그렇게 집에 돌아 온 나는 정상적인 생활

로 돌아오지 못한 채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그 당시 입고 있었던 피가 잔뜩 튄 옷을 입

고 그날의 기억이 자꾸만 떠오르는 머리를 쥐어짜고만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수면제에 취해있던 나는 몽롱해진 머리와 칼칼한 목을 달래기 위해 물 한

잔을 들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 뭐지?



내가 거실에 아무렇게나 벗어 논 그녀의 피가 잔뜩 묻은 옷에서는 무언가 꿈틀거리며 기

어 나오고 있었다. 몽롱한 정신 때문에 ‘무엇인가 잘 못 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나는 나뒹굴던 옷을 풀어 헤쳐 엄지 손톱만한 녹색의

개미 몇 마리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이건 뭐지? 내가 어제 창문을 열어두고 잤던가?"

하지만, 개미가 설탕도 아닌 내 옷 주위에 몰려 있다는 것이 난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

리고 처음 보는 색깔과 개미의 크기에 나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저런 개미가 있던가?’


묘한 궁금함과 함께 나를 자극한 그 개미를 본 순간 나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느꼈

고, 그 개미 중에 한 마리를 잡아서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필름을 담아두던 검은 통에 필

름만을 제거한 후 넣었다. 그리고 내가 다가감과 동시에 빠르게 도망치는 개미 중 한 마

리를 더 잡아 음식물을 담아 두기 위해 식탁에 올려져 있던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담았

다. 왠지 손에 잡힌 개미는 ‘물컹’한 느낌이 들었다.


개미 잡기를 하고 있는 것도 잠시였다. 또 다시 나의 머리 속은 일주일전의 사건에 대한

슬픔과 이제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북받쳐 오르는 듯한 정체 모를 못할 분노로 얼룩져 갔

다.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나의 머리 속은 갖은 몽상으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차라리 ... 차라리 애를 가지려고 무리를 하지 말 것을 ……'


아기를 갖게 되었다고 철없이 좋아하던 나의 모습이 자꾸 죄책감이 되어 떠올랐다. 하지

만 미숙아로 태어나 아직 눈의 일부 신경과 허파의 성장이 덜 되어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한다는 아기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 역시 ‘못된 망상’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 연주에게 가 봐야겠다.



나의 끝없는 몽상은 운명의 독백처럼 문뜩 한 사람을 머리 속에 그려냈다.

그녀는 KAIST 학부 재학시절 동기 중에 최고의 성적을 자랑했던 학생이었다. 훌쩍 미국으

로 떠나버린 그녀는 명문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의 최단기 의학박사 학위 취득과 함께 병

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이야기가 학교 신문을 통해 종종 들려왔었다.



‘갑자기 그녀가 왜 …… 나랑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는데 …… ’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계속 그녀에게 이 악몽 같은 사건을 상담 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

었다.

애써 운명처럼 밀려오는 나의 그런 생각들을 나는 언젠가 학교 신문에서 그리고 윤정이

가 준비하던 생물학에 관련된 페이퍼들을 정리 해 주다 알게 된 그녀의 화려한 활동 중

에 미국 NIH[국립보건원]라는 곳에 근무하면서 미지의 질병과 현상에 대한 논문을 많이

발표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것이 떠올라서 일 것 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애써 처

참하게 죽음을 맞이 한 지 얼마 안 되는 부인을 두고 연주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주는

이상한 죄책감을 떨쳐 버리려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


어쨌던 나는 얼마 전 이 메일로 전송 받은 동문 주소록에서 그녀의 연락처와 거주지 주소

를 찾아내고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 아차......



집을 나서려던 나는 내 옷에서 기어 나오는 듯 했던 그 이상한 개미를 담아 두었던 통과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분만실의 끔직한 광경이 담기게 되었던 캠코더를 다시 방으로 들

고 나왔다. 왠지 그것들이 꼭 필요 할 것만 같았다.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 다는 것이 … 이렇게 인정하기 힘든 일일 줄이야

…’

집을 나서는 나는 그녀가 없다는 허전함과 함께 다시금 지겹게도 그날의 악몽이 떠오르

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치 그 모든 것들을 잊고 싶다는 듯이 나는 자동차의 엑셀을 거칠

게 밟고 차를 출발시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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